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깨달음이 좋아하는 해물덮밥을 먹었다.
사시미를 엄청 좋아하는 깨달음은 내가
날 음식을 잘 못 먹는 탓에 혼자 먹고 오거나
거래처와의 술자리에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있다며
새로운 일식집을 소개시켜 줬다.
날 위해 게살이랑 성게알 덮밥을 주문해 주는
깨달음에게 가격이 좀 세다고 했더니
그냥 먹으란다.
[ 응, 진짜 맛있다...]
[ 이거 먹고 빨리 집에 들어가서
나 짐 챙겨야 될 것 같애 ]
[ 왜? ]
[ 내일 또 나고야 출장 가야 돼 ]
[ 한국 가야 하잖아 ]
[ 응, 그러니까 오늘 미리 가방 챙긴다는 거야 ]
[ 몇시에 돌아올 예정이야? ]
[ 많이 늦어질 것 같애, 오전, 오후,저녁에도
미팅이 있어서 집에 도착하면 12시쯤 될 걸,
한국행 비행기 몇 시지? ]
[ 공항 가려면 아침 6시에는 나가야 될 거야 ]
식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잠시 차를 한 잔
마신 후 깨달음은 자기 방에서
짐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 속옷은 찍지 마 ]
[ 속옷을 찍는 게 아니야, 당신 모습을
찍는 거야, 모자이크 할게 ]
깨달음은 유독 속옷류가 카메라에 담기는 걸
싫어했다.
[ 당신도 얼른 짐 챙겨 ]
[ 나는 아직 안 해도 돼 ]
[ 깨달음, 피곤하겠다. 나고야 갔다가 바로
한국 가야 되니까 ]
[ 아니야, 이거 챙겨가면 하나도 안 피곤해]
좀 피곤하다싶으면 한국 편의점에서 박0스를
한병 사 먹을 거라며 책상에서 주섬주섬
비상약통에 영양제랑 홍삼정을
차근차근 넣고 있는 깨달음.
[ 이제 나 잘 거야, 내일 아침 첫차니까..
이제 사진 그만 찍고 당신도 가서 자 ]
나를 자기 방에서 밀어내는 깨달음 눈이
피곤하게 보였다.
그렇게 저녁을 보내고 오늘 아침,
출근 하는 걸 보려고 나름 빨리 일어났는데
깨달음은 벌써 출근하고 없고 캐리어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남자들도 참 고생이 많다라는 생각을 했다.
실은, 며칠 전에 우린 말다툼을 좀 심하게 했다.
매번 그렇지만 똑같은 문제로 똑같은 말다툼을
반복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고 지나치면 좋으련만
둘이 똑같이 서로의 주장을 앞세우다보니
결론도 나지 않은 부부싸움을 하게 된다.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가 아닌, 서로가 다른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는 것인데 8년을
살았으면 이젠 학습이 됐을만도한데
아직까지 난 내 화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터트리고 만다.
그래도 꼭 마무리할 때면 알겠다고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하는 깨달음을 보면 나는 또
깊은 반성을 하게 된다.
그렇게 다툼이 있는 날이면 며칠간은
냉냉한 기운들이 온 집안에 맴도는 게 싫으면서도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사과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계속된다.
이렇게 아침 일찍, 그렇게 좋아하는 아침밥도
거른 채 나간 깨달음의 빈자리를 보고 있으니
마음 한켠이 서늘하다.
좋은 날도, 기쁜 날도, 슬픈 날도, 화 나는 날도,
부부 싸움을 한 날도, 울적한 날도,
외로운 날도, 피곤한 날도, 귀찮은 날도
변함없이 남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뛰는 깨달음이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옆에 있을 때 잘 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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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에서 돌아오면 바로 한국에 가야하는데
깨달음이 피곤하지 않게 박0스도 많이
사주고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도록
해야될 것 같습니다.
잠시 한국에 다녀와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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