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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서방90

3천만원이 주는 자괴감 점원이 내가 들어가자 바로 우리가늘 앉는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저, 오늘 혼자니까 카운터로 앉을게요 ][ 아,,그러세요, 그럼 여기로  ][ 남편은 오늘 송년회가 있어서..]늘 깨달음과 함께 왔던 소바집인데혼자 온 게 처음이고 왠지 어색해서묻지도 않았는데 혼자인 이유를 말했다.생맥주를 한 잔  마시며적당히 꼬치요리를 주문했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좀 살펴보고카톡, 인스타까지 훑어보다 다시카톡으로 그리고 어제 저녁 친구와 나눈긴 메시지들을 꼼꼼히 다시 읽고오전 중에 통화했던 내용들도 다시 떠올렸다.[ 케이야, 너 감기 걸렸어? ][ 아니..][ 근데, 왜 코목소리 나? ][ 지난달에 코로나 걸렸는데 후유증인가 봐.후각마비는 거의 풀렸는데 코 맹맹한소리가 계속 나,,][ 어머, 그랬구나, 나도 코로나 걸.. 2024. 12. 16.
이순신 장군, 일본에서 만나다 지난주 주말을 시작으로 이곳은추석(오봉 お盆) 연휴에 들어섰다.한 달 전부터 마트에서는 오봉에 필요한 것들이눈에 띄였지만 우리 부부는 언제나처럼 한 번도 그것들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일본의 오봉은 우리에 추석과도 별반차이가 없이 성묘를 가거나 돌아가신 선조의 령을 모시는 제사를 올리기도 한다.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혼백을 맞이한다는 뜻으로소나 말을 비유한 가지나 오이에 나무젓가락으로 다리를 만들어 혼령이 타고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해두고 집 앞에 등불을 켜놓는다.요즘은  오이, 가지가 모형세트로 준비되어있고 조상님 상에 올리는 과일, 야채들도작고 소박하게 포장되어 나와있다. 오봉이 끝나면 그 혼백이 그들의 세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게 등불을 바다나 개울에 띄워보낸다.또한 그 기간에 먹는 음식으로는 오무.. 2024. 8. 13.
한국의 가족과 3년만에 만난 남편 김포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려는데 깨달음이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했다. 3년의 공백이 있었으니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도 구경? 하고 오랜만에 한국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30분이 넘도록 5호선을 타고 오는 길에 오고 내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깨달음이 한국사람들도 일본처럼 좌석 가장자리를 앉으려고 한다고 자리가 비면 다들 거기로 옮겨간다며 예전에는 못 봤던 풍경이란다. [ 아니야, 10년 전에도 그랬어 ] [ 그래? 난 왜 못 느꼈지...]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깨달음은 바로 리모컨을 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프로를 찾았다. 가족들과의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갈 수 있다고 했더니 된장찌개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그 집 된장찌개를 먹.. 2022. 10. 13.
3년만에 떠나는 한국... 깨달음의 여행허가가 나왔다. 프린터를 2장 해서 각자 한 장씩 파일에 넣었다. 코로나로 변해버린 입국절차가 걱정된 깨달음은 유튜브를 통해 몇 번이고 입국 방법?을 되돌려 봤다. [ 깨달음,, 허가서도 나왔고 큐코드도 다 등록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이제 PCR 검사 안 해도 되고 그냥 예전처럼 하면 되는 거야 ] [ 그래도 왠지 걱정돼 ] [ 뭐가 걱정 돼 ] [ 그냥 불안해.. 아무 탈 없이 입국할 수 있을까 해서..] [ 큐코드만 보여주면 된대 ] [ 그러긴 하는데..] 어디를 갈 것이며 뭘 먹을 것인지 어느 정도 리스트를 빼놓은 깨달음은 지도를 펼쳐놓고 단거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이동경로를 다시 체크했다. [ 공휴일이어서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리고 택시 잡는 게 많이 어려워졌대 콜로 안 .. 2022. 10. 8.
기운 차린 남편,,그리고 블로그 지난 금요일을 시작으로 이곳은 약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코로나의 공포가 무뎌져 가는 요즘이어서인지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모두 떠났지만 우린 그냥 착실히 각자의 일을 하며 휴일을 보내고 있다. 눈을 뜨면 서로의 루틴에 맞춰 움직이고 깨달음은 자기 방에서 일을 하다 가끔 팩스를 보내려고 편의점을 다녀오는 게 다였다. 나는 나대로 악기 연습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머지 휴일을 어찌 보낼까 아침을 먹으며 얘길 나누다가 깨달음이 맵고 자극적인 게 먹고 싶다고 해 메뉴도 정하지 않은 채 코리아타운으로 무작정 나갔다. 역 앞에서부터 얼마나 사람들이 많던지, 닭강정은 닭강정대로, 호떡집은 호떡집대로 가는 곳마다 줄 서 있는 행렬들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날은 유난히 .. 2022. 5. 4.
남편과 PCR 검사를 하러 가다 아침을 먹으며 깨달음이 닭볶음탕이나 매운 갈비찜 같은 게 먹고 싶다고 했다.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나른해지는 듯해서 정신이 바짝 차려질 자극적이면서 달콤한 것이 먹고 싶다길래 알았다고 오후에 마트에 다녀오자고 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내 방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몸에서 조금씩 열이 나는 것 같아 체온을 재봤더니 37.8이다. [ 깨달음,,나 코로나인가 봐,, 열이 있어] [ 그래? ] [ 검사하러 가야겠어 ] [ 나도 같이 가 ] [ 아니야,, 나 혼자 갔다 올게 ] [ 아니지. 당신이 걸렸으면 나도 걸릴 확률이 높으니까 검사해봐야지 ] [ 그러네 ]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들은 것 같은데 일단 택시를 타고 무료센터로 향했다. [ 저,, 예약 안 했는데요..] [ 괜찮아요. 보험증 가지고 계시죠.. 2022. 3. 14.
드디어 남편이 한국어를 시작했다 작년, 시댁에 다녀오던 길에 넘어져 안경을 부러트린 깨달음이 새 안경을 맞춘다고 했다. 그 사고? 가 나고 바로 사주겠다고 했을 때는 안 쓰고 둔 옛 안경으로도 괜찮다고 하더니 오늘은 새로 맞추겠다고 했다. [ 알았어. 깨달음, 내가 사 줄게 ] [ 그럼 그거 생일 선물로 해줘 ] [ 아니. 안경은 그냥 사주고, 생일 선물은 또 다른 거, 필요한 거 뭐든지 사줄게 ] [ 아니야, 안경이면 돼 ] 마침 엊그제가 생일이었던 깨달음에게 좀 더 멋지고 괜찮은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갖고 싶은 게 없단다. [ 봄 자켓 하나 사줄까? ] [ 아니, 지금 있는 것도 거의 새 거야, 2년 전에 샀는데 두서너 번밖에 안 입어서 코로나라 여행을 못 가서..] 즐비하게 놓인 요즘 유행 아이템을 하나씩 써보고는 제일 젊게 보이.. 2022. 3. 7.
일본인 친구에게 보내는 김치 주말이면 깨달음은 뭔가 특별한 걸 먹고 싶어 한다. 숯불갈비를 먹으러 갈까 망설이다 최근 건강다큐를 본 게 기억났는지 굽는 것보다는 삶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보쌈을 먹자고 했다. 보쌈을 먹으려면 생김치가 있어야할 것 같아 마트에 갔는데 배추가 엄청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 깨달음,, 좀 넉넉히 사서 담글까? ] [ 나야 좋지만 당신이 힘들지 않아? ] [ 어차피 보쌈용 김치 할 거니까 ] 김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빠르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담는 김에 담아두자는 생각이였는데 막상 배추를 씻고 절이고보니 너무 많이 사 온 것 같아 약간 후회했다. [ 깨달음,, 보쌈 오후에나 먹겠는데 ..] [ 괜찮아 ] 내가 배추를 씻는 동안 깨달음에게 깍두기를 썰어달라고 했더니 얌전히 아주 알맞은 사이즈로 잘 썰었다... 2021. 10. 25.
깨서방은 지금도 잘 하고 있다 백신 접종 증명서를 만들기 위해 구약소에서 깨달음과 만났다. 해외에 나갈 예정이 있는 사람들은 백신 페스포트(ワクチンパスポート)라는 공적증명서가 필요했고 여권도 함께 가져가야 했다 신청서에 기재를 하고 5분쯤 지나자 바로 증명서가 발급되었다. 여권에 증명 스티커를 붙여주는가 싶었는데 말 그대로 접종증명서라 적힌 A4용지였다. 1차, 2차, 접종일과 백신명, 번호가 적힌 증명서였다. 해외에 나갈 때 이걸 가져가면 되는 거냐고 확인하듯 깨달음이 물었고 직원은 그렇다고 했다. [ 핸드폰 접종 증명 어플( ワクパス)은 언제나 되나요? ] [ 그건, 저희가 잘 모르겠는데요..] [ 혹 그 어플에 등록하면 이 증명서는 필요 없는 거죠? ] 직원이 뒤쪽 상사와 무슨 얘기를 하는 듯하더니 10월 초부터 어플을 이용할 .. 2021. 10. 21.
친정엄마와 일본인 사위 [ 다리는 많이 좋아졌냐? 테레비에서 날마다 일본이 나온께 가고 싶은 마음이 든디. 언제나 갈 수있을랑가 모르것다. 이산가족도 아니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래도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감사하긴 한디 일본이 맨날 나온께,,가깝게 느껴지고 그런다 ] 엄마가 또 전화를 하셨다. 내 다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올림픽 경기를 하느라 종일 티브이에서 일본을 보여주니 옛 생각들이 새록새록 나신 모양이었다. [ 니기가 이사하고 집 구경한다고 우리가 갔응께 벌써 4. 5년 됐을 것이디..니가 아프다고 해도 가도 못하고 속상해죽겄는디 맨날 테레비서 일본이 나온께 더 마음이 쓰인다야 ] [ 엄마, 나 많이 좋아졌어. ] [ 인자 걸어 다니지? ] [ 응, 장거리는 못 가고,그냥 가까운 곳은 가 ] [ 그래도.. 2021. 8. 4.
너무도 다른 두사람이 같이 산다 [ 어,, 오늘은 누룽지가 아니네 ] [ 응,, 다 떨어졌어 ] [ 그럼 지난번에 코리타운 갔을 때 사 올 걸 그랬네 ] [ 아니..내가 만들면 돼 ] [ 당신이 만든 거랑 가마솥 누룽지맛은 다르잖아 ] [ 우리집은 가마솥이 없으니까..] [ 그니까 그냥 사러 가자 ] [ 아니, 코리아타운 가도 가마솥 누룽지는 안 팔아 ] [ 그렇구나...] [ 김도 없네...] [ 응,,김은 여기 마트에서 사면돼 ] 좀처럼 누룽지를 좋아하지 않았던 깨달음이 후배가 보내줬던 누룽지는 고소한 향이 다르다며 좋아했었다. 아침을 먹고 우린 산책을 나왔다. 사람이 없어 좋고 초여름 같지 않은 산들바람이 불어서도 좋았다. 난 다음주에 있을 세미나 건에 대해 고민을 하며 걸었고 깨달음은 오늘 하루 뭘 하고 지내는 게 재밌는지 궁리.. 2021. 5. 30.
일본인이 한국 라면을 먹을 때 2주 전부터 깨달음이 코리아타운을 한 번 가자고 했지만 난 가야 할 이유를 찾지 않았다. 그곳에 가야만이 살 수 있었던 한국식재료나 냉동식품들이 요즘은 웬만한 대형마트에 가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산 고춧가루를 비롯해 냉동만두, 김치까지 한국 브랜드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된장, 조선간장, 액젓처럼 코리아타운에서 구입해야 할 것도 분명있다. 특히 깻잎, 애호박, 호박잎, 시래기처럼 구하기 힘든 채소들은 그곳에 가야 하는데 요즘은 깻잎이 먹고 싶을 땐 오오바(大葉)로 애호박은 즈끼니(ズッキーニ)로 대신해서 요리를 하곤 했다. 그래서도 특별히 가야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 깨달음, 왜 가려는 거야? ] [ 그냥,, 심심해서..] [ 뭐 살 거 있어? ] [ 아니.. 없는데.. 그냥 오.. 2021. 5. 21.
남편이 매일 사 오는 것들 결혼을 하고 신혼때부터 깨달음은 퇴근하는 길에 뭔가를 사들고 왔다. 신기해서 왜 사오냐고 물으면 당신이 좋아하는 거니까라고 말할 때도 있고 맛있게 보여서라던가 세일하길래라는 이유를 댔었다 결혼 10년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깨달음은 변함없이 빈 손으로 들어오질 않는다. 주로 과일을 위주로 사가지고 오는 편인데 배추와 무를 사 온 날은 약간 황당해서 뭐 먹고 싶은 게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깍두기가 더 떨어질 건 같아서 사왔다고 했다. [ 배추는 왜 샀어? ] [ 음,,겉절이하면 맛있잖아,,] [ 겉절이 먹고 싶었어? ] [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배추는 나물도 할 수 있고 뭐든지 해 먹을 수 있으니까 샀어 ] 회사를 나와 역 지하 백화점이나 옆 건물 상가에서 사온다는데 그래서인지 식빵을 사올 때도 있.. 2020. 9. 24.
우리 부부는 이렇게 먹고 산다 지난주, 신년회에서 옆에 앉았던여직원이 내게 물었다.[ 정상, 이상한 질문인데,,정상네는한식이 많아요? 일식이 많아요? ][ 그게 왜 궁금했어요? ][ 그냥,,한일커플들은 평상시에 집에서 뭘 자주 해먹는지 알고 싶더라구요 ]유키코 상은 한국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관심이 엄청 많은 40대 독신녀이다. 뭘 먹고 사는지 일일이 설명하기 그래서블로그에 올렸던 음식사진들을 보여주자질문이 방언 터지듯 터졌다.깨달음은 매운음식을 잘 먹는지,미소시루(된장국)은 매일 끓이는지,사시미는 자주 안 먹는지,한국재료는 어디서 사는지,일본요리는 어디서 배웠는지, 그리고나물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질문으로신년회가 끝날 때까지 한국요리에 관해 물었다.결혼을 하고 8년이 되도록 우리집은변함없이 아침밥을 먹는다.빵으로 대처를 하자는 제.. 2020. 1. 29.
우리가 더 미안해요, 엄마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깨달음을 기다린지 1시간이 넘어가자 난 예약해둔 광주행 케이티엑스를 취소하고 마음을 비웠다. 하필 같은 시간대에 타항공사에서 3대가 한꺼번에 도착하는 바람에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심사를 통과해 나오는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취소를 하고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해 금요일이라 티켓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광주를 가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머리를 짜내고 있는데 지친 표정으로 깨달음이 입국장에 나타났다. 계단까지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들이 넘쳐나 기다리는데 배가 꼬르륵 거려서 기내식 안 먹은 걸 후회했단다. 일단,,택시를 타고 동생이 어렵게 예약해준 케이티엑스를 타기위해 용산역으로 향했다. 광주행까진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차분히 식사를 하고 엄마에게 .. 2019.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