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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춤 추던 날

by 일본의 케이 2020. 8. 31.

깨달음은 매장을 건성으로 둘러보며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굳이 필요치 않다고는

했지만 막상 보니 마음이 흔들린듯 보였다.

[ 깨달음, 여름용이 필요없으면 저쪽 편에 겨울용도

 있으니까 다시 한번 둘러 봐 ]

[ 그럴까...]

다시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천들을 만져본다.

[ 깨달음,,한벌을 사더라도 좋은 것으로 사 ]

[ 굳이 좋은 거 필요없는데..]

[ 아니야, 좋은 것으로 해, 특히 양복은

좋은 걸로 해두는 게 좋아 ] 


깨달음이 치수를 재고 있는동안 난 먼 발치에서

훔쳐보듯 지켜보고 있었다.

코로나로인해 긴급사태선언을 했던 일본에서는

자국민외에 일본에 거주중인 외국인을 포함,

1인당 10만엔(한화 약 백십만원)에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우리에겐 20만엔이 지급되었고 깨달음은 그 돈을

한국에 갈 예정이였던 내게 모두 주었다. 

약 한달간 있을 예정이였던 한국행이였기에

경비를 생각해 자기몫까지 준 것이다.

https://keijapan.tistory.com/1374

( 전편 글-날 반성하게 만드는 남편)

그런데 외국인에게 재입국이 허용되지 않아서

끝내 한국에 가질 못했고, 그 지원금이 그대로인 

상태였는데 깨달음에게 돌려주려고 기회를 엿보다

마침 남성용 핸드메이드 양복 이벤트를

모백화점에서 하길래 깨달음을 데려온 것이다.

내가 그냥 돌려주겠다고 했을 때, 싫다며

거부를 해서 어떻게 돌려줄까 고민했던 터였다.


단추와 속 단까지 모두 결정을 하고 

카드 결제를 하려는데 깨달음이 옆에 딱 붙어서

10만엔이 넘었는데 괜찮냐고 귓속말을 한다.

[ 괜찮아, 나 돈 많아]

[ 스페어 바지를 넣어서 비싸게 나왔어 ]

[ 괜찮다니깐, 스페어 바지가 있는 게 당연하지]

 결제를 하고 우린 점심을 먹기 위해

집 근처 그랜드 닛코로 이동했다.

2주연속 도쿄 감염자가 200명이 넘어가면서

우린 외식을 끊었는데 깨달음이 호텔은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오랜만에 외식을 하게 되었다.  


[ 양복 고마워 ]

[  아니야,, 어차피 당신 몫이였고

한국에 못 갔잖아, 그니까 돌려주는 게 당연하지 ]

[ 돌려줄 필요 없는데..그래도 고마워. 내가 당신

 한국 가게 되면 용돈 많이 줄게 ]

[ 안 줘도 돼 ]

샐러드와 메인요리를 잽싸게 먹은 깨달음은

달달한 케잌과 디저트를 종류별로 가져와

아주 여유롭게 즐겼다.

[ 오랜만에 외식하니까 좋긴 좋다 ]

[ 응, 기분전환이 되니까 좋네..]

 따끈한 허브티를 한모금 마시고 푹신한

쇼파에 몸을 밀어넣었다.

[ 당신, 한국에는 언제 갈 거야? ]

[ 몰라,,9월이면 재입국이 풀린다고 하는데

9월엔 내 스케쥴이 안 맞고,,10월도

지금으로는 시간을 못 낼 것 같애..]

우린 앞으로 어떻게 코로나와 함께 생활할 건지

그리고 한국을 포함해 국내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지 얘기를 나눴다. 


몇개월만의 외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고 있는데 주문했던 런닝머신이 배달되어 왔다.

코로나로 모두가 스테이홈을 하다보니 주문량이

많아 두달만에 도착한 머신이다.

이것도 실은 깨달음을 위해 주문한 것이다.

몇년간 다녔던 스포츠지무를 탈퇴하고 나니

  역시나 운동이 부족함을 느꼈고 지금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상황에 꼭 

필요할 것 같아 구입한 것이다.

깨달음에게는 일주일전에 일단 귀뜸을 했고

거실에 설치하는데 연신 싱글벙글이였다.


 직원분이 설치하고 있는데 갑자기 왜 두달이나 

걸린 거냐고 깨달음이 물었고 굳디자인상 받은 

제품이여서 인기가 많은 모델이기도 하고

모든 부품이 중국에서 오다보니 코로나로

시간이 더 걸렸다며 지금 주문하신 분들은

 3개월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설치가 끝나갈무렵 또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얼마냐고 물었지만 난 대답하지 않았다.


 직원분들이 돌아가자 심플하고 깔끔하다며

바로 올라가서는 쿠션도 좋다고 이것저것 만져보더니만

갑자기 엉덩이를 실룩실룩거렸다.

[ 깨달음,,뭐 해,...,  뛰어보라니깐 ]

[ 뛰는 것보다 좋아서 춤이 절로 나오네. 히히] 

[ 지금 춤추는 거였어?  ]

[ 응, 완전 맘에 들어, 근데 이거 얼마야? ]

[ 내 지원금으로 산 거야 ]

[ 10만엔 넘었어?역시 우리 와이프는 멋져!!! ]

[ .......................,,,..]


가볍게 걷기를 하다가 멈추고는

  나보고 또 고맙다는 깨달음.

아니라고 당신에게 다시 돌려준 것뿐이니까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양복도 얻고 런닝머신도 생겨서 좋다며

또 엉덩이 춤을 추며 콧노래를 불렀다.

 재난지원금을 한국에서 사용할 생각이였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썼으니 다행이다.

깨달음도 만족하고,저렇게 좋아하니 양복을 맞추고

러닝머신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엔 언젠가 가게 될 것이고, 그 언젠가가 기약하지

못한다해도 조금만 더 참고 

깨달음처럼 즐겁게 긍정적으로 살다보면

분명 저렇게 나도 춤추는 날이 올 것이다.

아무튼, 깨달음은 오늘 하루 많이 많이

행복한 날이라며 내게 손하트를 연실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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