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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결혼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by 일본의 케이 2017.05.05

대학원 동기가 도쿄에 출장 왔다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작년에도 잠깐 봤는데 오늘 만난 영수(가명) 

얼굴은 많이 거칠어 있었다.

[ 도쿄는 언제와도 변함이 없는 것 같애 ]

[ 그래?]

[ 누나는 여기나 한국이나 똑같이 느껴지지?]

[ 그럴 때도 가끔 있어.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 ]

[ 그냥,,사는 게 재미없어서..]

[ 왜? 무슨 일이야? ]

[ 우리 딸이 사고 쳤어,,]

[ 수현(가명)이? 몇 살이더라? ]

[ 스물 다섯살,,,,]

[ 벌써 스물 다섯이야,,,]


[ 결혼을 한다고 난리야,,]

[ 그래,,근데 뭐가 걱정이야 ]

[ 나도 결혼을 빨리 했으니까 웬만하면 그냥

오케이 할려고 했는데 

그 쪽 부모님이 엉망이더라구...

엄마가 이혼이 안 된 상태에서 지금의 아빠랑

살고 있나 봐,그냥 난 재혼 가정인 줄 알았어.

누나 민철이 알지? 그 자식 3년전에 재혼 했는데

그 부인이 전 남편과 사이에 있던 자식이

한 명이라고 속이고 결혼을 했대. 

알고 보니 3명이나 있으면서...

요즘 그런 여자나 남자들이

많은 가봐,,그래서 답이 안 나와,,]

난 영수에게 말없이 건배를 권했다. 



[ 안주도 좀 먹어,,너 이거 좋아하잖아 ]

[ 요즘은 입맛도 없어,,]

[ 그렇게 복잡할 것 같으면 결혼이나 재혼할 때

 호적 한 번 뜯어 보는 게 확실하지 않냐? ]

[ 뜯어 보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는데 재혼은 그냥

그 사람을 믿고 하는 것이고,,

우리가 뭐 재벌도 아닌데 호적도 뜯어보고

신상 조사하고, 재정상태 알아보고 그러겠어,,

그냥 믿고 하는 거지..

아, 그리고 빚도 꽤 있는 것 같던데

이 남자애가 갚아 나가고 있나봐,,]

[ 착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만나 봤어? ]

[ 응, 한 번 만났어,,우연히..

이 남자애만 놓고 보면 착실하고 괜찮아,,

그래서 결혼을 시켜도 될 것 같았는데..

 부모님쪽이 너무 어지러워서 

내가 요즘 머리가 많이 아파,,]

[ 그 아버지 직업은? ] 

[ 거의 무직에 가깝고,.엄마는 미용실 보조를 

하신다고 그랬던 것 같애..]


[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는데..

역시 그만 두라고 설득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딸에게... ]

영수가 말없이 술잔만 기울린다.

[ 결혼시키면 고생길이 훤 하잖아,,,]

[ 알아,,지금은 좋아서 누구의 말도

안 들어오겠지만 사랑만으로 사는 게 아니고

 아무리 사랑을 해도 금전적으로 힘들면

사랑도 문틈으로 세는 게 결혼이고 현실이라며

시댁문제로 부딪힐 일도 엄청많을 것이고,,,,

지난주에 딸에게 잠깐 얘기하긴 했는데

눈물만 흘리고,,대답을 안 해..

그래서 내 가슴이 더 아파,,] 

[ 와이프는 뭐래? ]

[ 절대로 안 된다고 하지...]


[ 난 솔직히 내 딸이 결혼 자체를 안 했으면 좋겠어

한국에선 돈 없으면 결혼을 해도, 결혼을 해서도

살기가 너무 힘들어 ...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게 유학도 보내고 싶은데..

수현이도 나 닮아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지..]

[ 요즘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남녀들이 많은데..수현이도 그냥 혼자 

사는 게 편할텐데..

왜 결혼이라는 불편한 구덩이 속에

들어가려고 하지?.나도 이해가 안 된다..

그것도 부모의 연애사가 얽히고 섥혀

복잡하고 머리아픈 곳으로..]

후배에게 위로를 해줘야하는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한 말만

늘어놓고 말았다.


혀가 약간 돌아간 영수가 한숨을 쉬며 쏟아냈다.

[ 그래서,,어른들이 자식 결혼 시킬 때

양가 부모님들 보고 그런가 봐,,

나도 평범한 집안이였으니까 그냥 그 쪽도

평범했으면 했는데.요즘 세상이 

보통으로 사는 게 쉬운 게 아닌가 봐,,

우리 역시 조건 따져가며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될 것 같애..

부채관계도 그렇지만 호적정리가 깔끔하지 

않은 것이 난 참 마음에 안 들어.,,

흔히 말하는 학력, 직업도 필요없으니까

그냥 둘이서 적당히 일하면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면 되는데

첫 스타트 라인이 꼬이면 계속 엇갈리고

그러잖아,, 처음부터 솔직했다면 

나도 좀 생각이 달랐을지 몰라...

들어보면 들어볼 수록 거짓들이 많더라고,,

이 모든 걸 알아버린 이상은 쉽게 결혼을 

못 시킬 것 같애...나이도 어리고,,]

이 날 영수는 호텔까지 걸어갈 수 없을 만큼

술을 마셨다.



뒤늦게 합류한 깨달음과 함께 호텔까지

바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나 역시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싱글들에게

결혼은 하지 말라고 권한다.

막상 해보니 너무 피곤한 것이 결혼생활이라고

전혀 망설임없이 얘기하곤 한다.

해봤으니까 그런 소릴하는 거라고 하지만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상대의 집안까지 책임을 져야하고

엮혀야한다면 정말 도시락을 싸들고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복잡한 가정사는 더 더욱,,,

모든 게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을 해도 

트러블의 연속인게 결혼이라는 것이다.

가난이 문틈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문밖으로 나간다는 옛말이

전혀 틀리지 않음을 수현이는 아직 모를것이다.

과연 결혼의 조건은 무엇일까..

학벌, 집안, 양가부모, 경제력, 사랑,,,

무엇이 우선이 되느냐는 각 가정의 선택이다.

하지만, 부모가 보는 조건과 당사자들이 원하는

조건은 분명 상반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영수가 바랬던 조건은 어쩌면 

아주 평범하고 심플한 조건이였을텐데

그 기본마져도 흐트러져 있어 부모로써 많이

상심하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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