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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by 일본의 케이 2015.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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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함께 자전거로 3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홈센터에 있는 애완견숍이였다.

아버님께 사 드릴 고양이를 찾고 싶은 것도 있고

우리도 귀여운 강아지 한마리 키우자는 생각에 갔다.

귀엽고, 예쁜 애들은 많았는데 우리가 찾는

시바견(일본 토종견)중에서도 마메시바

( 시바견의 변종으로 아주 작게 개량된 품종)

를 찾았는데 이곳 매장에는 없고

주문을 하고 기다려야한다고 했다. 


 

 시바견이 있어 내가 한 번 안아봤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개월수가 좀 지나서 크기가 어중간하다보니

가격도 많이 떨어지고

 얼굴도 귀엽고 성격도 온순해서 좋은데 주인을 아직

못 만나고 있다고 점원이 얘기해 줬다.

그 얘길 듣고 깨달음도 한 번 안아보려 하니까

강아지가 발버둥을 치고 낑낑거리자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작은 목소리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는

이 녀석은 우리집에 올 생각이 없는아이라고

투명스럽게 내뱉었다. 

 

고양이도 안아보고,,,,

아버님이 원하시는노랑색에 개월수가 2개월정도의

 새끼 고양이는 이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점원에게 시바견과 마메시바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와 설명을 듣고 우린 열대어만 몇마리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깨달음이 물건창고에서 커다란 박스를 꺼내 펼쳤다.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갑자기 추워진 것도 있고 길거리에선

 벌써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퍼지고 있어서

빨리 설치해야겠단다.

내가 도와줄려고 했더니 그냥 냅두란다.

올해는 자기가 자기 맘대로 꾸미고 싶으니까

그냥 완성되면 사진만 찍으란다.

 

자긴 대학생이 될 때까지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를 몰랐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적어본 적도 거의 없었단다.

기독교에 대한 것도 잘 몰랐고

그냥 할로윈 같은 행사의 하나로 이 날은

케익을 먹는 날로만 알았단다.

지금도 잘 모르긴 하지만

예수사마의 생일축하이니까 정성껏 해야한단다.

나한테 하는 소리인게 분명한데 난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방이 점점 어질러지고,,,,,

내가 가까이 다가갔더니 확실한 발음으로

[ 저리 가세요~]란다.

[ ....................... ]

 

한참을 조용히 트리를 만들다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자기가 여러모로 생각해 봤는데 역시

 개 키우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단다.

금액도 30만엔이상 한다고 그러고 (한화 약 300만원)

간난아이처럼 잘 돌봐야하고,,

키우게 되면 여행도 자유롭게 못가고,,

털도 날리고, 냄새도 좀 나고,,

그러니 그냥 다른 것을 찾아보잔다.

그런 걸 감안하면서 키우는 거라고 애완견이 사람에게 주는

기쁨과 사랑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것이 아니겠냐고

어설픈 마음으로 키워서는 안 된다고 했더니

그러니까 우린 아직 결단이 서질 않았으니

좀 더 생각을 해보는 게 좋겠고

솔직히 말해서 강아지 키우면 내 관심이 분명

강아지한테 100% 쏠릴 게 분명해서도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단다.

[ .................... ]

 

 그렇게 자기 맘대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 다음

올 크리스마스 선물을 애완견으로 할려고 했는데

그것 말고 다른 것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보란다.

별로 필요한 게 없다고 하니까

자기는 있다면서 이번에 김장하러 한국가기로 했던것

취소했는데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국 가잔다.

[ .................... ]

실은,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기를 두번,,,

우리 스케쥴이 엇갈린 것도 있었고

한국 가족들 일정도 좀처럼 맞지 않아서였다.

 장모님께 간다고 약속해놓고 

또 안 간다고 하면 실망하시지 않겠냐고

그리고 큰형님, 아들 취직한 것도

둘째 처형 딸이 서울대 대학원 합격한 것도

 축하 해줘야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이번 기회 아니면 한국의 [김장담기]체험을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까

그냥 맨 처음 예정대로 잠깐이라도 다녀오자면서

이번 한국행을 자기 크리스마스 선물로 해줬으며 한단다.

[ .................... ]

오늘 애견센터에 가서 빈손으로 돌아 온 것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 것도

결론적으로는 [한국 가기]를 위한 작전이였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내가 너무 강경하게 안 간다고 하니까

자기도 일단 포기를 했었는데

이래저래 가야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얘기를 한 것이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대처하면

내가 들어줄 것 같아서 말한 거란다.

[ .................... ]

참,,, 깨달음은 순진한 듯하면서

아주 치밀하게 계산해서 자기 목표를 달성하는 경향이 있다.

내 약점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깨달음...

그래서 이번에도 머리를 쓴 게 분명하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그래왔다.

그 어떤 무리한 선물이나 부탁도 크리스마스 때는

뭐든지 다 들어줬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곁에서 보기엔 내가 깨달음을 잡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실은 깨달음이 늘 내 머리 위에 앉아 있음을 느낀다.

내가 버릇을 잘못들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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