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122 고장난 온수기를 보다가,,, 지난 목요일, 샤워중이던 깨달음이 젖은 몸에 수건을 두루고 나와서는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급탕기(給湯器 온수기)가 고장난 것 같은데 키친쪽은 어떠냐고 물으면서 리모콘이 아예 작동을 하지 않는다고춥다며 벌벌 떨었다.머리를 감고 있던 중이었다는 깨달음은일단 찬물로 샴푸를 씻어내고 나왔다며온수기 설치센터 전화번호를 찾았다.내가 일단 센터에 전화를 하고 방문날을 잡고는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야마다덴키(ヤマダ電機 )에 가서 일단 고장상태를 얘기 했더니연식이 10년 넘으면 고장이 난다며교체하는 게 좋겠다고 미리 견적을 냈는데적어도 40만에서 50만엔(약 5백만원)까지교체비용이 든다고 했다.생각보다 비싼 온수기값에 놀라 원래온수기가 그정도 드는가 싶으면서도고치지 않으면 샤워를 못하게 생겼으니일단 기사분이 직접 .. 2025. 3. 23. 당연하지, 난 한국인이니까 [ 정 상은 지난번에도 자리를 양보하던데오늘도 양보하네, 진짜 착해 ]착한 게 아니라 연장자가 눈 앞에 서 있는데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져서전철이든, 지하철, 버스에서든 몸이 먼저반응해 일어서는 난 역시 한국인이다.[ 정 상이 준 김치는 팔아도 될 만큼 맛있는데왜 그냥 막 나눠주는 거야, 아깝잖아 ]콩 한쪽도 나눠 먹는 거라 배웠고기브엔테이크식 사고가 아닌바라는 거 없이 주고 받고 자란 덕분에 계산하지 않고 같이 나눠먹고 싶은 마음이드는 난 역시 한국인이다.[ 정 상이 자기 의견을 확실히 말해준 덕분에일이 빨리 진행되서 고마워 ]주위 눈치보면서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그렇다고 내 이익을 위해 불합리한 선택을하고 싶지 않아서싫은 건 싫은 것이고 좋은 건 좋은 거라자기 감정에 솔직한 난 역시 한국인이다.. 2025. 3. 12. 우리 부부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방법 보글보글 빨갛게 끓어오르는 김치찌개냄비에 듬성듬성 썰어둔 두부를 넣었다.온 집안에서 묵은지 냄새가 진동하지 못하게환풍기를 틀고 거실 창문을 열어두었다.일본에서 청국장 끓이다가 아파트 주민들신고?로 관리인에게 엄중주의를 받았다는 한국인 지인 얘길 듣고 난 후부터는나름 신경이 쓰여서 늘 환풍기와 통창문을열어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집이최상층에 위치하고 있고 가장 끝집이다 보니냄새가 사방으로 덜 퍼져나가지만늘 주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먹는 걸 상당히 중요시하는 깨달음 덕분에매일 아침식사를 좀 거하다 싶을 정도로준비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점심식사를 사무실에서 간단하게샌드위치로 마무리하기 때문에 아침을든든히 먹고 가고 싶어 했다.그래서 영양가치나 소화에 도움이 되며하루를 시작하는데 에너지가 될 수 .. 2025. 2. 20. 난 조용히 남편을 기다릴 것이다 중고가게로 가기 위해 탄 전철 안에서깨달음이 한 뭉치, 한 뭉치 종이를 풀어서 내게 내밀었다.이건 어디서 산 것이고, 이건 얼마에 샀는지깨달음도 나만큼 기억하고 있었다.미니츄어들을 결혼하고 모으기 시작했다.실물과 100프로 일치하진 않지만작디작게 만들어진 소꼽놀이 같은 소품들을보면 소인국 나라에 온 것처럼 마냥 즐거웠다.동심의 세계로 빠져서 어린 나를만날 볼 수 있고 이젠 거의 남아있지 않은순수함의 파편들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어 좋았다.그래서 하나, 둘 모아서 진열을 해놓고 행복해했는데 모두 정리하기로 결정했다.작년 말에는 유일한 취미로 15년 이상즐겨했던 물생활을 정리하며수조를 처분을 했었다.그래서 오늘은 이 어린 왕국에 주인공들을죄다 아이템 별로 나눠서 종이에 곱게싸서 챙겨 나왔다. [ 정말 처.. 2025. 2. 17. 열심히 일하는 남편만의 이유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잠깐 들렀다오겠다던 깨달음이 예상했던 것보다훨씬 시간이 지나서도 연락이 없었다.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걸 보며나는 작은 와인 한 병을 느긋하게 마셨다.깨달음 몫으로 주문한 치즈케이크를거의 먹어갈 쯤에 도착한 깨달음이왼쪽 다리를 절둑거렸다. 회사 계단에서 발을 접질렸는데 처음에견딜만했더니 자꾸만 욱씬거려서도저히 못 참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며힘줄이 놀란 것 같다며 바르는 진통소염제를받아왔다고 한다.[ 당신이 걸으면서 핸드폰 보지 말라고 그랬는데내가 말을 안듣다가,,...]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미리이실직고하듯 말을 꺼냈다. 화덕피자 전문집으로 자리를 옮겨 가는데상당히 아파하면서 걸었다.[ 괜찮겠어? 택시 탈까? ][ 아니야,, 그냥 천천히 걸으면 괜찮아 ][ 깨달음, 그냥 집에.. 2025. 2. 9. 부부가 같이 아프면 생기는 일 후배에게서 귀한 책 선물이 도착했다.지난번 한국 서점에서는 구입하고 싶어도절대 못했던 한 강 작가의 작품들을후배가 보내줬다.마침, 내가 코로나로 집에서 요양? 중인데한 강작가 외에 다른 작가 책까지들어있어 독서하는 재미를두배로 증폭시켜 주는 선물이었다. 깨달음은 오늘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다.일을 일찍 마치고 같이 가자고연락이 왔지만 찬바람을 쐬고 싶지 않아혼자 즐기라고 했더니 착실히 자기가 도착해서 머물러 있는 곳을보고하듯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저녁은 유명한 소바집에서먹었는데 맛이 너무 없어 입가심하기 위해케이크를 먹으러 커피숍에 왔다며전화가 왔다.[ 당신은 저녁 먹었어? ][ 응, 카레 먹었어 ][ 당신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사 갈게 ][ 음,, 먹고 싶은 거 있는데 살 수가없을 거야 ][ 뭔데.. 2024. 11. 14. 일본에서 더 살아도 될 것 같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며 우린 새로당선된 총리 얘길 했다.둘이서 정치 얘기는 별로 하지 않은 편인데이번 총재선이 있던 날, 내가 흘리듯했던 말이 깨달음에게 많은 생각을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당신이 다카이치(高市) 가 당선되면일본을 떠날 거라 했잖아 ][ 응,, 아베 (安倍)총리 때도 참 일본에사는 게 싫었는데 아베보다 더 우익성향이진한 저 아줌마가 되면정말 일본을 떠날려고 마음 먹었지 ] 송이버섯이 들어있는 차를 가지고 온종업원이 고체연료에 불을 붙히고는마시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갔다.이시바 (石破) 새 총리가 당선되고 다음날새벽부터 방송사에 생방송으로 출연해 앞으로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공약한 것들은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질의응답을 했었고 깨달음과 나는 조용히 차를 마시고 경청했었다. [ 그날.. 2024. 9. 30. 우린 아주 잘 이겨낼 거라 믿는다 깨달음은 출근을 하자 바로 집안일을서둘러 끝냈다.구에서 나온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 치과, 내과를 돌아다녀야 해서운동화를 신고 나왔다.구청에서 지정한 병원에서만 진찰을받을 수 있기에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그리고 전철로 이동해야 하는 곳으로예약을 했다. 한동안 안 왔던 병원인데 또 이렇게와서 보니 침울한 기억들만 떠올랐다.예약은 했지만 늘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시스템이기에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다.휠체어를 아주 능숙하게 밀고 다니는30대 후반쯤에 남자는 카운터에서간호사와 무슨 얘길 나누다가 화장실에갔다 오더니 이번에는 정수기 쪽으로 가서는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간호사가 그 곁으로 가서는 소변이너무 적다면서 1시간쯤 후에 다시받아올 수 있냐고 물었다. 사람들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던 건 휠체어 운전을.. 2024. 9. 27. 한국은 추석, 우린 이걸로 만족했다 늘 우린 영화를 같이 봐 왔다. 하지만 지난달깨달음이 영화 서울의 봄을 혼자 본 후로부터 지금은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영화를 골라보고 있다.오늘 깨달음은 1947 보스턴을 혼자 보기 위해신주쿠(新宿)를 나갔다. 집을 나서기 전나에게 예의상? 같이 볼 거냐고묻길래 난 사우나를 갈 거라고 했다.[ 그래? 나도 사우나 좋아하잖아 ][ 그럼 당신이 오면 되지.. ][ 그럼, 영화 끝나면 바로 갈게 ][ 응, 잘 보고 와 ]결혼하고 14년 동안, 뭘 해도 항상 같이붙어서 움직이길 원했던 깨달음이 이제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깨달음을 보내고 난 목욕용품과 얼음물을챙겨 천천히 집을 나섰다.한국은 추석연휴라는데 우린 여기서전혀 명절 느낌 없이 각자 발길.. 2024. 9. 16. 내가 일본에 살면서 생긴 습관들 영화 [ 理想郷]를 봤다. 한국에서는 [더 비스츠 ]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합잡영화인 이 영화는 네덜란드 커플이 스페인 시골 산토알라에 정착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영화한 것으로 2016년 상영된 다큐 [Santoalla]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2022년 스페인 고야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도 3관왕을 차지한 수작이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식인인 프랑스 부부는 평화롭고 소박한 삶을 위해 스페인 북서부 마을로 이사를 오고 유기농 작물을 팔며 여가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마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문제로 주민과 반대의견을 내며 이 마을의 토착민 형제와 갈등이 시작된다. 시골의 텃새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라고 하기엔.. 2023. 11. 17. 아픈 건 자신의 몫이다 2년 전, 여름 대상포진이 걸려 통증으로 이를 갈았던 아픈 기억을 두 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아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맞았다. 맞기 전에 효과와 부작용을 일단 숙지하고 맞았는데 맞은 날 저녁부터 고열이 나고 몸에 잠들어 있던 혈관들이 백신과 싸우는 중인지, 백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인지 온 몸이 쑤시고 저리고 열이 올라 한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통증으로 한 숨을 잘 수 없었다. 급하게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원래 발열이 있는 거라고 코로나 백신 때처럼 몸에서 면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니 2,3일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았을 땐 어깨가 약간 무거운 느낌만 들었을 뿐 아무렇지 않았는데 대상포진 백신이 이렇게 보대끼고 힘들 거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 얼음주머니를 두 개나 끌어안은 채 침대.. 2023. 8. 10. 옆 집 아줌마가 보낸 편지와 남편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손에 들린 편지를 내게 밀더니 옆집 아줌마가 보낸 거라고 했다. 장마가 시작되던 한 달 전, 각 엘리버이터에 공지된 내용을 보고 바로 발코니 배수로 청소를 했는데 아줌마 편지 내용을 보니 먼지나 쓰레기가 배수로에 쌓여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막혀서 자기쪽으로 넘어오고 물이 잘 내려가지 않으니 청소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 깨달음, 우리 지난주에도 청소하지 않았나? ] [ 했지, 내가 지금 가서 얘기하고 올게 ] [ 아니, 잠깐만,,] 말릴 틈도 없이 다시 나간 깨달음이 바로 돌아왔다. [ 없네...] [ 있어도 무서워서 안 열어줬겠지.. 그냥, 우리도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넣어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깨달음이 귀찮은 표정을 하며 내일 아침에 다.. 2023. 7. 19. 5년간의 아쉬움을 떨쳐버린 날 예배를 마치고 깨달음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자기 회사가 공사를 하려다 못한 곳을 다시 한번 가서 보고 싶단다. 00역 앞에 세워진 쇼핑몰과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지하 2층 지상 41층의 타워맨션으로 그 공사를 따내지 위해 5년간 공을 들였지만 끝내 남의 회사로 넘어갔던 씁쓸한 기억의 건물이라고 했다. 왜 갑자기 가고 싶은 건지 물었더니 자기 회사와 같이 공사에 참여하려고 했던 거래처 사장님과 오랜만에 저녁을 먹으며 그때 일을 회상했었는데 함께 했던 5년의 시간을 다시 상기시켜 보고 싶어 졌단다. 역에 도착하자 깨달음은 감회가 새로운 듯 천천히 둘러보며 완공때 몇 번 왔을 때와 별로 변한게 없다며 건물 구석 구석을 살폈다. 2019년 완공 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며 이곳에 올 때마다 그 .. 2023. 1. 23. 이번 생은 망했을지 몰라도 옛 동료를 만났다. 동료이면서 동기인 그녀는 여전히 차분했다. 정기적이진 않지만 가끔씩 메일로 서로의 안부와 생사를 물어와서인지 3년 만의 만남인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술을 썩 즐기지 않은 그녀가 오늘은 이자카야에서 보자고 하는 건 뭔가 변화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코로나 얘기를 시작으로 요즘 가장 핫한 월드컵 얘기까지 두서없는 대화가 오갔다. [ 정 상, 한국 다녀왔어? ] [ 응, 코로나로 못 가다가 10월에 다녀왔어 ] [ 그랬구나, 아,,남편분도 잘 계시지? ] [ 응, 잘 있어 ] 그녀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잠시 소개를 하고는 동기들 소식 전했다. 협회지를 보고 이미 다 알고 있는 동기들 근황을 난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누가 교수가 되고 누가 어디로 전직을 했는지 나와.. 2022. 12. 2. 어제와는 너무도 다른 오늘이 있다 노트북 위에 노란 봉투가 놓여있었다. 늘 같은 봉투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분 뿐이기에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깨달음 회사 담당 세무사(税理士)인 노야마(野山)상이 보내온 것이다. 깨달음이 회사를 창립하고부터 지금까지 세무 일을 맡아주시고 우리 부부의 자산관리까지 해주셨기 때문에 어찌 보면 속속들이 속사정을 잘 알고 계신 분이다. [ 깨달음, 노야마 상, 이번에도 아무 연락 없이 잠수 탔었어? ] [ 응, 늘 그러니까.. 또 입원을 한 건지.. 근데 이렇게 사과편지 보낸 거 보면 아직까진 괜찮다는 소리겠지 ] [ 난치병이라고 그랬지? ] [ 응,,] 나와도 몇 번 식사를 한 적이 있던 노야마 상. 지병이 악화되기 시작되던 3년 전부터 일처리가 미뤄질 때마다 사과하는 마음에서 편지와 상품권을 보내셨다. .. 2022. 11. 16.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