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다녀와서 바로 나는 검사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 아무런 증상이 없었어요? 통증 같은 것도?]
[ 네..전혀,,]
[ 작년에 수술했죠? 자궁근종? ]
[ 네,,,]
선생님도 놀라서 차트를 꼼꼼히 살피시다가
소견서를 써주겠다며 잠시 기다리라 하셨다.
굳이 병원을 옮길 필요가 있겠냐고 했더니
긴급 정밀검사를 요하기도 하고, 혹 무슨일이
있으면 수술를 바로 해야할 상황도 생기므로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게 좋다고 했다.
그리고 부인과쪽으로 실력이 알려진 의료진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선생님 자신이
안심된다고 하셨다. 내가 작년에 수술한 병원은
경영진이 전면 바뀌면서 의료진이 모두
빠져나가 버린 상태였기에 난 이렇게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야했다.
작년과 올 초에는 가슴에 문제가 있어
여기저기 병원을 다녔는데 이번에는
자궁에 문제가 생긴는 듯 했다.
소견서가 마무리 될 때까지 난 긴 의자에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었다.
병원은 참 익숙해 지지 않는다.
특히, 새로운 병이 발견되면 변명도 생소할 뿐더러
긴가민가해서 머릿속이 바보가 된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근데 왜..자꾸 몸이 아픈 걸가...
소견서를 받아 들고 구글 지도를 보며
전철을 두번 갈아타고 병원을 도착해보니
입구에서부터 대기실까지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나만,,너무 젊어서 위화감이 들 정도였다.
소견서를 읽어보시고는 그 분과의 친분을
잠시 말씀하시더니 검사를 다시 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어떤 수술을 해야하는지도
상세히 알기 쉽게 알려주셨다. 작년에 수술을
받았던 서류도 훑어보시고
수술 집도의와 같은 병원에 있을 때
생겼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시며
무표정한 내게 이렇게 말씀 하셨다.
[ 검사 결과가 별 문제가 없으면 좋겠지만
혹 수술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 네...]
예약표를 들고 깨달음에게 카톡을 보냈다.
깨달음도 놀랬는지 바로 전화를 해왔고
나는 선생님께 들은 얘기를 그대로 앵무새처럼
감정없이 전해줬다.
괜찮을 거라며 안심시키려는 깨달음에게
저녁 메뉴는 뭐가 좋겠냐고 물었다.
외식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그냥 집에서 좀 쉬고 싶어 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거실에 있던 깨달음이 후다닥
뛰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를 보자마자
괜찮냐고 또 물었다.
[ 응,아직 재검사 결과를 모르니까 괜찮아..]
[ 지난번 결과에서는 뭐라고 나왔는데? ]
[ 암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질병일 수 있으니
긴급 정밀검사를 요한다고 나왔어..]
[ 검사결과 나 좀 보여줘 ]
가방에서 꺼내 깨달음에게 주고
난 내 방에 누워 평소때처럼 책을 펼쳤다.
이곳은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3일연휴였다.
별다른 스케쥴이 없었던 우리는 3일간 빈둥빈둥
각자의 시간을 즐겼고 내가 병원에 다녀오는동안
깨달음도 잠시 외출을 했다가
집에 들어온 상태였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난 잠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노크를 하는 소리가 났고 깨달음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깨달음, 저녁 뭐 먹을까? ]
[ 나가서 먹자 ]
[ 아니야, 집에서 먹어..]
[ 뭐 먹고 싶어? ]
[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 한국에서 사 온 만두 먹을래? ]
[ 응, 나는 좋지....]
두부샐러드, 나물들, 그리고 굴넣은 떡국,
만두를 구어서 저녁을 준비했다.
[ 역시 막 뽑아서 만든 떡국은 맛이 달라 ]
떡국을 한입 먹어본 깨달음이 지금껏 먹어왔던
떡하고는 식감이 다르다며 감탄을 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작은 언니가 방앗간에서
막 뽑아온 대떡을 자르지도 않고 줬었다.
적당히 말랐을 때 떡국용으로 썰어 만들었으니
시판용 떡과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다.
[ 근데 당신은 왜 안 먹어? ]
[ 좀 있다 먹을게]
깨달음은 파김치를 올려 먹기도 하고,
맛있다며 두번이나 엄지척을 해보였다.
난 그 모습을 보면서 그냥 여러가지 쓸데없는
생각들이 오갔다.
병원을 다녀오고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면
솔직히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이 맴돈다.
미리 걱정할 것 없다고 마음을 다스려봐도
좀처럼 밝아지지 않는게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오늘은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 등등, 아주 미래지향적인 교과서적
맨트는 솔직히 그 상황에 닥치고 보면 그리 쉽게
실천에 옮기지는게 아니라는 걸 실감한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해도 왜 여기저기
아프게 된 것인지,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자꾸 자책하는 시간만이 늘어가고 지나버린
과거의 필름을 찬찬히 되돌려보게 된다.
영양제도, 운동도, 그리고 식이요법도
상당히 잘 지키고 있었는데 왜 내 몸은
노력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 걸까.
노화에 따라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내 육체는 자꾸만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 불편함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야될텐데 난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한국이였으면 내가 아프지 않았을까?
잠깐 엉뚱한 생각이 스친다.
해외에서 아프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내 나라,,내 가족들인 것 같다.
해외 거주자가 가장 힘들때도 바로 이런 날일게다.
아무일도 없는 듯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깨달음..잘 먹어줘서 고마운
이 평범한 풍경이 오늘은 시리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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