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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서방은 지금도 잘 하고 있다 백신 접종 증명서를 만들기 위해 구약소에서 깨달음과 만났다. 해외에 나갈 예정이 있는 사람들은 백신 페스포트(ワクチンパスポート)라는 공적증명서가 필요했고 여권도 함께 가져가야 했다 신청서에 기재를 하고 5분쯤 지나자 바로 증명서가 발급되었다. 여권에 증명 스티커를 붙여주는가 싶었는데 말 그대로 접종증명서라 적힌 A4용지였다. 1차, 2차, 접종일과 백신명, 번호가 적힌 증명서였다. 해외에 나갈 때 이걸 가져가면 되는 거냐고 확인하듯 깨달음이 물었고 직원은 그렇다고 했다. [ 핸드폰 접종 증명 어플( ワクパス)은 언제나 되나요? ] [ 그건, 저희가 잘 모르겠는데요..] [ 혹 그 어플에 등록하면 이 증명서는 필요 없는 거죠? ] 직원이 뒤쪽 상사와 무슨 얘기를 하는 듯하더니 10월 초부터 어플을 이용할 .. 2021. 10. 21.
남편의 생각을 듣다가... 11시에 집으로 오겠다던 공인 중개사분이 20분 전부터 집 앞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열심히 창문을 닦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명함을 받은 후 차를 타자마자 바로 오늘 보게 될 네 곳의 맨션 정보가 상세히 적힌 파일들을 하나씩 훑어보았다. (일본에서 맨션 マンション 은 한국의 아파트, 아파트 アパート는 한국의 빌라를 칭함) 신혼이나 독신들이 살만한 평수와 역세권으로 포커스를 맞춰서인지 우리가 원했던, 아니 깨달음이 생각해 둔 위치와 평면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첫 번째 집부터 조망권을 시작으로 여러 질문을 계속하는 깨달음 때문인지 긴장한 탓인지 공인 중개사분이 계속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냈다. 지은 지 20년이 지나도 관리를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다며 관리업체가 어디인지까지 물으니 하나하나 .. 2021. 10. 18.
2년만에 시부모님을 뵙던 날-2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린 다시 시댁으로 이동했다. 전날 아버님이 부탁했던 것들을 좀 더 찾고 그것들을 아버님이 계시는 요양원으로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 아버님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하셨던 것은 두 자식들의 성장이 담긴 앨범이였다. 당신 죽기 전까지 실컷 보고 싶다면서 깨달음에게 부탁을 했었고 그 외에 물건들은 모두 필요 없다 하셨다. 취미로 즐기셨던 사진 찍기를 위해 애지중지 하셨던 고가의 카메라도 다 버리라 하셨다. 꼭 남기고 싶은 게 그거뿐이냐고 두 번이나 깨달음이 물었지만 단호하셨다. 그래서 앨범을 찾기 위해 이층에서 아버님 책상 서랍을 꼼꼼히 살펴 사진들을 모았었다. 깨달음이 사진첩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어머님 옷장 서랍에 것들을 모두 꺼내 처리하기 편하게 봉투에 넣었다. 내가 결혼을 .. 2021. 10. 14.
2년만에 시부모님을 뵙던 날. 4년전, 부동산에 내놓았던 시댁 집에서 연락을 받았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신 후, 매입자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팔리게 되었다. 다음 주에 매매계약을 하고 10월 30일엔 집을 철거 할 거라 했다. 서방님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우린 집이 철거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가볼 생각으로 스케줄을 조절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긴급사태도 해제되고 했으니 시부모님과의 면허가 허락될 거라 믿고 미리 전화를 드렸던 어제, 어머님이 계시는 요양원 측에서 어머님 상태가 썩 좋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내에 오셔서 얼굴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신칸센은 빈좌석이 없을 정도로 승객이 가득했다. [ 깨달음,, 지난번 집 때문에 서방님이랑 통화할 때 어머님 얘기했었어? ] [ 아니.. .. 2021. 10. 12.
여전히 두려운 일본의 지진 어젯밤 진도 5강의 지진이 있었다. 수도권 전체가 흔들렸고 내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깨달음이 잽싸게 몸을 눕혔는데도 불구하고 침대에서 떨어져 나갈 정도로 진동이 컸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 때가 불연듯 떠올라 얼른 티브이를 켜 상황을 파악하는데 내 심장박동이 빨라져가고 있었다. [ 괜찮겠지? 깨달음..] [ 응,, 나도 몰라,, 일단 거실 보고 올게] 깨달음이 거실을 둘러 볼 동안 난 잠옷에서 외출용으로 갈아입고 양말까지 신었다. [ 왜 옷 입고 있어? ] [ 여진이 또 오면 피난처로 갈지 모르니까 ] [ 그러긴 하네.. 나도 옷을 갈아입어야겠네 ] 열대어들이 놀라서 다들 우왕좌왕하더라면서 넘어진 장식 인형들을 바로 세워뒀다고 했다. 도심에선 수도관이 파열되어 물이 쏟아져 나오고 정전이 되어 칠흑에 .. 2021. 10. 9.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 아침 일찍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탈까 자전거를 탈까 잠깐 망설이다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골절 부분은 잘 붙어서 문제가 없는데 여전히 걸을 때마다 왼발이 불편하다. 재활치료라고는 하지만 집에서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을 하면서 굳어진 인대와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재활운동을 꾸준히 하고 안 하고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말에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발가락을 움직일 때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사람을 희망 고문시키는 게 아닌가 싶어 슬슬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정각 9시에 도착, 차근차근 서류접수를 하고 강의실 자리에 앉았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일 것 같은 안전교육을 꼭 받아야 하는가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2021. 10. 7.
일본의 위드 코로나 시대 지난 9월을 마지막으로 이곳은 긴급사태가 전면 해제되었고 위드 코로나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예전처럼 일상이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도 위드 코로나 (With Corona)시대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근 2년 가까이 가지 못했던 영화관을 찾았다. 007 영화는 꼭 스크린을 통해서 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억제하지 못해 집을 나섰다. 음료와 팝콘을 사려는 깨달음에게 마스크를 벗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 그냥 참자고 말렸다. 지정석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오랜만에 와서인지 기분이 색다르다고 했다. 우리 앞 줄 건너편에 앉은 아저씨는 맥주캔을 가방에서 꺼내더니 조심히 티슈로 캔을 감싸며 상표가 보이지 않게 붙이고는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상영시간 2시간이 넘은 영화였지만 지루하지 않고 잘 .. 2021. 10. 4.
한국에 취업하길 원하는 일본 대학생들 지난 패럴림픽 보란티어를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간대가 달라 늘상 같은 분들과 활동을 할 확률이 높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 3일간 나와 함께 5시간씩 같이 움직였던 요시다(吉田) 상이라는 분이 계셨다. 요코하마(横浜)에서 오신다는 요시다 상은 올림픽 때도 보란티어를 하셔서인지 모든 게 익숙하셨고 미숙한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쳐주셨다. 3일에 한 번씩 해야 하는 PCR 검사날, 검사 키트가 다 떨어져 다음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요시다 상이 다른 부서에 가서 일부러 가져오셨고 마지막 날은 선수촌 근처에 갔다가 찍었다며 한국인 선수 전용 운송차량 사진을 내게 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면 대학생인 자신의 딸이 K-POP과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서 자신도 한국에 친근감이 생겼다고 하셨다. 주말.. 2021. 9. 30.
우린 한국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아침 일찍 필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코스트코에 들렀다. 이른 시간대는 쇼핑객들이 별로 없어 선호하는 우린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멈춰 서 올 해는 큰 통닭구이를 하는게 어떻겠냐는 애길 했다. 피자 한조각을 사려고 잠시 줄을 섰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도 좀 신경이 쓰였고 늦여름이 계속된 탓에 옷이며 침구류를 지금까지 바꾸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오늘 하기로 해서였다. 각자의 침대 커버부터 카펫까지 모두 가을 옷을 입히고 세탁기를 돌렸다. 1년 365일이 참 빠르다. 계절에 맞춰 침구를 갈아 덮고, 두꺼운 옷들을 꺼내 입었던 텀들이 점점 짧게만 느껴지는 건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매년 새로운 사계절이지만 습관처럼 반복되는 새 옷입히기가 엊그제 같은.. 2021. 9. 27.
특별하지 않아도 좋은 생일날 추분인 오늘은 이곳도 휴일이었다. 아침에 난 수초 정리를 하며 어미와 치어들을 분리시켰다. 나중에서야 거실로 나온 깨달음이 자기도 뭔가 하겠다고 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다고하는데 뒤에서 가만히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 깨달음,,나 혼자 해도 돼 ] [ 알아,,근데 뭐 할 게 있나 해서 ] 소파에서 수조의 물이 정화되길 기다리는데 깨달음이 옆에 앉더니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고 있냐고 물었다. [ 추분이잖아,,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고 밤이 점점 길어질 것이고 ] [ 그거 말고 ] [ 뭐? ] [ 오늘 당신 생일 아니야? ] [ 아,,음력으로 하면 10월 28일이던데..] [ 난,,오늘이라 생각하고 예약도 했는데..] [ 아,,그래,,그럼 오늘 하지 뭐..] 음력과 양력을 매년 말해줘도 헷갈려하니 그냥.. 2021. 9. 24.
일본에서 맞이하는 추석 [ 뭐를 사 오면 되는 거야? ] [ 과일만 사 오면 돼 ] [ 알았어, 갔다 올게 ] 내가 전을 부치고 있는동안 깨달음은 마트를 다녀오기로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린 한국이 아닌 이곳 일본에서 추석을 맞이했다. 매번 추석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만 만족하지만 이렇게 전을 부치고 있으면 부쩍 가족들 얼굴이 떠오른다. 이번 추석에는 깨달음이 갈비찜이 아닌 떡갈비가 먹고 싶다고 해 떡갈비를 맛깔나게 구웠다. 전을 완성하고 햇밤이 다 익어갈 무렵 깨달음이 들어와 깨끗이 씻은 과일을 올렸다. [ 이건 뭐야? ] [ 응,,송편 같은 떡이 없어서 알록달록 색이 비슷한 거 사 왔어, 맛은 전혀 다르지만 ] [ 고마워. 얼듯 보면 송편 같네 ] 떡갈비를 먼저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잡채를 한입 가득 넣는 깨달음.. 2021. 9. 21.
예전의 한국을 그리워하는 남편 샤워하는 소리가 평소보다 30분 늦은 걸 보니 오늘은 깨달음이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긴급사태가 서너 달에 한 번씩 발령이 되면서 암묵의 룰처럼 우린 서로의 패턴을 읽게 되었다. 이런 날은 나도 느긋이 아침을 준비하고 함께 식사를 한다. 다른 날은 깨달음이 먼저 식사하지만 오늘은 겸상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난 외출을 했고 깨달음은 집 안에 있는 동안 뭘 했는지 알지 못한다. 집을 나서기 전, 점심은 뭘 먹을 거냐고 했더니 지난번 코리아타운에서 사 온 버터와플 먹으면서 영화를 볼 거라 했다. [ 과일 챙겨놓은 것도 먹어 ] [ 알았어 ] 내가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4시 무렵,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지 얘기를 나누다 깨달음이 조카 결혼식은 잘 치렀는지 물었다. [ 응, 잘 끝.. 2021. 9. 17.
아내로서 책임과 의무 골절되었던 뼈가 완전히 붙었다는 기쁜 소식은 들었지만 걸을 때마다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골절 부분이 아닌 발바닥, 발등, 그리고 쪼그려 앉지를 못할 정도로 발목이 뻣뻣해져 있어 집 근처 병원을 찾았는데 인대손상인 발목 염좌라고 했다. 그날,,, 발목이 꺾이면서 뼈도 부러지고 발목 관절을 지지하고 있던 인대와 근육이 늘어나고 일부 찢어지며 변형이 생긴 것이였다. [ 그래서 이렇게 딱딱해진 건가요? ] [ 네,, 굳어져서 그걸 풀어야 되니까 재활치료하셔야 합니다 ] [ 얼마나 해야 정상으로 돌아올까요? ] [ 음, 부분 파열이니까 3개월 이상은 하셔야 될 것 같은데 꾸준히 안 하시면 6개월이 넘어갈 수도 있어요 ] 늘어난 채로 방치해두면 습관적인 염좌, 나아가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발목 보강 운동을.. 2021. 9. 14.
한국에서 한달살기를 하는 의미 아침을 먹고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깨달음이 날도 좋으니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 [ 느닷없이 웬 바람쐬러야? ] [ 바다 보고 싶다면서, 가자, 옷 입어 ]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난 외출 준비를 하고 깨달음은 신칸센을 예약했다. 목적지는 도쿄와 가까운 아타미(熱海)로 결정하고 잠깐 가서 맛있는 점심 먹으며 바다 냄새 맡고 오자는 것이였다. 빨래는 둘이서 대충 널어두고 집을 나서는데 깨달음이 콧노래를 불렀다. [ 깨달음, 되게 오랜만인 것 같아..] [ 그렇지, 당신 다리 다치면서 못 움직였으니까 3개월 이상 됐지. 외출한 지.. 이렇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게 재밌다 ] [ 맞아 ] 아타미(熱海)는 온천지로 도쿄와 가까워 한국의 가족, 친구들도 찾았던 곳이며 깨달음이 설계한 호텔이 몇 군데 있어 더 친.. 2021. 9. 9.
남편에게 미안한 건 나였다. 내가 골절상을 입었던 두 달 전부터 우린 외출을 마음껏 하지 못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있고 코로나 감염자 수가 폭증하고 있어 외출은 물론 외식을 할 염두가 나질 않았다.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도 가끔해서 먹긴 했지만 집밥과 비교할 수 없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항상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주말이면 좀 더 느긋하게 즐긴다. [ 역시,,집밥이 최고야 ] [ 깨달음,,반찬이 많아서 더 좋은 거지? ] [ 물론이지, 이렇게 먹으면 난 너무 행복해, 이 새우젓 무침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 ] [ 입맛에 맞는다고 하니 다행이네 ] 반찬이 많은 걸 좋아하는 깨달음을 위해 누룽지에 잘 어울리는 반찬들을 준비한 보람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던 깨달음이 병원에 혼자 갈 수 있는지 물었고 난 .. 2021.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