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커플들 이야기187 벳푸를 제대로 즐긴 지옥온천과 스기노이호텔 아스카Ⅱ 크루즈를 뒤로 하고 우린 벳푸(別府)기항지에 내렸다.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목적지와호텔명이 적힌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는데깨달음은 벳푸 캐릭터가 기뚱거리며손을 흔드는 쪽으로 달려갔다. 캐릭터와 사진을 찍는 건 아이들이 즐기는 거라생각했는데 크루즈에서 내린 늙으신 어른들도앞다투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버스가 출발을 하고 먼저 도착한 곳은대대로 일본 천왕이 참배를 했다는 오이타현(大分) 우사시에 있는 신사우사신궁(宇佐神宮)이었다.725년에 창건된 역사와 함께 일본 3대 팔번궁( 하치만신을 모시는 곳-八幡宮)의 하나로전국에 4만 개의 신사 중에서팔번궁의 총본사이다.깨달음은 어김없이 이곳에서도 줄을 서서참배를 하고 오미쿠지(운세 뽑기 おみくじ)를사서 읽어보고는 다시 곱게 접어 묶었다.[ 깨달음.. 2025. 3. 19. 우리 부부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방법 보글보글 빨갛게 끓어오르는 김치찌개냄비에 듬성듬성 썰어둔 두부를 넣었다.온 집안에서 묵은지 냄새가 진동하지 못하게환풍기를 틀고 거실 창문을 열어두었다.일본에서 청국장 끓이다가 아파트 주민들신고?로 관리인에게 엄중주의를 받았다는 한국인 지인 얘길 듣고 난 후부터는나름 신경이 쓰여서 늘 환풍기와 통창문을열어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집이최상층에 위치하고 있고 가장 끝집이다 보니냄새가 사방으로 덜 퍼져나가지만늘 주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먹는 걸 상당히 중요시하는 깨달음 덕분에매일 아침식사를 좀 거하다 싶을 정도로준비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점심식사를 사무실에서 간단하게샌드위치로 마무리하기 때문에 아침을든든히 먹고 가고 싶어 했다.그래서 영양가치나 소화에 도움이 되며하루를 시작하는데 에너지가 될 수 .. 2025. 2. 20. 난 조용히 남편을 기다릴 것이다 중고가게로 가기 위해 탄 전철 안에서깨달음이 한 뭉치, 한 뭉치 종이를 풀어서 내게 내밀었다.이건 어디서 산 것이고, 이건 얼마에 샀는지깨달음도 나만큼 기억하고 있었다.미니츄어들을 결혼하고 모으기 시작했다.실물과 100프로 일치하진 않지만작디작게 만들어진 소꼽놀이 같은 소품들을보면 소인국 나라에 온 것처럼 마냥 즐거웠다.동심의 세계로 빠져서 어린 나를만날 볼 수 있고 이젠 거의 남아있지 않은순수함의 파편들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어 좋았다.그래서 하나, 둘 모아서 진열을 해놓고 행복해했는데 모두 정리하기로 결정했다.작년 말에는 유일한 취미로 15년 이상즐겨했던 물생활을 정리하며수조를 처분을 했었다.그래서 오늘은 이 어린 왕국에 주인공들을죄다 아이템 별로 나눠서 종이에 곱게싸서 챙겨 나왔다. [ 정말 처.. 2025. 2. 17. 신년,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깨달음은 팝콘을 소리 나지 않게 입 안에서 녹여 먹었다.내 취미와 다른 영화였지만 이번에도깨달음이 티켓을 두 장 예약하는 바람에그냥 봤다.영화는 각자 스타일에 맞게 보고 싶은 걸로따로 보자고 아무리 말을 해도,몇 번이나 내 마음을 설명했지만깨달음은 머릿속에 저장해 두지 않은 듯해이젠 그런 대화자체를 하지 않는다. 1월 5일까지 9일간의 휴일을 보내며눈이 떠 있는 동안은 책을 읽었다.에세이, 소설, 시, 교양서, 수필집, 각 장르가다른 책들을 골라보는 재미가 솔솔 했다. 올 해는 뭘 하고, 서로 어떻게 지내보자는약속이나 다짐 같은 것도 하지 않은 채2025년을 맞이했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하루하루를건강하고 착실하게 성실히 살자는 말은 했던 것 같다.올 해의 목표나 희망 같은 건.. 2025. 1. 9. 2024년도 끝자락, 아침을 차리며,, 12월 크리스마스가 들어있던 주부터난 2024년도 업무를 모두 끝냈다.개인적으로 했던 일도 마무리를 지어서온전히 쉼에 들어갈 수 있었다.그렇게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기면서 분주하게 지나쳤던 아침을조금은 느긋하게 보내게 되었다.뒤돌아보면 정작 바쁠 것도 없는데 마음이조급함을 다스리지 못하고 허둥거리기도 하고식사를 간단히 대충 넘어갈 때가 많았다.열심히 사는 이유 중에 하나는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도 포함되어 있으니 되도록이면 좋은 식재료, 좋은 식단으로챙겨 먹자고, 몸에 좋은 것들을먹겠다고 신경은 쓰지만 바쁘다는 핑계로소홀해지곤 했다.그래서 지난주부터는 반찬을 좀 이것 저것만들어 놓고 릴렉스한 기분으로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부터 우린퇴근하고 둘이 저녁을 밖에서 먹고 오는횟수가 점점 .. 2024. 12. 30. 삶은 짧지만 길고, 쓰지만 달다. 오전에 한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핸드폰으로 넘어가는 걸 보면 집에 안 계시는 게 분명했다.엄마와 통화가 된 건 오후가 되어서였다.엄마는 카톡 메시지를 음성으로 보낸다고 한다.되도록이면 사투리를 안 쓰고 서울말로 음성을 남긴다고하는데 항상엄마의 메시지에서는 사투리가 묻어난다.[ 엄마, 신발 마음에 들어? ][ 뭔 신발을 두컬레나 보냈냐. 아이고 미안하게..근디 털이 있어서 폭신하니따뜻하것드라 ][ 사이즈는 맞아? ] [ 응, 사이즈는 딱 맞아, 어떻게 알고잘 샀네. 요놈 부츠 말고 납짝한 놈은오늘 저녁 교회갈 때 신고 가볼란다 ] [ 한국 엄청 춥다고 하던데 발을 따뜻하게다니셔야 덜 추우니까 꼭 신고 다니셔 ][ 응, 알았다..고맙다 ][ 엄마,그리고 기운 차리셔, 너무 상심마시고]남식이 엄마 돌.. 2024. 12. 19. 부부가 같이 아프면 생기는 일 후배에게서 귀한 책 선물이 도착했다.지난번 한국 서점에서는 구입하고 싶어도절대 못했던 한 강 작가의 작품들을후배가 보내줬다.마침, 내가 코로나로 집에서 요양? 중인데한 강작가 외에 다른 작가 책까지들어있어 독서하는 재미를두배로 증폭시켜 주는 선물이었다. 깨달음은 오늘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다.일을 일찍 마치고 같이 가자고연락이 왔지만 찬바람을 쐬고 싶지 않아혼자 즐기라고 했더니 착실히 자기가 도착해서 머물러 있는 곳을보고하듯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저녁은 유명한 소바집에서먹었는데 맛이 너무 없어 입가심하기 위해케이크를 먹으러 커피숍에 왔다며전화가 왔다.[ 당신은 저녁 먹었어? ][ 응, 카레 먹었어 ][ 당신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사 갈게 ][ 음,, 먹고 싶은 거 있는데 살 수가없을 거야 ][ 뭔데.. 2024. 11. 14. 남편이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들 아침으로 칼국수를 먹겠다는 깨달음을말릴 수 없었다. 면 보다 밥이 좋은 나와 달리 깨달음은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남대문 칼국수를꼭 체험해 보길 원했고 다행히도 그곳엔찰밥이 덤으로 딸려나와서난 찰밥으로 아침을 맞았다. 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잠깐 들렀는데약국을 지나치던 깨달음이 쌍0탕을 마시고싶다고 한다. 박0스를 마시면피로가 풀리고 한약으로 만들어진 따끈한쌍0탕을 마셔두면 감기를 미리예방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 같은 걸가지고 있었다. 약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은평한옥마을이었다.생각보다 규모가 크다면서 북촌과는사뭇 다른 분위기이지만 솔직히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다고 한다. 북한산의 기품이 멋져서 한 번올라가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단다.[ 이 동네는 처음이어서인지 느낌이 신선하고,, 저 북.. 2024. 11. 4. 모든 한일 커플들이 품고 있는 문제 결혼생활 10년,, 집안에 별거를 시작한 지5년째인 다빈 씨(가명)는오늘도 울지 않고 씩씩했다.내가 그녀를 처음 본 건 다음 블로그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내 유학시절을 보냈던 곳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반가운 마음에 만나자고 먼저 연락을 했었다.그러고 나서 다빈 씨 부부와 우리 부부는같이 식사를 세 번 했었다.그런 사이였는데 내가 이쪽으로이사를 오면서 만나지 못한 채로7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작년부터 연락을 하고 올해 들어다시 얼굴을 보게 되었다.오늘은 내가 다빈 씨 회사 근처로 가서점시시간에 맞춰 같이 식사를 했다.[ 언니,, 오늘도 아침에 또 그런 거 있죠?,애들에게 식사 예절을 제대로 시키라고일본에서는 그릇을 들고 먹는다는 걸알면서도 왜 안 가르치냐고 온갖 짜증을내는데.. 그래 넌 짖어라 .. 2024. 10. 24. 남편이 옛 것을 찾는 이유 거실에 놓여있는 야쿠르트와 편지..웬 편지일까 했다가 생각해 봤더니뭔지 알 것 같았다.한국에서는 늘 음력 생일로 했으니음력으로 하자고 해년마다 말하지만깨달음에게 한 번 기억된 9월 23일은음력, 양력 없이 그냥 아내의 생일날이다.그런데 10월이 시작되고 오늘에서야편지를 쓴 걸 보니 깜빡했던 모양이다. 편지에는 축하가 늦어서 미안하다는사과와 요즘 자기 마음이 어떤지상당히 센치멘탈한내용이 적혀 있었다.가을은 남자의 계절인만큼 깨달음도꽤나 감성적인 표현들로 축하를 해주었다.[ 깨달음,, 근데 야쿠르트는 뭐야? ][ 아침에 편지봉투 사러 갔다가그냥 샀어.. 당신이 좋아하니까 ][ 문득 내 생일이 생각났어? ][ 응,,,10월 스케줄 정리하다가 당신 생일 지나친 게 생각났어. 미안 ][ 괜찮아,, 난 음력으로.. 2024. 10. 4. 바람은 교통사고가 아니다. [ 왜 오늘 아침에 배웅하면서여자 조심해!라고 그랬어? ][ 그냥,,][ 원래 그런 말 안 하잖아 ][ 그냥, 아무 뜻 없이 나온 말이야 ][ 그런 말하는 사람 아닌데 갑자기그런 소릴 하니까 너무 이상했어 ][ 알았어,,이제 안 할게 ]아침에 출근하는 깨달음에게 잘 다녀오고차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오늘은여자 조심해라는 한 문장을 더했다. 차 조심하라는 건, 깨달음이 어릴 적 크게교통사고가 난 후 트라우마 같은 게 있어신혼 때부터 출근길에 꼭 빼놓지 않고 했던말인데 오늘 덧붙힌 말은 지금껏 그런 뉘앙스에말을 해 보지 않아서 듣는 깨달음도좀 황당했던 모양이다.아마도 지난주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마치고 원장님과 차를 마시며 나눈 얘기들이머릿속 어딘가에 남아서였을 게다. 원장님은 요즘 너나 할 거 없이 바람을.. 2024. 9. 23. 한국은 추석, 우린 이걸로 만족했다 늘 우린 영화를 같이 봐 왔다. 하지만 지난달깨달음이 영화 서울의 봄을 혼자 본 후로부터 지금은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영화를 골라보고 있다.오늘 깨달음은 1947 보스턴을 혼자 보기 위해신주쿠(新宿)를 나갔다. 집을 나서기 전나에게 예의상? 같이 볼 거냐고묻길래 난 사우나를 갈 거라고 했다.[ 그래? 나도 사우나 좋아하잖아 ][ 그럼 당신이 오면 되지.. ][ 그럼, 영화 끝나면 바로 갈게 ][ 응, 잘 보고 와 ]결혼하고 14년 동안, 뭘 해도 항상 같이붙어서 움직이길 원했던 깨달음이 이제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깨달음을 보내고 난 목욕용품과 얼음물을챙겨 천천히 집을 나섰다.한국은 추석연휴라는데 우린 여기서전혀 명절 느낌 없이 각자 발길.. 2024. 9. 16. 저희 블로그가 응원을 받았습니다 제 블로그를 오래전부터 읽고 계셨던 분들은제가 댓글 달리는 걸 썩 좋아하지않는다는 걸 알고 계신다.그런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이댓글을 달지 않고 그저 조용히 읽고만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10년이 넘게 블로그를 해오면서 댓글에답글을 착실히 달았던 시절도 분명 있었지만여러 우여곡절을 겪고댓글창을 닫은 채로 글을 올렸다.일 년에 한 두어 번 필요에 의해 잠깐 댓글창을열어둘 때도 있지만 방문록은 한번도닫은 적 없이 지금도 열어둔 상태이다. 그래서 제게 뭔가 메시지를 남기고 싶으신 분은방문록이나 직접 메일을 보내주시곤 하신다.그런데 내가 올린 글과 전혀 관계성도 없고의미도 없고 뜻도 없는 쓸데없는댓글이 작년부터 달리고 있다.공감 눌렀다. 광고도 눌렀다. 자기 블로그놀러 좀 와달라 등등,,이런 댓글들은.. 2024. 8. 24. 우린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 일 관계로 한국분들을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하지만 내 주변에서 한국분들을 찾으려면어렵지 않게 찾을 수는 있다.한인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한국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 지인의 지인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있는데 올 안에 만나야 할 사람들 목록에늘 마음 한구석에 넣어두었던한국인을 한 분 오늘 만났다.내가 대학원시절과 결혼 생활을 했던 곳에서 알게 된 그 분에게 정말 오랜만에라인으로 연락을 드렸다.내가 이곳으로 이사 온 지 7년이 지나가는데그분도 내가 떠난 그 다음해에 변두리 쪽으로이사를 했단다.핸드폰을 두 번이나 바꾸면서 카톡에 내가친구로 안 뜨길래 그냥 그렇게 잊고 있었다며너무 반가웠다며 정말 케이가 맞냐고 되물었다.[ 예전에, 몇 년 전에 코리아타운에서우연히 만났잖아, 그때 내가 남편이랑 같이어디 가.. 2024. 8. 3. 시부모님을 3년만에 만나다 아침에 일어난 우린 샤워를 마친 순서대로옷을 갈아입었다.TV에선 오늘도 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니조심하라는 아나운서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2시간, 신칸센을 타고 다음은 버스를갈아타기 위해 터미널로 갔는데 깨달음이 잠시 다녀오겠다며 날 기다리고 하더니15분쯤 지나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왔다.내가 궁금한 눈 빛으로 쳐다보자 불단에올릴 공양음식을 샀다면쇼핑백을 벌려 보여줬다.아버님, 어머님이 좋아하셨던사탕, 앙코빵, 센베이, 양갱까지 평소에즐겨 드셨던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서방님이 준비하기로 하지 않았어? ][ 그건 그냥 과일위주고 난 두 분이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주 드셨던주전부리를 준비했지 ][ 근데,,그거 공양음식들은 추모가 끝나면누가 먹어? ][ 절에서 다 먹지. 스님이랑 그 식구들 ][ .. 2024. 7. 8.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