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친구가 보내 온 메일
케이님께하루의 끝, 거실에 불이 꺼지고 집 안이 고요해지면 비로소 외로움이 소리를 냅니다.그 소리는 아주 낯익어서,,,이혼 후 처음 맞이한 겨울밤처럼, 내 안의공허가 벽을 타고 흘러내립니다.50대라는 나이는 참 애매하네요. 젊지도, 완전히 늙지도 않은,사랑을 말하기엔 늦은 것 같고, 체념하기엔아직 살아 있다는 감각이 선명한데..주말마다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마트에서는 손을 꼭 잡은 부부가 장을 보고,카페 창가에는 자식 자랑에 웃음꽃 피운또래 여자들이 앉아 있었습니다.나는 혼자 커피를 마시다가잔잔한 음악 속에서 무심히핸드폰을 내려다보는데그 누구에게도 연락할 이유가, 연락이 올가능성도 없다는 걸 알게 되자슬픔이 차올랐습니다. 밤이면 더 심해지는데 침대는 너무 크고,이불은 싸늘하기만..
2025. 7. 13.
하네다공항 도착로비에서-1
주연이가 도착할 시간보다 훨씬일찍 나와서 방황하듯 공항 터미널을끝에서 끝까지 걷고 되돌아오길 반복했다.만나면 무슨 말을 먼저 걸어야 할지 몰라자꾸만 답을 찾고 싶어 마냥 걸었다.[ 난 언니가 부러워 ][ 뭐가 부러운데? ][ 그냥,모든 게, 난 언니처럼 못 버틸 거야 ][ 가장 부러운 게 뭔데? ][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산 다는 것 ][ 그럼 너도 한국을 벗어나 ][ 난,,언니,,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그냥 죽기 전에, 문득 나도 언니처럼 한 번살아보고 싶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 그럼,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 죽어,그래야 니 삶에게 덜 미안하지 않냐? ] [ 내 삶? 미안할 게 뭐 있어..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럼, 지금부터는 열심히 살지 마, 그냥 아무것도 하지..
2025. 2. 27.
아들이 야구를 그만 두다
도훈이가 야구를 그만 둔대.소년야구 때부터 지금까지 했는데..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는 아직 안 했다네..다음 달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모일 거래.. 도훈이가 야구를 그만 둔대.코치도 말리지 않았다네.집에 있는 트로피를 박스에 처박더라,,도훈이가 야구를 그만 둔대.태어나 처음으로 들었대, 그 소리를,,도훈이가 나한테 묻더라한국인(韓国人)과 조선인(朝鮮人)은뭐가 다르냐고,, 도훈이가 야구를 그만 둔대.우리랑 아주 친했거든,마사토(雅人) 네 가족이랑,,친척들하고도왕래가 있을 만큼 돈독한 사이었어.. 도훈이가 야구를 그만 둔대.사람이 싫어졌다네. 절친의 부모에게서그런 소릴 들을 거라 상상도 못했던 모양이야, 도훈이가 야구를 그만 둔대.그래서 나도 좋을 대로 하라고 했어.그 대신 마사토 부모에겐부모인 우리가 ..
2025.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