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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일본인다운 남편의 효도 개념

by 일본의 케이 2017. 6. 20.

오랜만에 가라오케에 들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는데 저녁을 먹으며

 임재범씨 와이프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하게 되었고 그런 임재범씨를

위로해 줘야하지 않겠냐는 깨달음의 

애도마음을 표하기 위해 노래방을 간 것이다.

[ 여러분을 불러 주면 임재범씨가 마음이

좀 편하겠지? ]

[ 당신 부르고 싶은 거 불러~] 

[ 아니, 걱정말아요를 부를까? ]

[ 그냥 다 불러~~]


그렇게 해서 여러분, 걱정말아요,

그리고 이은미의 애인있어요까지 

세 곡을 연달아 부르는 깨달음.



[ 싸이 노래 한 번 불러볼까? 

이병헌이 나온 노래 있잖아~]

[ 알아,근데 나 못 불러, 당신 부를 수 있으면

불러 봐~]

[ 나도 못 불러~젊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뭔가 많이 아쉬운 표정으로 다음 곡들을 넣고

그렇게 꼬박 1시간을 깨달음은 열창을 했다.

노래방을 나오며 자신이 애도하는 마음이 

한국까지 전달이 됐을 거라며 나름대로

대만족이라며 묻지 않은 말을 계속했다.

집에 돌아와 깨달음이 엄마께 전화를 

드리자고 했다.

[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 오메,내가 할라그랬는디 깨서방이 먼저 하네]

[ 오머니, 지금 뭐하세요? ]

[ 응 그냥, 테레비 보고 있는디 깨서방은

식사 했어요? ]

[ 네,, ]

[ 오머니, 다음에 노래방 같이 가요~]

[ 노래방?  느닷없이 뭔 노래방? 

아이고 그렇지 않아도 엊그저께 테레비에서

 [돌아와요 부산항] 노래가 나온디, 

저번에 깨서방이 노래방에서

부르던것이 생각나드만,,가세,,노래방~]

[ 오머니,, 밭에는 뭐가 있어요? ]

[ 밭에? 별 거 없어~그냥 소일거리로 

상추 같은 거 쬠 심어 놨어~]

[ 오머니, 일본에 놀러 오세요~]

[ 일본에,,한번 가야제...]

[ 꼭 만나요~오머니~]

나한테 핸드폰을 넘기는 거 보니 자기 할 얘기는

다 끝난 것 같았다.


[ 엄마~한국도 덥다는데 밭에 나가신 거야? ]

[ 아니,,물 만 줬어~밭이라고 해봐야

손바닥만한께 힘들것도 하나도 없시야~]

[ 그래도 엄마 너무 무리하시 마시고~

아, 엄마 모시고 깨서방이 여행 갔다 오라는데

여름 휴가 때 시간내서 한국 한 번

들어갈게요~]

[ 해외여행 가자고? ]

[ 아니, 해외가 아니여도 엄마 바람 쐬러 모시고 

가려고, 지난번에 말한 크루즈 한 번 가실꺼야? ]

[ 배타고 잠도 자고 구경도 하는 거 말하는 거지? 

죽기 전에 한 번 타믄 좋은디..

그 배가 징하게 비싸담시롱..,]

[ 비싼 것도 있고 싼 것도 많아~]

[ 가믄 좋은디,,그래도 너무 비싸서 안 돼~]

[ 가격은 걱정마시고 아무튼, 우리가

좀 계획해 볼게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우리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 동경에서 출발하는 게 8월 3일인데...

티켓이 남았는지 모르겠네...

나는 못 가니까 당신하고 처형들이랑

오머니 모시고 다녀와~]

[ 당신은 왜 못 가? ]

[ 새 달이 시작되는 주는 미팅이 많아서

못 움직여, 나 상관말고 다녀와~]

[ 동경에서 출발해 부산이나 제주도를 경유하는

코스가 좋은데..오머니가 한국어가 아니면

불편하시지 않을까? ]

[ 그러긴 하지,,일본어보다는 한국어가

편하시지...]

[ 부산에서 출발해서 일본을 도는 코스가 

있다고 하니까 알아보고 

당신이 부산으로 가면 되겠네~]

[ 알았어, 언니들이랑 상담해 볼게~

 근데 왜 당신,,왜 우리 엄마한테 잘 해?]

[ 나를 예해 주시잖아..]

[ ........................... ]

[ 장난하지 말고 좋게 말해 봐? ]

[ 아니,,그냥,,우리 부모님은 몸이 불편해서 

못 움직이시잖아, 근데 오머니는 아직

건강하시고, 건강하실 때 여기저기 다니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우리 부모님 몫까지..]

[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내가 

미안해지네, 시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데...]

[ 아니야,,당신은 지금도 잘 하고 있잖아,

그래서 나도 장모님께 잘하는 거야 ]

[ 만약에 내가 시부모님께 잘 못하면 당신도 

잘 안할 생각이였어? ]

[ 그랬겠지....]

[ ............................ ]

[ 주는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거라는 거야?

효도도 완전 Give and Take? ]

[ 응, 어떤 면에서 보면 그러지, 당신이 우리 

부모님께 잘하니까 나도 당신 어머니한테 

잘하고 싶고 그런게 당연한거잖아, 

뭐가 이상해? ]

[ .............................. ]

[ 아니, 이상한 건 아닌데..

당신이 그래서 우리 엄마한테 잘 한거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좀 씁쓸하네..]

[ 꼭 그래서는 아니야,,당신도 시댁에 잘하고

나도 처가에 잘하고, 서로 잘하는게

좋은 거잖아..]


깨달음이 얘기를 이렇게 마무리 지었지만

내 머릿속에 찬 바람이 휭하게 스쳐지나쳤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깨달음의 논리가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왠지 뼛속까지

일본인스러움에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사람의 감정까지 Give and Take라니..

마음이 가서 하는 일과 머리가 시켜서

하는 일이 이렇게 확연히 분리 되어 있다는 게

조금은 놀라웠다.

감성적이고 정적이 면이 많은 하면서 모든 

실생활이 매사에 철저한 이런 남편을 볼 때면

살아도 살아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순수하고 조금은 더 진심에서 우러나는

효라는 감정이길 원했던 건 

한국적인 내 사고였고 내 욕심이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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