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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출근 길, 남편이 회사에 가지고 간 것

by 일본의 케이 2018.11.23

한국에서 사온 물건들을 깨달음은 자기방

침대 위에 무슨 전시를 하듯 펼쳐놓았다.

[ 왜 올려놨어? ]

[ 그냥,,시간에 쫒겼는데도 꽤 많이 샀지? ]

얼른 정리하고 자라고 했더니 이대로 진열해 놓고

보고 있으면 뭔가 뿌듯하고 행복함이 밀려온단다.

다음날 시부모님께 보낼 과자는 놔두고 빼빼로와 

라면류만 챙기라고 했더니 알겠다며 

물건을 정리했다. 

[ 신라면은 집에서 먹고, 컵라면은 심심할 때 먹고

정0장은 대학동기 00랑 00에게 주고

과자는 아버지한테 보내고 나도 좀 먹고,,,]

깨달음은 꼭 이렇게 혼잣말처럼 나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하는 버릇이 있다.


 [ 잘자, 그리고 한국에서 친구 딸 결혼식도 같이 

가주고 여러모로 신경써 줘서 고마웠어.

아까도 그 친구한테서 전화왔어, 당신에게 

고맙다고 꼭 전해달래, 남편분도 전화를 주셨어.

먼 길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

[ 아니야, 당연히 가야할 친구였잖아, 그 덕분에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서 난 좋았어.. ]

잘 자라고 방을 나서는데 갑자기 하트를 하며

 애교를 부리길래 왜그러냐고 물으니까

 한국에서 자기 통역하고, 가이드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란다. 

[ 나보다는 구글이 다 해준건데..뭐..] 

[ 그래도 식당에서 당신이 많이 고생했잖아..]

그건 그랬다. 깨달음은 한끼를 아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여서 허투루 먹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가면 요구사항이 많다.


 주문을 할 때부터 산지 재료를 사용했는지

어떤 조리법을 하는 건지 묻고 모든 메뉴를

내가 다 설명하고 읽어줘야 한다.

식초를 좀 달라고 해달라,

고추장을 더 넣고 싶다, 뜨겁게 한번 더

데워달라고 부탁해주라,

양념장에 고추를 더 넣어달라고 해주라,

요금을 더 드릴테니 바지락을 추가로 넣어달라고

부탁해주라 등등,,

은근 말씀드리기 곤란한 것들을 시킬때면

그냥 대충 먹으면 안되냐고 말할 때도 있지만 

워낙에 한국음식 먹는데는 정석대로 먹길 원하는

 깨달음이라는 걸 알기에 입맛에 맞게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통역도 하고 가게측에 부탁도 드린다.

하트를 날리는 걸 보면 미안했던 모양이다.

[ 그러니까 당신도 빨리 한글 읽을수 있게

공부 좀 해, 알았지? 내가 당신 비서냐? ]

[ ㄱ,ㄴ,ㄷ,ㄹ,ㅁ,ㅂ,ㅅ.......외웠는데

다 잊어버렸어. 그대신 바디랭귀지로 이렇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표현하잖아 ]

[ ............................... ]

말이나 못하면 밉기나않지 말은 청산유수다.


다음날, 깨달음이 출근가방 옆에 쇼핑백이 놓여있었다.

그럼 그렇지 시부모님께 드리겠다고 과자를 사면서

자기 몫까지 생각하고 산 게 분명했다.

[ 직원들에게 줄 거야 ]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하는 것을 보니

 거짓말이라는 걸 금방 알수 있었다.


내가 대꾸도 하지 않자, 부동자세로 서서는

자기는 정말 한 개씩 맛만 보고 나머지는

모두 직원들에게 줄 거라며 믿어달란다.

다이어트를 위해 과자를 끊는다는 약속을

작년부터 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아서 그냥

포기 상태였기에 나는 별로 화도 나질 않았다.  

[ 직원들이 좋아하긴 해? 한국과자를? ]

[ 응, 다들 얼마나 잘 먹는데 그래서 잘 안보이는 

곳에 내가 숨겨두기도 해..]

숨겨둔다는 말을 해놓고 아차했는지 얼른 말을 바꿔

한국에서 가이드해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선물을 샀으니 보라며 현관을 나섰다.


내 방 책상 위에 정0장 엑기스가 놓여있었다.

면세점에서 나랑 같이 물건을 살 때만해도

못 보던 것이였는데 언제 샀는지...

어젯밤, 내가 한국식당에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을 때

자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한국음식을 최고로 맛있게 먹기 위해 식당분들께

죄송하지만 필요한 양념 같은 건 주라고 할거라

귀찮더라도 자기 요구를 식당측에 말을 

잘 해주라며 두 손을 모아 부탁했었다.

아마도 이 선물은 다음에 한국에 가더라도

 이것저것 말해주고 챙겨주라는 아부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회사에 가져간 과자는 정말 

직원들과 나눠 먹겠지...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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