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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66

새로운 직업을 찾은 남편 코리아타운은 언제나처럼 붐볐다. 이곳을 찾은 일본인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갈 때마가 느낀다. 짜장면은 그저 치즈핫도그처럼 간식에 불과하다고 선언했던 깨달음은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며 코리아타운에서 만났다. 가게 안은 나만 빼고 100%일본인이였고 모두가 20대 여성들로 가득했다. [ 당신만 남자네...] [ 나는 그것보다 어떻게 일본인들이 이렇게 짜장면을 먹으러, 그리고 이 집을 어떻게 알고 대낮부터 찾아와 먹고 있는지 놀라워 ] [ 당신이 여기와 있듯이 당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겠지 ] [참,, 대단하다.. 대단해.. 우먼파워..] 오랜만에 먹으니까 역시 맛있긴 하다며 짜장을 다 비비기도 전에 먹었다. [ 그렇지? 원래 짜장면이 그래.. 안 .. 2023. 10. 13.
아픈 건 자신의 몫이다 2년 전, 여름 대상포진이 걸려 통증으로 이를 갈았던 아픈 기억을 두 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아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맞았다. 맞기 전에 효과와 부작용을 일단 숙지하고 맞았는데 맞은 날 저녁부터 고열이 나고 몸에 잠들어 있던 혈관들이 백신과 싸우는 중인지, 백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인지 온 몸이 쑤시고 저리고 열이 올라 한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통증으로 한 숨을 잘 수 없었다. 급하게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원래 발열이 있는 거라고 코로나 백신 때처럼 몸에서 면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니 2,3일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았을 땐 어깨가 약간 무거운 느낌만 들었을 뿐 아무렇지 않았는데 대상포진 백신이 이렇게 보대끼고 힘들 거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 얼음주머니를 두 개나 끌어안은 채 침대.. 2023. 8. 10.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는 남편을 보며 장마가 시작된 도쿄는 오늘도 비가 내렸다. 오전 중에 내리던 비가 오후면 잠깐 개이다가 밤이 되면 추적추적 아침까지 내린다. 주말인 토요일은 잔뜩 흐린날씨이긴 했지만 다행히 비가 오질 않아 나는 깨달음과 한 약속을 지키기위해 약속장소에 미리 나가 쇼핑을 했다. 약속시간 20분 전, 깨달음에게서 역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오길래 서둘러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쇼코슈(紹興酒 소흥주)로 건배를 하고 깨달음이 먹고 싶다는 메뉴들을 주문했다. [ 오늘은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날인거지? ] [ 응, 당신 하고 싶은 거, 먹고 은 거, 가고 싶은 곳,, 맘대로 하는 날이야, 아버지의 날이니까 ] 일본은 한국처럼 어버이날이 있지 않고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이 나눠져 있다. 어머니의 날.. 2023. 6. 12.
일본 남자도 별 반 다를 게 없다. 3일 전부터 복통을 동반한 설사를 했던 깨달음은 이틀간 금식을 했다. 코로나인지, 아니면 식중독인지, 그냥 단순한 배탈인지 신경이 쓰이는데 깨달음은 그냥 배탈 난 거라고 요 며칠 더워서 차가운 얼음 음료를 많이 마셔서라는데 신빙성이 없었다. 왜냐면 원래부터 사시사철, 한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사람인데 차가운 음료 탓으로 돌리는 건 납득이 안 갔다. 식중독일지 모르니까 병원에 가보라는데 내가 준 약을 먹어서 괜찮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사제를 하루 먹었더니 설사는 멈췄는데 배가 여전히 기분 나쁘게 아프다고 해서 문득 구충제를 먹은 지가 언제인가 싶어 생각해 봤더니 먹을 때가 된 거 같아 건넸었다. 그렇게 구충제를 먹고 하루가 지난 어젯밤, 잠들기 전에 상태가 어떤지 물었더니 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아.. 2023. 4. 2.
일본 주부들 사이에 인기 있는 이 소스 코리아타운에 잠깐 들려 사고 싶은 게 있다는 메이짱은 사람들이 줄이 서 있는 가게마다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새로 생긴 카페가 완전 한국식 인테리어라며 케이크랑 빵도 지금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것들이라고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나보다 훨씬 한국소식이 빠른 메이짱은 내 블로그에서도 두어번 소개된 친구이다. 한국 음식 만들기를 취미로 삼고 김치는 물론 잡채며 각종 전까지 손이 가는 음식들도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한다. 코로나로 3년이상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은 내가 시간을 그녀에게 맞췄다. 내게 미술치료를 받았던 그녀는 내성적이며 소극적이였다. 이혼 후, 한국 드라마를 접하면서 한국요리에 흥미를 갖게 되고 하나씩 만들어보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붙어 우울했던 시간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는 그녀. 우리 집.. 2023. 2. 3.
가난은 솔직히 많이 불편하다 PCR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좀처럼 설사를 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지난주부터 복통과 함께 속이 불편하다고 했다. 코로나는 아닐 거라며 검사를 차일피일 미루길래 당장 하라고 쓴소리를 했었다. 이젠 코로나에 걸려도 그냥 독감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로 전환되어 버렸지만 그게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바이러스이기에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미리 조치를 취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지난 연말부터 송년회, 그리고 신년을 맞이해 거래처에 인사 다니면서 예정에 없던 식사자리에 참석하기도 하고 저녁엔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어가길래 조심하라고 당부했었다. 그럴 때마다 자기는 백신을 5차례나 맞아서 행여 또 걸려도 증상이 거의 없을 것이기에 남에게 옮겨가지 않을 거라는 근거도 없는 소릴 하길래 두말할 것 없이 당장 검사를 .. 2023. 1. 11.
남편이 점점 건방져진 이유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 벌써 10년이 지나도록 아침을 꼭 챙겨 먹었다. 다른 부부들은 간편식으로 빵이나 미숫가루,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대용한다는데 우린 꼭 밥을 위주로 식단을 차린다. 매주 월요일, 깨달음이 단식을 하는 날에 나는 일주일간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화, 수, 목, 금, 토, 일요일을 먹는다. 반찬들은 거의 여느 한국 가정에 자주 올라오는 반찬들로 만드는데 다행히도 깨달음은 아주 좋아하고 잘 먹는다. 어묵볶음, 쥐포 조림, 김무침, 청란 젓, 명란젓, 꽈리고추볶음, 미역줄기, 콩나물, 무나물, 호두조림, 호박 조림, 미역무침, 우엉볶음, 오징어채, 파김치, 오이무침, 열무김치, 깻잎, 알타리김치 등등 각종 젓갈도 자주 식탁에 올라온다. 주말이면 조금 특별식?을 만들기도 하고 깨달음이 먹고 .. 2022. 12. 9.
뿌듯하고 행복한 남편의 하루 내가 예배를 보는 동안 , 깨달음은 사무실에서 작년에 산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했다.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먹거리를 사는 사람, 그 음식을 근처에서 앉아 먹고 있는 사람, 진풍경을 찍는 사람, 라이브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로 서로 얽혀 걸을 수가 없어 그냥 신사 안에서 만나기로 했다. 작년까지만해도 진자 입구에 코로나 방역으로 손소독제가 올려진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올 해는 그런 문구조차도 없이 코로나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쿠마노테는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갈쿠리로 복을 긁어 모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쿠마노테는 판매하는 곳마다 장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 2022. 11. 28.
국제 로맨스 사기에 등장한 한국인 그녀와는 오후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집까지 온다길래 그냥 밖에서 보자고 달랬다. 실은 지난주말부터 날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오늘에서야 시간을 낼 수 있었다. 토요일, 오전에 내게 전화를 했을 때에 비하면 모든 게 차분해진 그녀는 레스토랑에 앉자마자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 마루야마 상, 경찰서는 다녀왔어요? ] [ 응,,,어제 갔다 왔어..] [ 왜 바로 안 가고 어제 갔어요? ] [ 솔직히 아직도 긴가민가 해..] [ 경찰에서는 뭐래요? ] [ 두명의 형사 앞에서 취조당하듯 경위서를 쓰는데 이런 사기가 자주 일어나는 일이여서인지 날 아주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봐서 기분이 좀 나빴어 ] 마루야마 상은 60대 초반으로 나와는 모단체에서 알게 됐는데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에게 분명 한국인 피.. 2022. 8. 11.
다시 되살아난 남편의 하루 어제, 드디어 음성 판정을 받은 깨달음은 코로나에서 해방된 날이라며 꽤나 들떠 있었다. [ 나, 이제 밖에서 놀아도 돼 ] [ 그렇게 놀고 싶었어? ] [ 응 ! ] 뭘 어떻게 놀고 싶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상기된 얼굴을 하고는 코로나 때문에 예약을 취소했던 딤섬을 먹으러 갔다. 紹興酒 (쇼우코슈)를 한 잔 하며 10일 넘게 집에서 격리생활을 하며 느낀 것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자기 방으로 내가 식사를 가져다주고 비닐장갑을 끼고 여기저기 알코올로 닦고 세탁물도 따로 돌리는 걸 보면서 내 일을 두배로 늘렸다는 생각에 미안했단다. [ 아니야, 별로 힘들지 않았어 ] [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 그리고 우리 직원도 이젠 용서해 줘, 분명 그 직원 때문에 나도 코로나에 걸렸지만..] 양성 판정을 받고도 버젓이.. 2022. 8. 2.
무작정 떠난 오사카에서,,, 깨달음은 거실에서 조용히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아침을 준비하려고 주방으로 가는 날 힐끔 쳐다보면서 오늘도 찜통더위가 계속될 거라고 했다. 에어컨 온도를 25도로 낮추고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날이 너무 더워 되도록이면 가스레인지를 켜고 싶지 않지만 계란말이가 먹기 위해선 가스불을 켜야 했다. 예정대로라면 우린 이곳 일본이 아닌 한국에 있어야하는데 그랬으면 아침부터 을지로 김치찌개 전문점에서 생선구이랑 편하게 먹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둘이서 이 주말에 뭘 할까 잠시 눈으로 대화를 나누다 깨달음이 가장 한국적인 곳을 가자고 했다. [ 나,,,코리아타운 안 갈 거야.. 이 허탈한 기분은 코리아타운에 가도 메워지지 않으니까..] [ 코리아타운 말고 오사카(大阪) 가자 ] [ 오사카? ] [ .. 2022. 7. 3.
기운 차린 남편,,그리고 블로그 지난 금요일을 시작으로 이곳은 약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코로나의 공포가 무뎌져 가는 요즘이어서인지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모두 떠났지만 우린 그냥 착실히 각자의 일을 하며 휴일을 보내고 있다. 눈을 뜨면 서로의 루틴에 맞춰 움직이고 깨달음은 자기 방에서 일을 하다 가끔 팩스를 보내려고 편의점을 다녀오는 게 다였다. 나는 나대로 악기 연습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머지 휴일을 어찌 보낼까 아침을 먹으며 얘길 나누다가 깨달음이 맵고 자극적인 게 먹고 싶다고 해 메뉴도 정하지 않은 채 코리아타운으로 무작정 나갔다. 역 앞에서부터 얼마나 사람들이 많던지, 닭강정은 닭강정대로, 호떡집은 호떡집대로 가는 곳마다 줄 서 있는 행렬들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날은 유난히 .. 2022. 5. 4.
일본 방송에선 요즘 이런 게 소개된다 [ 케이짱, 잘 있지? 나 지금 코리아타운이야 ] 상기된 목소리도 내게 전화를 건 우에노 상(上野)은 마치 엊그제 통화를 했던 것처럼 안부인사도 생략한 채 익숙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코리아타운에 나왔는데 내 고향, 전라도 김치를 파는 곳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 생각이 나 전화를 했단다. [ 케이짱,여기 내가 처음 보는 한국식품이랑 김치들이 엄청 많은데 알고 있었어? ] [ 아.. 저도 그 마트 최근에 알았어요. 한국 가야 살 수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 [ 예전에 케이짱 집에서 먹었던 말린 나물 같은 거도 팔고 있어. 완전 한국 같아. 내가 사진 보내줄게 ] [ 아니..괜찮은데...... ] [ 근데 케이짱은 이런 마트를 알았으면 나한테도 말해주지 그랬어 ] 내게 한국어를 6개월 정도 배웠던 우.. 2022. 3. 17.
식욕...그리고 소크라테스 아침을 서둘러 먹고 외출 준비를 했다. 언제 내릴지 모를 꾸무럭한 날씨를 대비해 우산을 챙기고 있는데 깨달음이 자기 방에서 튀어나와 어딜 갈 거냐 물었다. [ 쇼핑 좀 하려고,,] 이곳은 금요일(건국기념일)부터 연휴였다. 연일, 7만, 8만인의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어 지금 같은 상황에선 연휴여도 전혀 의미가 없어 평소처럼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몸조심, 코로나 조심을 하고 있는 중이기에 혼자 다녀올 요량이였다. [ 어디로 갈 건데? ] [ 코리아타운 ] [ 그럼, 나도 갈래 ] [ 얼른 필요한 것만 사고 올 거야, 그니까 당신은 그냥 집에 있어 ] 싫어소리와 함께 빛의 속도로 외투를 걸치고 나온 깨달음이 내 팔짱을 꼈다. 굳이 코리아타운에 가지 않아도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웬만한 식재료는 구입할 수 있지만 .. 2022. 2. 14.
남편은 코리아타운을 그래서 갔다. 이곳은 내일, 월요일까지 연휴이지만 잠잠했던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하기 시작하면서 우린 또 스테이 홈을 실행 중이다. 오늘 아침, 신정연휴 때 3단 찬합에 만들어 둔 오세치(おせち명절 음식)를 깨달음이 점점 질려했고 먹을 때마다 정말 내년에는 오세치를 만들지 않을 거라고 자기 자신에게 맹세하듯 몇 번이고 되뇌이며 매년, 오세치 만들지 말자고 했던 내 말을 들었어야했다며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 나,, 오늘은 정말 다른 거 먹고 싶다. 입맛을 바꿔줄 만한 거 ] [ 뭐 먹고 싶어? ] [ 신라면, 매운맛으로 죽어가는 입맛을 찾아야 될 것 같아 ] 그렇게 질려하는 깨달음을 위해 냉동실에 얼려둔 새우와 전복, 문어로 해물라면과 떡갈비를 구웠다. 라면을 정신없이 먹다가 남은 오세치가 생각났는지 내일까지 먹어치워.. 2022.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