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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하고 행복한 남편의 하루 내가 예배를 보는 동안 , 깨달음은 사무실에서 작년에 산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했다.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먹거리를 사는 사람, 그 음식을 근처에서 앉아 먹고 있는 사람, 진풍경을 찍는 사람, 라이브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로 서로 얽혀 걸을 수가 없어 그냥 진사 안에서 만나기로 했다. 작년까지만해도 진자 입구에 코로나 방역으로 손소독제가 올려진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올 해는 그런 문구조차도 없이 코로나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쿠마노테는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갈쿠리로 복을 긁어 모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쿠마노테는 판매하는 곳마다 장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 2022. 11. 28.
일본의 장례식, 관 속에 넣은 것들. 주말 아침, 장례식장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노야마 상을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 다. 깨달음 회사의 세무 관련 업무를 봐주었던 노야마 상. 난치병을 앓고 있긴 했지만 50대 중반이라는 아직은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주변 관계자들도 많이 놀라고 안타까워했다. 장례식장엔 노야마가 아닌 한국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저기 사이(崔)라는 성이 한국어로 뭐야? ] [ 최야, 최, 성이 최 씨였네 ] 노야마상이 재일동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국 이름은 처음 보는 거라며 깨달음이 왠지 모를 친근감이 간다며 귓속말을 했다. 누님들이 와 계셔서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바로 스님이 오시고 식이 시작됐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시부모님을 보내드린 날을 떠올리며 스님이 읊는 불경 소리를 들었다. .. 2022. 11. 22.
어제와는 너무도 다른 오늘이 있다 노트북 위에 노란 봉투가 놓여있었다. 늘 같은 봉투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분 뿐이기에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깨달음 회사 담당 세무사(税理士)인 노야마(野山)상이 보내온 것이다. 깨달음이 회사를 창립하고부터 지금까지 세무 일을 맡아주시고 우리 부부의 자산관리까지 해주셨기 때문에 어찌 보면 속속들이 속사정을 잘 알고 계신 분이다. [ 깨달음, 노야마 상, 이번에도 아무 연락 없이 잠수 탔었어? ] [ 응, 늘 그러니까.. 또 입원을 한 건지.. 근데 이렇게 사과편지 보낸 거 보면 아직까진 괜찮다는 소리겠지 ] [ 난치병이라고 그랬지? ] [ 응,,] 나와도 몇 번 식사를 한 적이 있던 노야마 상. 지병이 악화되기 시작되던 3년 전부터 일처리가 미뤄질 때마다 사과하는 마음에서 편지와 상품권을 보내셨다. .. 2022. 11. 16.
남편은 과연 서울에 또 갈 수 있을까? 삿포로는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우린 호텔을 나와 중심가를 좀 걷다가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게 전문집으로 갔다. 이번 홋카이도 3박 4일을 뒤돌아보니 일하는라 미팅하고 이동하느라 제대로 편하게 맛있는 걸 먹지 못한 게 계속해 마음에 걸렸다며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대게를 먹자고 했다. 홋카이도 대게 중에서도 유명한 털게(毛ガニ)를 주문하고 우린 니혼슈로 목을 축였다. 꽤나 바쁘게 움직인 탓에 서로 조금 지친 상태였다.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묵묵히 음식들을 먹다가 일 얘기를 잠깐 하고 연말 스케줄도에 관해서도 나눴던 것 같다. 깨달음이 크리스마스전에 잠깐 한국에 몰래?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가는 건 좋지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는 건 내 마음이.. 2022. 11. 11.
겨울이 더 매력적인 홋카이도 리조트 다음날 아침, 디자인센터에서 오전을 보낸 우리가 토마무(トマム)에 도착했을 때, 호텔 로비에 거래처 직원분이 룸키를 들고 기다리고 계셨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나는 캐리어를 들고 룸으로 깨달음은 그 직원분과 함께 미팅을 위해 떠났다. 투숙객 전용 북카페에서 기다리겠냐고 깨달음이 그랬지만 난 먼저 방에 올라왔다. 창을 통해 보인 바깥을 둘러보는데 아까 직원이 겨울에 오면 이 리조트에 매력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거라는 말이 이해됐다. 온통 하얗게 설경으로 뒤덮힌다는 이곳이 스키어들에게 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홋카이도가 스키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눈이 파우더처럼 부드러워서라고 한다 토마무는 호시노 리조트가 운영하는 34개 시설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숙박시설이 두 개로 .. 2022. 11. 7.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홋카이도를 가기 위해 공항 라운지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기분 탓인지 유난히 쌉쌀한 커피가 목구멍에 오래 머물렀다. 원래 카페인에 민감해 전혀 마시지 않았는데 마시기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난번 한국에서 가족들이 내가 커피 마시는 걸 보고 낯설어했는데 이젠 난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잔다. 뒤편에 앉은 깨달음이 우유를 한 잔 가져다주면서 미팅 내용에 관한 짤막한 브리핑을 했다. 깨달음이 리조트 건설로 일본 전국의 리조트를 틈만 나면 둘러보는데 이번에는 홋카이도에 있는 호시노리조트(星野リゾート) 세 곳을 다녀오기로 했다. 호시노리조트는 현재 일본 국내외 40개 이상의 숙박시설을 가지고 있다. 럭셔리한 호텔부터 온천, 관광호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캐주얼 호텔까지 다양하고 개성적.. 2022. 11. 5.
후배의 깻잎을 떼어준 남편에게 물었다 이른 퇴근을 한 우린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깨달음은 요즘 리조트 건설 때문에 이곳저곳 탐방하느라 출퇴근 시간이 들쑥날쑥이고 난 나대로 모 협회에서 10년 이상 쓰고 있던 감투를 벗어버린 덕분에 시간적으로 많이 여유로워졌다. 이 레스토랑은 중국차를 멋지게? 따라주는 게 특색이며 그렇게 따라준 중국 전통차 맛이 일품으로 입소문이 나있었다. 한 방울도 떨어트리지 않고 잔에 뜨거운 물을 따르는 걸 유심히 봤더니 긴 주전자? 손잡이 부분에 브레이크처럼 물길을 잡는 장치가 있었다. 차 마시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주셨는데 생각보다 향이 진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단 맛이 은은히 올라오는 차가 마음에 들었다. 우린 쇼코슈(紹興酒)로 건배를 했다. 중화요리를 먹을 때면 늘 쇼쿄슈를 마시는데 기름진 음식과 .. 2022. 11. 2.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것 냉장고를 열 때마다 한국 냄새가 풀풀 난다. 이번에 한국에서 가져온 온갖 김치들이 밥상에 오르면 깨달음과 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밥 한공기를 뚝딱 비우고 만다. 시간이 없어 바쁜 와중에 내 귀국 일정에 맞춰 엄마와 네 딸이 모여 씻고 저리고 갈고 버무리는데 두어 시간 만에 뚝딱 끝냈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류만 선별해서 파김치, 열무김치. 무청김치, 부추김치, 얼갈이김치를 담았다. 20년 전, 유학시절 때는 김치 살 돈을 절약하느라 단무지를 사 먹기도 하고 배추보다 싼 무를 사다 깍두기나 생채를 해 먹었던 기억이 있다. 밥상에 김치가 올라오지 않는 날이 늘어나도 그냥 그러러니 하고 지냈던 것 같다. 솔직히 그다지 김치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았는데 역시나 나이를 먹으니.. 2022. 10. 30.
요즘 일본 여성의 이미지 내가 한국에서 돌아오길 누구보다 기다렸던 시무라(志村) 상을 오늘 만났다. 3년 전에 한국 통장에 넣어둔 현금을 인출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던 시무라 상은 내게 한국어를 배웠던 분이다. 본인이 직접 한국에 가서 해야 하는데 건강상 이유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내게 간곡히 부탁을 했었다.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과 통장, 그리고 한국에서 사온 조미김과 마스크를 건네자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 케이짱도 오랜만에 한국 가서 바빴을 텐데 내 일로 시간 썼지 ] [ 아니에요. 저도 은행 갈 일 있어서 겸사겸사했어요 ]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그녀는 한국에서 뭘 먹고, 뭘 했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시무라 상은 한국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에 흥미를 가지고 한국어까지 배웠다. 매년 한국에 가서 쇼핑도 하고.. 2022. 10. 27.
시아버지를 떠올리던 날 세탁기를 돌려놓고 난 냉장고를 정리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나눠 넣어두려고 소분을 하는 중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배달원이 내게 건넨 흰 상자엔 깨달음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바로 위에는 우체국 주소가 적혀있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며 보내던 날, 같은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매일 2번씩 왔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전화를 걸었더니 우체국 직원이었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셨을 때, 우린 두 분이 제철 먹거리를 드실 수 있도록 후루사토카이(ふるさと会)에 신청을 했었다. 지역 특산물인 과일이나 생선,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두 분이 매달 받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달, 아버님 요양원에서 배달을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돼서 어떻게 하면 좋.. 2022. 10. 22.
남편이 한국에 감사한 이유 한국에서 마지막 날, 지난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창가에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일찍 눈을 뜬 우린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고 우산 하나에 두 몸을 의지한 채로 광화문 쪽으로 걸었다. 유튜브로만 봤던 광화문 광장에 들어선 깨달음은 우산을 팽개치고 아이처럼 신나게 분수대로 뛰었다. 그리고 세종대왕께 한글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정중히 인사를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었더니 웃지 말라면서 자기는 진지하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로 한글 창조 과정을 봤을 때도 참 힘든 작업이였다는 걸 알았는데 직접 자기가 본격적으로 한글을 배우고 보니까 참 알기 쉽게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글자라는 생각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들어서 꼭 세종대왕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단다. 경복궁 수문장옆에서 얌전히 사진을 한 장.. 2022. 10. 18.
일본에 돌아가기 싫다는 남편 전날 밤, 소주를 두병 가까이 마신 깨달음은 의외로 팔팔했다. 아침으로 해장국이 좋겠다는 했더니 전혀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생선이 먹고 싶다길래 아침식사가 되는 곳을 찾아 생선구이를 시켰다. [ 여기.. 맛집이라고 나왔지? ] [ 나름 맛집이라고 하는데 나도 처음이야] [ 근데, 반찬도 그렇고 생선구이 맛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았다. 초벌구이를 해 둔 생선은 기름기가 다 빠져 퍼석퍼석했고 생선 고유의 풍미가 나질 않았다. 남들은 맛집이라해도 우리 입에 안 맞을 수 있고 처음 가보는 곳은 위험부담이 있으니까 실패 없이 우리가 검증했던 곳을 가야 한다고 이 생선구이집을 들어서기 전부터 얘길 했는데 직접 우리 입으로 확인해보자고 해서 왔더니 역시나 만족하지 못했다. 솥밥에도 손을 대지 않고 나온 깨.. 2022. 10. 15.
한국의 가족과 3년만에 만난 남편 김포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려는데 깨달음이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했다. 3년의 공백이 있었으니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도 구경? 하고 오랜만에 한국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30분이 넘도록 5호선을 타고 오는 길에 오고 내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깨달음이 한국사람들도 일본처럼 좌석 가장자리를 앉으려고 한다고 자리가 비면 다들 거기로 옮겨간다며 예전에는 못 봤던 풍경이란다. [ 아니야, 10년 전에도 그랬어 ] [ 그래? 난 왜 못 느꼈지...]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깨달음은 바로 리모컨을 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프로를 찾았다. 가족들과의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갈 수 있다고 했더니 된장찌개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그 집 된장찌개를 먹.. 2022. 10. 13.
3년만에 떠나는 한국... 깨달음의 여행허가가 나왔다. 프린터를 2장 해서 각자 한 장씩 파일에 넣었다. 코로나로 변해버린 입국절차가 걱정된 깨달음은 유튜브를 통해 몇 번이고 입국 방법?을 되돌려 봤다. [ 깨달음,, 허가서도 나왔고 큐코드도 다 등록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이제 PCR 검사 안 해도 되고 그냥 예전처럼 하면 되는 거야 ] [ 그래도 왠지 걱정돼 ] [ 뭐가 걱정 돼 ] [ 그냥 불안해.. 아무 탈 없이 입국할 수 있을까 해서..] [ 큐코드만 보여주면 된대 ] [ 그러긴 하는데..] 어디를 갈 것이며 뭘 먹을 것인지 어느 정도 리스트를 빼놓은 깨달음은 지도를 펼쳐놓고 단거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이동경로를 다시 체크했다. [ 공휴일이어서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리고 택시 잡는 게 많이 어려워졌대 콜로 안 .. 2022. 10. 8.
일본의 배려문화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하러 주방에 갔는데 싱크대 옆에 흰 종이가 놓여있었다. 아침을 수제비로 부탁한다는 메모였다. 한번 훑어보고는 물컵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예전 같으면 일요일 아침도 일찍 일어났을텐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근 3년간, 우린 온라인 예배를 하고 있어 주말은 늦게까지 뒹굴뒹굴한다. 언제나 교회에 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깨달음이 적어둔 메모가 떠오른다. 아침부터 무슨 밀가루인가 싶어 다시 눈을 감고 뒤척이다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늘 먹었던 누룽지로 조식을 차렸다. 깨달음이 샤워를 하고 나와서는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했다. [ 왜 갑자기 수제비야?] [ 그냥,, 수제비가 먹고 싶어서 ] [ 수제비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지.. 2022.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