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초음파실로 향했다.
깨달음은 보이지 않았고,,,30,40분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환자복차림으로 나왔는데
표정이 무표정이였다.
옷을 갈아입고 담당의 앞에 나란히 앉았다.
2미리 정도의 폴립이 3개,
8미리 정도의 폴립이 1개 발견이 되었고
이 8미리 필립은 수술을 해야한다는 결정이 났다.
안 하면 안 되냐고 깨달음이 물었고
악성은 아니지만 사이즈도 그렇고
수술을 권한다고 하셨다.
혹, 식사나 음식물을 주의해야 할 게 있냐고 어쭈었더니
특별히 조심할 건 없다고 하셨다.
병원을 나오면서부터
깨달음은 [배고프다]는 소릴 계속했다.
하긴, 내시경검사를 위해 2틀간 거의 먹질 못해서
안타깝긴 했다.
뭐가 먹고 싶냐고 했더니 기름진 걸 먹을 거란다.
가게에 들어가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폭풍흡입을 했다.
걱정 안 되냐고 물었더니 악성도 아니고
자기 나이엔 이런 폴립이 하나 둘씩 있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단다.
배불리 먹고 집에 도착 했더니
후배에게서 소포가 와 있었다.
내가 부탁한 책들과 함께 깨달음이 좋아하는
과자를 박스 가득 보내왔다.
오랜만에 받는 소포라고 바람처럼 옷을 갈아입고는
박스 속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
과자를 꺼낼 때마다 [ 이고순(이것은) 내 꼬(내 것)
..이고순(이것은) 내 꼬(내 것)... 이고순 케이....
가슴에 차곡차곡 자기 것을 올리는 깨달음.
오전에 관리실에서 연락 온 얘기를 하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어쩜 저렇게 과자만 보면 눈과 귀가 막힐 수 있을까....
박스 밑에 있는 과자들을
모두 품에 넣은 뒤, 라면을 들고
후배에게 [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포즈를 취했다.
자기 것?은 박스 안에,
내 것이라 생각되는 건 밖에 놓여 있길래
크리스피롤도 과자라고 그랬더니 그냥 나 먹으란다..
그 대신 헤어 오일 자기도 한 번 써 보면
안 되냐고 묻는다.
작은 샘플이 딸려 있던데 그냥 그거 하나 주라고...
[ ........................... ]
그리고선 박스 안에서 고르고 골라 온 과자를
뜯으면서 이것 먹어봤는데 맛있었다며
이름을 못외우겠다고 옛날부터 있던 과자냐 물으면서
한 입 넣더니 바로 엄지척.. [ 최고,....]란다.
이 때까지만해도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였다.
난, 잠시 내 방에서 일을 보고 거실에 나와봤더니
과자들이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앉은 자리에서 저걸 다 먹고 말았을텐데
오늘은 한 봉지만 먹고 정리된 상태였다.
맛있어서 아껴먹는 거냐고 했더니
혼자 과자를 먹고 있다가 문뜩, 수술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 보았단다.
실은, 대장폴립에 대해 검색을 해봤더니
대장암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았고
동물성 식물, 육류,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 푸드 등의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고 적혔더란다.
수술이 별 게 아니지만
그냥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내가 케이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져 들더란다.
[ .......................... ]
갑자기 왠 오버스러운 생각을 하냐고 그랬더니
자기도 모르게 맛있는 과자를 먹고 있는데
슬픈 느낌이 들면서 자꾸만 생각에 생각들이
꼬리를 물더란다.
자기에게 무슨 일 있으면 나는 물론, 한국에 있는
장모님,다른 형제 자매들에게도
폐를 끼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고..
남은 배우자에게 뭐가 제일 좋은 선물이
되는지도 생각해 보고..
그냥 한국에서의 노후생활을 앞당기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그냥,,,몇 분 되지 않았지만 너무도 많은 생각들에 휩싸였단다.
악성이 아니고 제거수술만 하면 괜찮다고
앞으로는 100% 채식,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나물을 위주로 음식을 준비할테니 걱정말라고 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가 만약에 자기가 떠나면
당신은 재혼을 하는 게 좋을 거라면서
슬픈 눈을 하고 날 쳐다봤다.
[ ..........................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건강을 위해
얼른 자라고 했더니 축 쳐진 어깨를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는 과자 박스 보고 행복함을 주체 못하더니
왜 갑자기 슬픈모드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맛난 과자를 앞에 두고 여러 생각들이
오갔던 것 모양이다.
원래가 아주 건강했던 사람이고,
작년 검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덜컥 겁도 나고,,..괜시리 슬퍼졌던 것 같다.
불안해 하지 않게 한마디 해주야하는데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생각 끝에 방문을 노크했다.
당신과 한국에서 멋진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당신 건강은 이제부터 내가 모두
책임질테니까 걱정말라고 그랬더니
행여나 자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곳 생활은 모두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란다.
그래야 자기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알았으니까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그 때 다시 얘기하자고
내일부터 식단 조절 할테니 뭐 먹고 싶냐고
화제를 돌렸더니
앞으로는 된장찌게와 김찌찌게를 번갈아서 해주란다.
한식으로 몸을 개선하면 좋아질 것 같고,
인삼 엑기스도 마시고 싶단다.
알겠다고 얼른 자라고 불을 꺼주고 나왔다.
상당히 겁을 먹은 것 같다.
건강할 때는 몰랐던 것들이 막상 이상이 생기고 나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되는 모양이다.
나도 그랬다. 남은 사람에게 뭘 해야하나라는 그런
막다른 생각들을 끝임없이 했었다.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건강해야 하지만
특히 국제커플은 몇 배로 건강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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