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
[ 아이고, 깨서방이 또 전화를 해주네~]
[ 식사 하셨어요? ]
[ 인자 먹을라고,,깨서방은 식사했어요? ]
[ 오머니, 뭐 먹어요? ]
[ 음,,김치찌개 했네. 저녁 먹을라고 ]
[ 네,,오머니,,안 추워요? ]
[ 여기는 많이 쌀쌀해졌어. 일본은 안 추운가? ]
[ 오머니, 코로나 조심하세요 ]
[ 나도 조심할랑께 깨서방도 조심해요 ]
[ 오머니, 내년에 만나요 ]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엄마 목소리는 꽤 밝았다.
깨서방과의 대화는 늘 그렇듯 엊갈리지만 서로가
마음으로 느껴서인지 잘 통한다.
엄마의 오른쪽 발가락에 생긴 티눈이 몇차례 수술을
거듭했지만 뿌리가 뽑히지 않았는지 지난달
대학병원에서 사마귀라는 판정을 받고
다시 냉동치료를 받으셨단다.
물집처럼 생긴 수술부위가 신경쓰여 거의 매일
피부과에서 소독을 하신다는 우리 엄마.
[ 엄마,,,코로나 조심하시고,,내년에나 한 번
가 보도록 할게요 ]
[ 내년에도 볼랑가 모르것다. 그 놈의 코로나
때문에 온 세상이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백신인가 뭔가가 만들어져야 끝이 난다그렁께
그 때까지 니기들도 여기 올라고 생각말고
가만히 일본에 있어. 안 와도 괜찮응께 ]
[ 응,,알았어..엄마..]
전화를 끊으려는데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인께 잘 먹고,
건강 조심해라,아프믄 다 소용없어야~
긍께 깨서방이랑 맛난 거 해 먹고
건강 챙겨라잉~]
[ 알았어.엄마.]
전화를 끊고 나면 깨달음은 의례 묻는다.
어머님이 뭐라 하셨냐고..
[ 응,,건강 잘 챙기고 당신이랑 맛있는 거
해 먹으면서 잘 살아라고 그러셨어 ]
[ 그래? 그럼 나 먹고 싶은 거 해 줄거야? ]
[ 뭐가 먹고 싶은데? ]
[ 상추에 싸 먹는 튀김 먹고 싶어..]
[ 아,,그거...]
지금껏 서너번정도밖에 해 준 기억이 없는데
먹고 싶다고 하니 바로 만들었다.
내 고향 광주에서만 먹는 걸로 알고 있는
상추튀김을 깨달음도 참 좋아한다.
느끼하면 바로 입맛을 바꿀 수 있게
비빔냉면도 함께 차렸다.
[ 골뱅이 넣었어? ]
[ 응 ]
깨달음은 비비는 국수, 쫄면,냉면엔 꼭 골뱅이를
넣어 먹고 싶어해서 많이 넣어준다.
양념장에 들어있는 매운 청량고추와 파를
듬뿍 넣고 오징어튀김을 상추에 싸
야무지게 먹는 깨달음이 보기 좋다.
우린 식사를 하며 언제나 한국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얘기를 나누다 다시 친정엄마로 화제를 바꿨다.
엄마가 연세를 더 드시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어떻게 할 건지
형제들과 얘기는 나눴는지 묻길래
예전에 언니들과 나눴던 얘길 하면서
우리 둘은 누군가 먼저 아프면
바로 요양원에 보내든지 스스로가 상대에게
민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자진해서 요양원에 들어가자는 얘길 했다.
이 얘기는 오늘 처음 나온 게 아니기에
우린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서로에게
짐이 되지 말자는 뜻을 같이 했다.
[ 깨달음,,당신은 몇 살까지 살고 싶어? ]
[ 음,,, 그건 모르지..85살? ]
[ 남의 손이 필요하게 되면 정말 우린 조용히
요양원에 들어가면 되겠네. ]
[ 그래야지. 그래야 서로가 편하지..]
맨션형식의 실버타운이나 호텔형 복지주택에
관해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눴다.식사를 마친 후,
우린 여러 형태의 노인형 타운과 요양원들을
검색해 보았다. 호텔처럼 레스토랑, 수영장,
스포츠짐에 24시간 의료진이
대기하는 곳이 의외로 많았다.
[ 근데..상당히 비싸다....]
[ 입주 조건도 까다로워..그만큼 혜택도
많은데 너무 비싸서 탈이지..]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 한국도 이 정도 고급 노인타운이 있지? ]
[ 있겠지..근데 한국도 비싸지...]
[ 그래..그럼 우린 일반 요양원으로 들어가자 ]
집근처나 공기가 좋은 곳의 실버타운을
검색하다 깨달음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에 살게 된다면 욕심이 하나 있단다.
종로나 경복궁 근처에 아담한 한옥을 하나 사서
진돗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길거리에 있는
오뎅도 하나 사 먹고, 붕어빵도 사 먹으면서
다녀보고 싶단다. 꼭 골목 안에 있는
한옥이여야하고 대청마루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ㄷ자 모양이여야하며 개조하거나
리모델링 하지 않은 게 좋단다.
실제로 깨달음은 유튜브를 통해 한옥들을
관심있게 봐 왔었다. 그런데 괜찮다 싶으면
생각보다 높은 매매가에 약간의 좌절을
했지만 지금도 좋은 물건?이
나왔는지 검색을 하곤 한다.
굳이 매입하지 않고 1년살기 같은 게 있으면
살아보고 싶다는데 1년만 세를 내주는
한옥이, 그것도 깨달음 입맛에 맞는
구조의 집이 나올지 희박하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넣어두고 있단다.
한국에서 살게 되면 우동집을 한다고 했다가
전국팔도 장터를 돌아다니며 민속무용을
보러 다니겠다고 했다가
이제는 한옥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https://keijapan.tistory.com/595
(한국에서의 노후생활을 혼자서 계획한 남편)
[ 굳이 한옥 아니여도 괜찮지 않아?]
[ 아니야, 지금껏 성실히 살아온 자신에게
휴식을 주면서 쉬기에는 한옥이 딱이야.
정서적으로도 좋고 안정되잖아.. ]
[ 당신, 내년이면 몇 살이지? ]
[ 왜 갑자기 나이를 물어? ]
깨달음은 부쩍 나이에 민감해져있다.
60이 넘은 깨달음에게 있어서 노후생활은
곧 다가올 현실이다.
그래서도 좀 더 알차고뜻깊은 시간을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 그게 꿈이야? ]
[ 꿈이라기 보다는 꼭 해보고 싶어 ]
본인이 말한대로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으니
자신에게 칭찬하는 의미로 선물을 한다면
[ 한옥에서 살아보기]라는데
깨달음이 꿈꾸는
노후생활을 이루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노년의 아저씨가 어느 한옥마을 뒷골목을 빠져나와
진돗개와 산책을 하다가 동네 이웃들과
눈인사를 나누다 시장 모퉁이에 있는
붕어빵 가게에서
한 손에 붕어빵을 들고 아줌마들과
수다를 떠는 깨달음을 상상해본다.
[ 깨달음,,정말 한옥에 살고 싶으면 내가
알아봐 줄게, 부동산에 당신의 마음을
잘 전달하면 어떻게 찾아주지 않을까? ]
[ 그래? 그럼 먼저 진돗개를 분양 받아야겠지?
아니,,집이 먼저겠지?]
[ ......................... ]
남편이 꿈꾸는 노후생활은 의의로 순수했다.
소박하고 순진한 꿈이기에 그곳이 어디든,
수고했던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편히 쉴 수 있는 노년의 생활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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