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일커플들 이야기

날마다 이혼을 꿈꾸는 여자

by 일본의 케이 2016. 4. 28.
728x90
728x170

그녀를 만나러 간 곳은 하카타요리 전문점이였다.

카운터에 앉자 익숙하게 코스요리를 주문하는 영자씨.

건배를 하며 영자씨가 물었다.

[ 언니, 한국말 오랜만에 하지? ]

[ 응,,,글쓰고, 카톡하는 것 빼고는

이렇게 한국말 할 기회가 별로 없지...]

[ 나는 그래도 회사에 한국 직원이 있는데.....]

[ 아니야,,나도 후배 한 명 남긴 남았어...

정말 한국말로 떠들고 싶을 때

시간 내서 만나기도 하고 그래....]

[ 그렇구나,,,,한국말도 안 하면 점점 꼬이지? ]

[ 응,,그건, 그렇고 왠 일이야? 여기까지? ]

[ 그냥 왔어...한국말 하고 싶어서....]

애써 웃으며 말하는 그녀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 이 집 음식, 맛있지? ]

[ 응,,,맛있는데,,,왜 만나자고 했는지 

그 얘기나 얼른 하세요.....뜸 들이지 말고,,,]

[ 여전히 성질은 급하시네...] 그녀가 눈을 흘겼다.

그녀는 사이타마라는 곳에서 산다.

그곳에서 한시간이 넘게 이곳까지 왔을 땐

분명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협회에서 잠깐 보란티어를 했었고

아주 자유분망하고 쾌활했고 어디서나 밝은 이미지를

보여서 다른 회원들도 좋아했었다.


 

[ 나,,,이혼 할려고....]

[ 왜? 아이 낳으려고 실험관 시술 받고 그러지 않았어?]

[ 몰라,,,그냥 이혼하고 싶어서....]

지금의 일본인 남편과는 서로가 재혼커플이였다.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얘긴 들었는데

뭐가 잘 못되었는지 감을 잠을 수 없었다.

[ 나,,그 사람 핸드폰을 봤는데,,, 여자가 있더라...

그냥, 우연히 무심히 열어봤는데

나 아는 여자랑 카톡을 주고 받았더라구...]

[누구? 누구랑 카톡한 거였어?

아니, 우선,,,영자씨부부는 원래부터

서로 핸드폰 체크하고 그런 사이야? ]

[ 응,,, 난,,가끔 남편 거 핸드폰 체크해..

남편은 하는지 모르지만,,,]

[ 그래,,,그럼,,누구였어? ]

[ 내가 다니는 요가교실에 친하게 지냈던

 한국인 동생이 있었는데.,,, 많이 친해서

우리집에도 놀러오고 그랬거든,,, 근데  그 애였어...

남편 회사 분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가까워졌나 봐.. ]

 

[  남편한테 얘기는 해봤어? 이게 뭐냐고? ]

[ 아니,,,그냥 직감으로 알 수 있잖아...]

그 뒤로도 그녀는 남편에 관해 많은 얘길 했다.

결혼 전부터 지금의 남편 모습들,,

5년이 넘는 불임치료를 하면서 서운했던 일,

화 났던 일, 속상했던 일 등등,,

그리고 증거라도 제시하듯이 내게 남편과 그 아가씨의

카톡 내용을 보여줬는데

내가 봤을 땐 업무처리 방식과

직원들과의 관계에 대한 대화가 많았다. 

[ 영자씨,,,근데 이 카톡을 보고 의심한 거였어? ]

[ 사무적인 얘기가 많긴 한데

나 몰래 카톡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해가 안돼..]

 

코스 요리가 다 끝나고 역 앞에 있는 커피숍에서

다시 자릴 잡고 앉았다.

[ 영자씨,,, 자기 처음에 이혼했을 때 왜 했다 그랬어? ]

그 때도 아마 지금과 같은 이유로 이혼하지 않았어?

남편이 바람 피웠다는 이유로,,,,,

근데,,,이혼하고 보니까 실제로 남편이 바람을 핀게

아니였다는 걸 알았다면서,

그래서 후회 했다고 했잖아,,,]

[ 맞아,,,내가 의부증 같은게 조금 있긴 있는데

이번엔 확실하다니깐,,,..]

[ 영자씨,, 기분은 잘 알겠는데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되잖아...]

커피잔을 든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 언니,,,나 너무 불안해...미치겠어...

정말,,, 바람피웠으면 어쩔까 무서워서도

못 물어보겠고,,,그래서도 확인을 못하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 ]

커피잔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영자씨 눈이 반짝거렸다.

[ 언니,,언니도 알다시피 난 장애가 있잖아...

미비하긴 하지만,,]

[ 그게 뭐가 장애야? 누가 장애래?

장애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웃겨,

 그런 생각하지마,,,그럴 필요 하나도 없어.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

아이 갖기 위해 서로 노력했다면서!

그게 영자씨 잘못이 아니잖아 ]

[ 어쩜,,,언니한테 이 소릴 듣고 싶었나 봐..

장애가 아니라고,니 잘못이 아니라는

 얘길 듣고 싶었나 봐 ]

[ 집에 가서 남편과 진심어린 대화를 해...

그동안 서운했던 것들,, 아팠던 것들,,

그리고 그냥 추측하고 지레짐작해서 불안해 하거나

그럴 것이라고 답을 내놓고 남편을 몰고 가지마. 

사람을 믿지 않고 의심하는 것만큼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게 없어 ] 

[ 알았어...언니... 오늘 다 얘기해 볼게...]

[ 영자씨,,, 남편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해 줘.

이제까지 고생했다고 격려도 해주고~]

전철을 기다리는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녀에게

살며시 다가가 가만히 안아 줬다.

언제나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영자씨..,

자기가 사랑한 사랑들이 자기 곁을 떠날까 봐 

늘 불안해하는 영자씨..

내가 상처받는 게 싫어 상대를 먼저 밀어내려는 영자씨..,

그녀는 매일처럼 이혼을 꿈꾸고 있다.

그저 더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서라는

아이같은 마음을 가졌을 뿐인데

컴플렉스 속에 자꾸만 숨으려는 영자씨...

그녀의 여린 마음이 어떤 이유로든 다치지 않기를,,,

어디에서나 편안하고,,어디에서나 사랑받고,,,

어디에서나 당당해지길 바란다.

조금은 너그럽게,,조금은 여유롭게 남편과의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는데

똑같은 실수를 두번 다시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