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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외여행

결혼 기념 여행을 떠난 날

by 일본의 케이 2018. 10. 17.

아침, 7시인데 깨달음은 항공사 라운지에 있는

유명한 정종을 계속해서 가져다 마셨다.

아침부터 술이 잘 들어가냐고 물었더니

여행 가는 길이니 기분이 좋아서

술이 맛있단다.

[ 술 취하겠어..깨달음 ]

[ 아니야, 세 잔 밖에 안 마셨어 ]

[ 정종,,칼로리 높은 거 알지? ]

칼로리라는 내 단어에 신경을 쓰는 듯했지만

 또 잔을 비웠다.

주말이면 운동을 하고, 매일 한정거장을 운동삼아

걸어오는데도 깨달음 배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나오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인 역시도 그걸 느꼈는지 내 시선이

배로 향하면 얼른 힘을 줘 숨을 참고 홀쭉하게

만들지만 이내 배를 둘러쌓고 있는 지방의 무게가 

버티지 못하고 바로 벨트 위로 내려오고 만다.

깨달음이 내 눈치를 보는 것 같길래

오늘은 결혼기념 여행이니까 그냥 마시라고

했더니 기내에서 마실거라며 테이블을 정리했다.


탑승을 하고 깨달음은 능숙하게 슬리퍼로

 갈아신고 환영 샴페인을 한 잔 마시더니

리모콘으로 한국 영화 찾기에 들어갔다.

[ 이 남자 장동건이지? ]

[ 응, 그거 볼거야? ]

[ 재밌어? ]

[ 응, 볼만해 ]

[ 누워서 봐야지~~~]

좌석을 최대한 납작하게 눕힌 다음 깨달음은

엄지 척을 해 보였다.

나도 편한 자세를 하고 누워 비행기가  

하네다공항에서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며

비즈니스석을 왜 두배의 돈을 내고 타는지

다시 한번 그 가치를 실감했다.

각 항공사마다 서비스가 달라서인지 역시  

편하고 안락하고 좋았다.


결혼기념 여행지를 베트남으로 결정한 것은 

모두 깨달음 생각이였다.

예전부터 깨달음은 계속 가고 싶어했지만, 난

솔직히 베트남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내가 흥미를 보이지 않자 캄보디아과 베트남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를 제안했었고 그것 역시 

썩 내키지 않아하자 난감해 했었.

나에 이런 시큰둥한 반응에는 아무곳도 

못가겠다고 생각한 깨달음이 비지니스로 

예약을 할테니 가자고 했고 

그래서 이렇게 편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깨달음은 기내식을 먹으면서도 영화 7년의 밤에

정신이 팔려 헛 포그질을 하며 자꾸만 

음식을 떨어트렸다.

난 그걸 보고도 그냥 못 본 척 영화감상을 방해하지

않았고, 6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베트남에 

도착해서는 바로 깨달음이 가고 싶어했다는 곳을

 향해 가이드가 동석한 버스로 이동을 했다. 

 깨달음은 약간 흥분한 상태로 열심히 하롱베이를

 검색하다가 혼자 감탄하고, 내게 보라며 사진을 

들여밀기도 하고 정말 가고 싶어다며 들떠서

기대 되지 않냐고 물었다.

[ 응,근데 밖에 풍경이 중국의 어느 곳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당신은? ]

[ 그래? 나는 중국과 완전 다른 느낌인데...]

 난 아무리 봐도 한문만 없을 뿐 베트남다운 특색을

못 찾고 있었다. 이런 무표정에 가까운 날 보던

 깨달음이 얼른 하롱베이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며 

열심히 여행지에 적힌 걸 읽어줬다.  


바다 위에 수천 개의 섬이 뿌려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하롱베이는 용이 내려와 앉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산속에 살던 용이 바다로 내려올 때의

꼬리질로 계곡과 동굴들이 생겨나 현재와 같이

3천여 개의 섬 모양을 갖췄다고 한다.

중국의 계림과 견줄 수 있을 만큼 경치가 

아름답고 화려하다. 섬들 가운데는 동굴이 있는 곳도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항두고 동굴이며 

프랑스인들은 이 동굴을 대리석 동굴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크고 웅장하데 무려 90개의 계단을

 올라야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크루즈로 옮겨 탄 깨달음은 너무 좋아했고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느라 바빴다. 

난 여전히 무감각증 인간처럼

별 감흥도 없이 마냥 들떠서 배의 난간을 

왔다갔다하며 사진 찍는 깨달음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배가 중간쯤 왔을 때 장시 정차를 했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작은 배가 바짝 붙더니

웬 아줌마가 각종 해산물을 대야에 담더니

바로 우리 크루즈에 옮겨왔다.


가이드가 가격이 좀 비싸다고 했지만 깨달음은

딱새우와 꽃게를 사서 조리실에 요리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잘 삶아진 해산물과을 놓고 우리는 맥주로

건배를 하며 결혼 기념을 자축했다.


그렇게 하롱베이를 만끽한 깨달음은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코를 골며 단잠을 잤다.

[ 깨달음,,일어나,,호텔이야,,]

[ 오,,,너무 기분 좋은 꿈을 꿨어...]

[ 무슨 꿈 꿨어? ]

[ 내가 배를 운전하며 하롱베이 섬을 계속 

돌았는데 진짜 아름다웠어 ]

[ 너무 오고 싶어했던 곳이여서 그랬겠지,

여기 오길 잘 했네, 당신이 너무 좋아하니까 ]

[ 당신은 아직도 별로야? ]

[ 아니..당신이 좋아하니까 그걸로 만족해]

우리 짐 가방을 방에 두고 다시 밖으로 나와 

호텔 레스토랑에서 건배를 했다.

[ 오늘 당신은 어땠어? ]

[ 좋았어..]

[ 뭐가? ]

[ 그 섬들,,,]

[ 음식은? ]

[ 음,,,태국요리보다는 별로였는데 

낯설지는 않았어 ]

[ 베트남이 아닌 태국으로 갈 걸 그랬나? ]

[ 아니야,,괜찮아,,]

[ 우리 결혼 기념여행이니까 당신도 많이 즐겼으면

좋겠어,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 아니라니깐 나도 좋아,,]

내 말에 영혼이 실리지 않았는지 깨달음이 내가 

좋아하는 모히토를 주문해서는 마시라고 권했다.

[ 왜 사진도 안 찍어? ]

[ 모히토 맨날 찍었잖아,,]

[ 오늘 사진도 별로 안 찍고 즐거워하지도

않은 것 같아서 신경쓰여 ]

[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해,,근데 나 

아무렇지도 않아 ]

[ 무슨 고민 있어? ]

[ 아니,,]

[ 지난번 병원 갔던 결과 때문이야? ]

[ 아니..괜찮아, 아침이 빨라서 수면부족이야]

난 깨달음 잔에 건배를 하고 모히토를 한숨에

들이키고 내년에는 어디를 갈 것인지 얘기를

 하다가 내년 결혼 기념날까지 어떻게 

잘 살 것인지에 화제를 바꿨다. 


깨달음이 먼저 내게 물었다.

[ 우리 결혼 8년을 맞이하잖아,,앞으로도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싸울 때 싸우더라도

바로 바로 화해하고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면서

살면 될 것 같애, 되도록 안 싸우면 좋은데 우린 

왜 자주 싸울까? ] 

[ 맨날 같은 이유로 싸우는 걸 보면 아직도 

서로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내 대답에 잠시 침묵을 지키는 깨달음이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면 

내년에도 이렇게 행을 올 수 있을 거라고 했다.

[ 그래..부부는 웬수들이 만난다고 하니까

계속해서 맞춰가면서 살아가는 고행의 길인 것 같애]

고행이라는 내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깨달음이

내게 [ 미안해요~]라고 했다.

[ 뭐가 미안해? ]

[ 그냥 다,,,미안해...]

미안하다는 깨달음 말에는 많은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고맙다]는 말을 돌려줬다.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결혼생활에는 좋은 일과

피곤한 일들이 상당히 많이 섞여 있었다.

결혼생활은 살아가면서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맞춰 가는 단계임을 우리 서로 알고 있지만

삐걱거리고, 엇갈리고,,상처를 주곤 한다.

 올 결혼 기념일을 통해 우리 부부는 

다시한번 [ 미안해]와 [고마워]를 진심으로 

전하며 한 단계 성숙해져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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