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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깨서방이 한국에 가면 안타까워 하는것

by 일본의 케이 2017.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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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는 1년에 두번씩 한국을 방문한다.

양가부모님께 1년에 두번씩은 얼굴을

 보여드리자는 취지에서 결혼후 

지금까지 잘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 외, 특별한 행사, 꼭 가야할 상황이면

   되도록 참석을 하려고 한다.

오늘 저녁, 12월에 있을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티켓을 예약하는 중에

깨달음이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는

정리를 하다가 내게 몇 장의 사진을 

말없이 전송하면서 얘기가 시작되었다.

[ 한국 갈 때마다 내가 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몇가지 있는데 당신은 모르지? ]

[ 뭔데?]

 [ 지난번 택시 탔을 때, 택시 안에 버려졌던 커피잔

당신 기억 나? 그리고 이 사진 봐봐,

전주 한옥마을에 갔을 때, 사람들이 

의자에 아이스크림이랑 케찹같은 소스를

 묻혀놓은채로 음식찌거기랑 버려두고 간 것,,..

어머니가 앉고 싶어도 못 앉고 서 계셨잖아..]

[ 아,,기억나,,그 때 당신이 치웠잖아..]

[ 일본도 축제때나 행사날에는 쓰레기들이 

 넘쳐나고 그러는데 한국은 평소때도

쓰레기를 아무대나 버리는 것 같애...]

[ 그런 사진들만 일부러 찍었어? ]

[ 아니,,여기저기 찍다보니까...찍힌거야,,.]



다음은, 백화점이나 상가에 음료나 먹거리를 들고 

다니는 것에 대해 불안해 했다.

[ 음료가 옷이나 상품에 묻으면 어쩌려고 저렇게

음료를 들고 다니는 거야? 일본은 백화점뿐만

 아니라 웬만한 매장에 들어갈 때는

 통제를 시키고, 음료를 마실 장소(휴식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거나 그러잖아, 

 상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 지는 거야? ]

[ 그야,,묻히고 엎지른 사람이 책임 지겠지..]

[ 그니까 처음부터 서로 불편함을 만들지 않게

못 들고 오게 제지를 시켜야한다고 생각해

그게 영업장과 고객, 서로가 편하잖아.

저렇게 들고 다니면 분명 바닥에 쏟기도 하고

옆사람이나 상품들, 의자에 묻히게 되어 있어.]

[ 무슨 말인지 알았어..한국도 곧 통제하겠지..]


그리고 깨달음이 가장 흥분했던 것은

건축가 입장에서 본 안전불감증에 관한 것이였다.

지난번 서울에서 인도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물벼락을 맞은 사건이 있었다.

건물의 외벽청소를 하는 것 같았는데

바리게이트가 넘어진채로 경비원도 없이

 건물 위에서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위를 올려다 봤더니 아저씨가 호수로 

창문을 청소하고 있었는데

그 물이 여과없이 그대로 인도로 뿌려져내려 

통행자들이 다들 깜짝 놀래 뛰어가거나 

옷에 물이 튀어 수건으로 닦았고

우리 역시도 난데없는 물벼락을 맞은 것이다.



[ 왜 경비원이 한명도 없는 거야? 

저렇게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텐데..

왜 밑에 통행인을 위한 가이드맨은 없는 거야? ]

[ ............................. ]

[ 기본적으로 먼저 경비원(안전요원)이 양 옆을

지키고 있으면서 통행자들의 안전을 유도해야하는게

의무인데 한명도 안 보이고..

저렇게 호수를 사용해서 외벽(창문)청소를 하면

절대로 안되는데...원래 외벽 청소를 할 때는 

밑으로 물이 떨어지지 않게 창문 닦는 스폰지를

사용해야 하는게 원칙인데 호수를 대놓고

높은 곳에서 물을 뿌린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되네.. 분명 청소업자도 알텐데...

봐 봐, 밑에 사람들이 다 젖잖아..]

깨달음이 흥분하며 얘기를 하는 동안에도

물은 계속해서 위에서 쏟아지고

바닥은 점점 흥건해지고 있었다. 

[ 이렇게 엉성한 작업들이 허가가 났을까?

분명 문제가 있는데.. ]

내게 답을 원하는 표정으로 거듭 물었지만

 난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건축법이 한국과 일본이 다를 수도 있다고

얘기를 하려다 말았다.

깨달음은 자신이 건축가여서인지  이런 것들은 

아주 예리하게 그냥 넘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몰라서 그랬을 거라는 말도 못하고

그냥 가던 길을 가고 있는데 

또 깨달음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일이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밖에 그대로 내 놓은 빈그릇들에

비둘기들이 남은 반찬을 정신없이 먹고 있는 것이였다.

[ 왜 안 씻어서 내 놓는 거지? ]

[ 바빠서 그랬겠지..여기 장사하시는 분들이..]

[ 바쁘고 안 바쁘고를 떠나서 배달그릇을

내 놓을 때는  씻어서 내놓는게 예의야..

그것도 길거리에 내 놓으려면 꼭 씻어야지..

저 비둘기들이 못쓸 병 옮기잖아,, ]

[ 알았어...]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서 순환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짐가방 3개를 카드에 싣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모님이 남편이 타고 온 외제차에 짐을 올리더니

  짐을 싣고 나왔던 카트를 그대로 두고 유유히 

사라지는 걸 지켜보던 깨달음이 아무말없이

카트를 직접 제자리에 갖다 두었다. 

[ 그냥 놔두어도 되는데...] 

[ 아니야, 이런 건 보는 사람이

제 자리에 옮겨두면 돼..그러면 여러사람이

편하고 보기에도 좋잖아..]

[ ........................ ]



비행기 안에서는 우리 바로 옆좌석 꼬마아이가

일본 도착하는 두시간 반동안 노래하고

 춤추고 떠들어도 엄마는 잘한다고 

박수를 쳐 주었다.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보고 있던 깨달음이

한 번 쳐다봤었고 승무원이 두 번이나

 아이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얘기해도 엄마는 그 때뿐이였다.

[ 한국도 아이를 한 명밖에 안 낳아서인지

참,,귀하게 키우는 것 같애..

그래도 공공장소는 좀 가르쳐야 어른이 되면

배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길텐데..

요즘 일본이나 한국이나 세상이 변해서...]

말끝을 흐렸지만 그 여운이 훨씬 많은 걸

얘기하는 듯 했다.

결혼하고 7년,,, 결혼 전 80년대때부터

한국을 다녔던 깨달음은 늘 응원하고 박수를 

쳐주는 입장이였다. 일본과 다른 면들은 

문화가 다르니 당연한 거라 그대로 받아들였고

흥미로워했으며 즐기려고 노력했고

굳이 일일이 따지거나 궁금해 하지 않았다.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즐겨하며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길 좋아했고

애정어린 관심과 사람으로 한국을 왕래했던 

깨달음이 이렇게까지  자기 속내를

 털어 놓은 건 처음이였다.

쓰레기를 줍는 것부터 시작으로

깨달음 눈에 안타깝게 보였던 것들은

지금껏 아무말 없이 자신이 직접 처리를 했다.

내가 그냥 내버려 두라고 그러면 꼭 이렇게 말했다.

[ 한국을 좋아하니까 좀 더 좋은 모습,

좀 더 발전된 모습, 조금더 성숙된 모습

따라와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야..

서로가 조금만 고치려 노력하고 조금만 더 

신경쓰면 정말 멋진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난 믿어...배려라는 게 나부터 하는게 제일 빨라

그래서 그냥 내가 하는 거야.]

[ .........................]

 매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질서의식, 시민의식, 무엇보다 안전의식을 

좀 더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커져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깨달음 눈에 안타까운 것들,,어찌보면 모든게

배려심의 부족에서 온 것들이였다.

쓰레기, 건물청소, 음식물반입, 배달 식기, 카트,

비행기 안의 매너,,내가 편하고 내가 좋은 것이

먼저가 아닌 남들을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해결될 일들이였다.

나부터 솔선수범해서 깨달음처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배려를 실천해야 할 것 같다. 

깨달음은 오늘도 내게 많은 걸 가르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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