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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이 전화를 하셨다. 퇴근하고 온 깨달음이 오전에 아버님과 통화를 했는데 내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하셨단다. [ 무슨 일 있어? ] [ 아니, 별 건 아니고 당신이 보낸 소포가 잘 도착했다는 거였어 ] 일주일에 3번씩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과자나 과일을 챙겨 보내드린지 꽤 오래됐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니 그거라도 해야지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해오고 있다. 요양원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에 맞춰 전화를 드릴 요량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깨달음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님이셨다. 날씨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는데 내게 깨달음이 전화기를 건넸다. [ 케이 짱, 고맙다. 늘 챙겨줘서..] [ 아니에요. 아버님, 별 일 없으시죠? ] [ 응, 나야 너네들 덕분에 잘 있단다 ] [ 아버님,,외롭지는 않으세요? ] [ 응,,나는.. 2021. 3. 3.
생각이 많았던 남편의 주말 3월 7일이면 긴급사태 선언이 풀린다고 한다. 첫 번째 발령되던 때와는 달리 두 번째였던 이번 긴급사태는 모두가 코로나에 익숙해져서인지 외출과 외식을 자숙해 달라는 도쿄도지사의 당부 캠페인이 광고와 섞여 매시간마다 나오고 있지만 모두가 많이 지친 것도 있고 더 이상 참는데도 한계가 온 듯 주말이면 온 거리에 나들이 인파들이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 백신이 의료진에게 먼저 접종되면서 왠지모를 안도감에 지난 2주 연속 주말까지 외출을 했었는데 충분한 분량의 백신이 확보되지 않았고 주사기까지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접종시기가 점점 늦춰질 거라는 뉴스를 듣고 우린 다시 느슨해진 정신을 다잡고 착실히 스테이홈을 하기로 했다. 깨달음은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지금처럼 주 3일 근무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매일 회사에 출근.. 2021. 2. 28.
요즘 우리 부부가 자주 찾는 곳 어제는 봄처럼 따뜻하다가 오늘은 또다시 맹추위가 찾아오는 이상기온이 며칠째 계속되는 이곳. 다운재킷을 넣었다가 꺼내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오늘은 겨울 찬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날아갈 것 같은 날씨였지만 깨달음과 외출을 했다. 엄마 생신선물로 뭘 보내드릴까 싶어 긴자(銀座)로 나가 유락쵸(有楽町) 사이에 있는 안테나숍들을 찾았다. 안테나숍은 전국 각 지역의 공예품, 식자재, 쥬류, 채소, 생선, 액세서리 등 그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오키나와(沖縄)까지 그 지역 대표음식들과 명물들이 준비되어 있어 요즘처럼 코로나로 여행을 못하게 되면서 이 안테나숍이 인기가 많아졌고 우리도 자주 찾고 있다. 특히 냉동된 식재료이 다양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분들은 자신의 고향의.. 2021. 2. 25.
다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지난 주말 13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 후쿠시마현(福島)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고 도쿄까지 흔들렸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들어섰던 우린 흔들림이 심해지자 얼른 거실로 뛰어 나가 열대어 수조에 물들이 출렁거리다 밖으로 넘쳐나지 않은지 확인을 하고 생방송 뉴스를 20분 정도 지켜보았다. 동일본 지진 때처럼 상당히 큰 흔들림이어서인지 덜컥 겁이 나 얼른 생존배낭을 밖으로 빼놓고 둘이서 티브이를 집중해서 봤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관동지역 83만 가구에 대규모 정전이 되었고 신칸센과 고속철도 일부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었다. 여진이 다시 올 것을 염려해 해안가엔 접근을 하지 말고 물과 식료품, 핸드폰 충전기, 손전등을 미리 체크해서 준비해 두라고 모든 채널들이 긴급방송을 내 보내고 있었.. 2021. 2. 23.
9월엔 한국에 갈 수 있을까.. 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14일, 초콜릿도 선물도 없이 그냥 지나쳤다. 매년 작은 초롤릿이나 초코케이크로 기념했던 것 같은데 해가 갈수록, 아니 나이를 먹을수록 이젠 우리처럼 노년을 향해가는 부부들에겐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기념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깨달음이 출근을 하려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왜 올 해는 초콜릿을 안 주냐고 그래서 젊은 층에는 의미 있는 날이겠지만 우리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서라고 했더니 자기는 받아야겠단다. [ 알았어. 무슨 맛 초콜릿으로 사줄까? 위스키가 들어있는 거? 아님 블랙 초코? ] [ 아니, 그냥 나 밥 사 줘..] 초코에서 밥으로 왜 넘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밥을 사달라는 깨달음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알겠다고 했다. 4시에 조기 퇴근을 할 예정이니.. 2021. 2. 19.
나 몰래 남편이 주문한 것 한국의 구정이었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년, 구정이 되면 되도록 한국식으로 쇠려고 떡국이며 갈비, 전 등 명절 음식을 장만하곤 했지만 올 해는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깨달음은 예전처럼 구정날 아침, 떡국을 먹을 거라 생각했는지 내가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준비하자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국은 설날이 아니지 않냐고 확인차 물었다. 설날인데 신정때 떡국도 먹었고, 구정을 굳이 쇨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하자 더 이상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코로나 생활이 1년을 넘어가면서 매 끼니마다 다른 메뉴들을 만들어 먹다보니 특별함을 잊은 지 오래고 솔직히 지겹웠던 게 사실이다. [ 우리 쇼핑 할까? ] 깨달음이 물었다. [ 살 거 없는데...] [ 그냥 나가보면 쇼핑할 게 생기지 않을.. 2021. 2. 15.
의외의 처방전을 내려 준 일본 의사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다행히 환자는 아무도 없었다. 병원 입구의 출입문은 물론 치료실 문도 모두 열어둔 채 환기를 시키고 있는 듯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주기 위해 작은 탁상용 난로가 좌우 열심히 고개를 움직이고 있었지만 전혀 따뜻함이 전달되지 않았다. 환자가 나 뿐인데 간호사는 서류를 정리하는지 좀처럼 날 부르지 않았고,, 그냥 그러러니 하고 잠자코 기다렸다. 원장님은 오늘도 두꺼운 안경을 치켜올리며 나와 차트를 번갈아 보셨다. [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오셨죠? ] [ 아니.. 그것도 그렇고 제 입술이...] [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힘든 일 하셨어요? ] [ 아니요,, 평소와 별 반 다를 게 없었는데..] [ 식사는 잘하셨나요? ] [ 네,,] [ 이게 몸이 피곤하거나, 면역이 떨어졌을.. 2021. 2. 12.
도쿄 올림픽 위원회에서 온 메일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메일이 도착했다. 작년, 2020년 도쿄 올림픽 보란티어로 선발되면서 세미나 참석을 하고 꽤나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개최가 1년 연기되었고 올 해도 코로나를 잡지 못하면 또다시 연기를 하거나 아예 취소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런 불안정한 시점에 지난 3일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인 모리 회장이 일본올림픽위원회 (JOC) 임시 평의원회의에서 여성 이사 비율을 현재 20%수준에서 40%까지 올리는 증원 문제에 관련해 여성이 많으면 시간이 걸리고 말이 많아 이사를 늘릴경우 발언시간을 규제하지 않으면 좀처럼 회의가 끝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 또한,이미 선정된 조직위원회 여성의원들은 그런 분위기를 분별할 줄 알고 있어 진행이 편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2021. 2. 9.
일본판 주민등록증을 받던 날 2020년 8월 28일, 깨달음과 함께 마이넘버 카드를 신청했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이 카드는 모든 행정업무가 아주 간단히 처리된다는 장점이 있어 신청하게 됐는데 5개월이 지나서야 교부 통지서가 도착했다. 작년 연말쯤 깨달음이 구약소에 전화를 해 언제쯤 받을 수 있는지 확인했을 때 언제라는 답변을 못 드리겠다고 해서 그냥 잊고 있었는데 통지가 왔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다른 점은 지문을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신원확인을 할 수 없어 어찌 보면 단순히 말 그대로 개인 식별번호가 주어지는 카드이다. 이 카드엔 전자증명서(인증서)가 탑재되어 있어 전자서명이나 증명, 즉 인감도장 역할을 병행하고 있지만, 운전면허증과 여권으로도 충분히 증명이 되므로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전체의 60%를.. 2021. 2. 6.
일본은 김밥 먹는 날이 따로 있다. 이곳 일본은 매해 세쓰분(節分)에 김밥을 먹는 풍습이 있다. 계절의 시작을 가리키는 입춘의 전날, 세쓰분은 매년 2월 3일 전후이며 이 날은 밤에 각 가정에서 남자나 어른이 귀신 가면을 뒤집어쓰고 마메마키(豆まき)를 하고 우리의 김밥과 같은 에호마키(恵方巻)를 먹는다. 콩을 뿌리는 이유는 액운을 막기 위함이고 에호마키를 먹는 건 복을 부르는 의미에서이며 콩을 뿌릴 때는 오니와 소토, 후쿠와 우찌(鬼は外、福は内)라는 말을 외치며 콩을 뿌린다. 귀신은 밖으로, 복은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이다. 그렇게 뿌린 콩은 자신의 나이만큼 먹어야 하며 에호마키를 먹을 때는 그 해의 좋은 방위, 손이 없는 방향을 향해 먹으며 끊어 먹거나 먹는 동안 말을 해서는 안된다. 이 에호마끼는 김밥처럼 여러 재료들을 넣어 만들고 칠복.. 2021. 2. 3.
이젠 그만 하려한다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인지 커피숍은 한가로웠다. 점심을 먹지 못해, 일단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받아 들고 왔는데 입맛이 별로 없다. 깨달음은 지난주부터 직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트러블을 해결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고,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열고, 만나주지 않겠다는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전에 깨달음과 같이 움직이다 오후엔 내 일을 좀 보고 난 혼자 커피숍에 앉아 있다. 오늘은 책도 가지고 오질 않아 그냥 멍하니 식어가는 코코아를 바라 볼뿐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근처 책방이 있는지 검색을 하려다 그냥 관뒀다. 책도 들어올 것 같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싶은데 친구가 보낸 메일이 약간 신경이 쓰인다. 내 쪽에서 연락을 두절했던 친구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 2021. 2. 1.
남편과 한국의 교양프로를 보다가 ,,, 코로나로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된 지 벌써 3주가 지나가고 있다. 2월 7일이면 해제될 거라 했지만 지금 상태로는 2월 말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리 부부는 요즘 유튜브를 통해 한국 재래시장 투어를 하고 있다. 광주에 내려가면 필수코스처럼 항상 갔던 말바우시장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린 장날의 모습들을 보며 한국을 느끼고 있다. 또한, 한국 프로도 열심히 보고 있고 특히, 깨달음이 즐겨보는 음식, 요리 관련 프로는 과거 편까지 되돌려 가며 보고 있다. 허영만의 백반 기행, 한국인의 밥상,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전국의 맛집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둘러 볼 수 있어 깨달음은 좋단다. 오늘도 밀린 저번 주 편부터 보고 있는데 출연자 둘이서 남은 떡볶이 국물에 김밥을 찍어 먹는 .. 2021. 1. 29.
자꾸만 한국으로 나를 보낸다 깨달음은 잠깐 회사를 다녀와야 해서 난 혼자 우체국을 찾았다. 오늘은 동생과 지인에게 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 박스를 챙겨 나왔다. 내게 한국의 가족, 친구, 지인, 블로그 이웃님께 소포를 보내는 일이 이젠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같은 곳에 살고 있다면 만나서 차라도 한 잔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니 그냥 잠시나마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생각하고 싶어 보낸다. 짤막하게 소포 내용을 적어 넣을 때도 있고 아예 아무것도 적지 않은 상태로 보낼 때도 있다.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먹는 걸까? 바라는 걸까?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게 즐겁고 일본 여행을 자주 오거나 일본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보내 준 물건을 써 보고 사용후기를 상세히 알려줘서 그 또한 재미가 있다. [ 이번.. 2021. 1. 26.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산다 집 근처 우체국은 영업시간이 끝난 상태여서 본점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시부모님이 계시는 요양원에 보내드릴 소포를 들고 줄을 서 있는데 우편물 취급이 일시정지된 나라가 적힌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항공편은 되고 선편은 되지 않는 나라, 선편은 되지만 항공편은 안 되는 곳 등,, 지구촌 곳곳을 코로나가 점령하고 있다는 끔찍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 우체국을 나와 자전거로 근처 강둑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외출도 삼가야 하는 긴급사태 선언 중이다 보니 일을 보러 가끔 집 밖을 나가게 되면 그냥 공원 주변이나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배회하듯 걷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한다. 집에 들어서자 깨달음이 거실에 놓인 박스를 가리키며 카나마루(깨달음 대학 동기)가 보낸 .. 2021. 1. 23.
광고 수익금을 남편에게 줬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우린 밖으로 나갔다.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되고 처음으로 하는 외출이었다. 둘이서 여행 다니는 걸 상당한 즐겼고 주말이나 휴일이면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 박물관, 전시관을 찾아가며 문화생활을 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한다. 그렇게 집에 있는 시간보다 세상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길 좋아해서인지 이렇게 날이 좋은 날이면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람 쐬러 나가야한다. [ 깨달음, 그래도 긴급사태 중인데 나오는 게 좀 꺼림칙하다 ] [ 괜찮아,, 저기 공원에 사람 없는 곳에서 그냥 산책만 할 거니까 ] 늘 오는 곳이어서 감흥은 없지만 공원을 돌다 보면 기분이 전환되는 느낌이다 . 자유여신상 주변을 한 바퀴 돌고 근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려 앉는데 깨달음이 자기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조심스럽.. 2021.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