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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가족을 죽음으로 모는 일본의 간병살인

by 일본의 케이 2016.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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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NHK에서는 [간병살인] [간병자살]

문제를 다룬[나는 가족을 죽였다]라는

타이틀의 특집방송을 다루었다.

최근 일본은 [간병살인]이 늘어가고 있어

일본 노인복지계에 대두되고 있는

간병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아주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간병살인]이란 오랜 간병 생활의 피로에 지쳐

부모나 배우자를 살해한다는 말이다.

[간병살인]은 전체 인구 네명 가운데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실을 드러내는

 안타까운 비극이다.

간병에 지쳐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매년 50건 가량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간병살인]이라 불리는 사건 가해자의 공통점은

배우자등 가족 간병이 자신만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책임감이 강한 은퇴한 노년남성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번 특집 방송에서는 가족 간병경험자

 615명을 대상으로

간병생활의 애로사항, 고충들을  

앙케이트를 실시, 그들의 고통을 고백을 통해

복지정책의 현주소를 재조명하는 것이였다.


 2010년부터 6년간 일본의 살인 사건 재판

 록을 분석한 결과, 2주에 1건 꼴로

간병살인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사건의 전모가 명확한 77건을 분석한 결과,

병 간호를 시작한 지 3년 이내에 발생한 사건이

 과반인 41건,1년 이내에 발생한 사건이 

약 4분의 1인 20건이었다.

10년째 몸져누워 있던 아버지(89)를 목졸라 

숨지게 한 아들이 자수를 하기도 하고, 

병든 아내의 병간호 스트레스로 인해

아내를 목졸라 살해하고 자신은 자신의 차에서 

자살을 선택해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겨 준 사례도 있었다.

올 초, 90세의 어머니를 살해한 장남(68)에 징역3년,

집행유예5년을 선고한 사건도 있었다.

이번 앙케이트 조사에서는

24%가 간병하는 상대를 죽이고 싶었다거나

같이 죽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답변을 했다.

 

작년, 겨울 치매를 앓는 아버지(86)을 5년째 간병해 온

막내 아들(65)이 아버지에 대한 살인 미수협의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평소 때, 지극정성으로 모셨음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치매 판정을 받은 이후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 나섰다가  

아버지의 이상행동(폭언, 폭력)으로

간병스트레스에 싸여 순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려 했던 

사건이 고령화 사회의 비극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지난 9일 도쿄에서는 10년째 몸져누워 있는 

부인(64)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남편(64)이 

경찰 진술서에서

간병이 너무 지쳤고 모든 것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고 했단다.

부모에 대한 애정이 살해로 이어진 경우도 있고

회복가능성이 없는 어머니를 더 이상 병상에서

고통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가해자들도 있기에

정상참작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간병을 위해 결혼을 포기한 채 독신으로 사는

간병 독신자도 급증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들의 또다른 문제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간병을 하느라 이성을 만날 기회도 없다고 한다.

간병 독신자들은 빈곤과 간병, 고독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간병자살]이 늘어가고 있는 것도 문제화 되고 있다.   

 

연간 300건이 넘어가는 [간병자살]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으로 인해

우울증 등을 앓다가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간병생활을

견디는게 제일 어렵다고 한다.

최근 간병자 8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이 우울증 상태였고 60세 이상의

30%는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통계가 나왔다.

간병 서비스나 요양시설 등에 제대로 

상담조차 하지 않은 채

혼자 버티다 극한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런 희망 없이 24시간 계속되는 간병 생활 때문에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 절망감 속에

우울증을 겪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0년, 노인간병을 돕기 위한

 간병(개호)보험을 도입,

재택간병, 시설입원간병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시설 입원대기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일정비용만 내면 횟수와 시간에

 제한없이 간병인을 부를 수 있는 24시간 간병제를

도입했지만 인력부족으로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고령화에 따라 간병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여 수요자는 늘어가는 것이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의 간병에 관련한 사회문제가 분명 

일본사회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 시부모님도 일주일에

3번씩 물리치료를 받고 계시는

늘 예약자가 꽉 차 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내 블로그에 자주 나오는 깨달음 선배님은 2년전에

편찮으신 홀아버님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고 시골로 내려가셨다.

자기가 장남이라는 것도 있고  선배 나이도

60이 되다보니 퇴직을 할 때도 됐고

겸사겸사 시골생활을 택하셨다.

하지만, 치매증상이 시작된 아버님이 억지소리를 하고

선배를 도둑 취급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면

모두 때려치우고 싶다고, 하루에도 열 두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음을

깨달음에게 가끔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간병살인]이 실제로

우리 주변 가까이에 그들이 신음하고 있음을

뒤돌아봐야 할 때인 것 같다.

과연, 우리는 내 부모님을, 내 배우자를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로 

간병해 드릴 수 있을까..

어렵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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