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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외여행

오사카 코리아타운에서 남편을 울린 음식

by 일본의 케이 2019.01.07

아침 일찍 어머니 병원에 들러 인사를 드리고

바로 아버님이 계시는 요양원으로 옮겨

오사카에 가야하는 이유를 말씀 드렸다.

그리고 두 분께 약간의 용돈 드시고

나오는데 아버님이 깨달음과 나에게

두 손 모아 감사하다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셨다.

[ 아버님, 또 올게요 ]

[ 응,,케이짱,,민폐끼쳤구나..]

[ 저희가 다음달에 또 오도록 할게요 ]


오사카에 가는 길은 평소보다 3시간이 더 걸렸다.

연휴 마지막 귀성길에 교통체증이 심각했다.

우리는 바로 신축 호텔부지로 향했고 가는 길에

 오사카성이 보이자 깨달음이 40년전에 

와 본 곳이라며 어릴적 얘길 잠시했다.

현장을 둘러보고 다시 전철을 타고 가는데

깨달음이 갑자기 오사카의 코리아타운

쯔루하시(鶴橋)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우린 언젠가부터 이렇게 계획없이 발길 닿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목적지를 결정하고 이동하는

노스케쥴 여행을 즐기고 있다.

왜 가고 싶냐고도 묻지 않고 알았다고 역에서 

내리자 깨달음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쇼와시대 (1926년에서 1989년) 처럼 전혀 

발전되지 않는 건축물과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좁디 좁은 골목에는 양쪽에 한국요리 가게가

즐비하게 있었고 각종 김치와 반찬거리는 물론 

족발, 나물, 부침개, 어묵, 잡채 등이

맛있는 냄새를 풀풀 풍겼다.

깨달음은 가게 아줌마가 붙잡은 곳마다 서서

맛을 보고 간판에 광주김치축제라고 적인 곳에서는

사장님이 광주 사람이냐 그런데 김치가

광주 맛이 아니다라고 별 소릴 다하면서 

아줌마랑 웃으며 재밌게 얘길 나눴다.


내가 남대문시장 같다고 했더니 남대문보다

훨씬 정이 느껴진다면서 너무 맘에 든다고 했다.

신정연휴로 인해 반 이상의 점포는 셔터가 내려진

상태여서 100%  쯔루하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서 애석하다고 했다.

골목을 돌아보다 치즈 핫도그를 먹고 싶어했지만

 이곳 역시도 도쿄처럼 길고 긴 줄이

 서 있었고 포기하고 구석 구석 영업중인 가게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간단히 요기만 할

 생각으로 어느 식당에 들어갔다.

나는 냉면을 주문하고 깨달음은 런치메뉴에서

시래기정식을 골라놓고는 시래기가 뭐냐고 묻는다.

배추겉잎을 말려서 삶은 거나, 무우청도

 시래기라고 부르기도 하고 뼈다귀 해장국이나

시래기국밥도 있는데 당신도 먹어봤던 거라고

했더니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드디어 밑반찬과 시래기국이 나오고 먼저 

무조림을 한조각 먹어보더니 슬픈 맛이 난다면서

시래국을 떠 먹더니 아무말 없이 슬로우 모션으로

국물을 떠 먹고 건더기를 먹길래

맛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못든 상태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왜? ]

[ 어머니 맛이 나...울컥하게 만드는 맛..]

[ 그래서 울어??? 무슨 맛인데? ]

[ 이..시래기가 너무 슬퍼 맛이야,,,,,] 


내가  떠 먹어봤더니 완전 옛날 시골 된장국맛이

 약간 나면서 시래기 특유의 시원함이 느껴졌다.

[ 옛날 맛,,시골맛이긴 하네...]

고개를 안 들고 계속해서 숟가락질을 하다가

흰밥을 떠서 국에 살짝 담군다음 건더기 시래기와

김치도 한조각 올려 먹고는 또 침묵이 계속됐다.

[ 깨달음, 울면서 먹으면 체 해.좀 진정해...]

[ 먹을 수록 목이 메여...]

[ .............................. ]


왜 시래기라고 불리워졌는지도 설명해 줬더니

얘길 듣고 나니 더 슬퍼진다고 

마치 자신이 재일동포라도 되는 것처럼

설음의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100%일본인인 깨달음은 어릴적 분명 이런 음식을

 먹어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맛이라고 표현할 때는 우리 엄마, 즉 장모님의 

음식맛이 떠오른다는 소리지만 아마도 이 날은 

입원중인 자신의 어머니와 요양원에서 홀로 

계시는 아버님을 뵙고 오는 길이여서 더욱

감성적이고 찹착한 심정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꽤 오랜시간 맛을 음미하며 눈물을 쏟다가

진정하기를 반복하다가 국물을 그릇채 벌컥 벌컥

마시고나서 다 비운 그릇을 내게 보여줬다.

원래 무슨 음식이든 국물보다는 건더기를 

좋아해서 국물은 늘 내 차지였는데 오늘은

한방울도 남김없이 들여마셨다.

 한국에 가면 장모님께 시래기국을 꼭 

해달라고 하겠다며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주인 아저씨에게 된장은 수제 된장이냐,

 스프의 베이스는 뭐냐, 육수를 따로 낸 것이냐,

된장을 팔 수 있냐,,너무 감동적인 맛이었다. 

진짜 잘 먹었고 감사하다며 궁금한 것과

 하고 싶은 말을 빠짐없이 하고 나왔다. 


그리고 도쿄로 돌아가기 전에 도톤보리에서

 쇼핑을 하고 오사카에 왔으니 쿠시카츠(꼬치튀김)는

 먹고 가야한다고 들어간 곳에서 깨달음은

 아까 식당에서 느꼇던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내가 설명해준 시래기의 의미가 참 가슴에 

와닿았다면서 나에게 한 번 만들어달란다.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만들어 보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왜 그런 옛맛을 마치 한국사람처럼 잘 아냐고

물었더니 많이 먹어 봐서 알수 있단다. 

그래도,,한국사람보다 더 감동 받으니까

누가 보면 타국생활 50년넘게 했거나

재일동포인 줄 알겠다고 했더니

[ 내 입, 혀는 한국 사람입니다 ]라면서

혀를 낼름낼름 거린다.

[ ................................... ]


참,,신기하다,,한국에서 몇 년 살아본 것도 아닌데 

한국 음식을 감지하고 느끼는 감각이 아주 탁월하다.

모든 음식에도 민감하다면 내가 이해를 하는데

그닥 민감한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음식은 맛과 향, 풍미까지 완벽하다 

할만큼 기억하고 분석한다.

[ 깨달음, 맛이 슬펐어? ]

[ 응,,뭐라 설명하기 힘든 슬픔이 올라왔어,

시래국 국을 끓여먹으면서 허기를 달랬을 빈곤한

그 당시의 상황들이 갑자기 오버랩 됐어 ]

[그니까 당신이 그 때를 경험한 사람이 아니잖아,

근데 왜 그런 슬픔을 느끼는지 의문이야]

[ 나도 몰라,,]

항상 결론도 없이 답을 못 찾고 끝이 나지만

깨달음 본인도, 그걸 지켜보는 나 역시도 

명쾌한 이유를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전생 얘기를 해봐야 더 미궁으로 빠지고

믿거나 말거나처럼 궁금증만 증폭되고 만다. 

2월에 한국에 가면 시래기 국밥, 시래기 청국장,

시래기 감자탕 등 시래기가 가득 든 음식으로

질리도록 먹게 할 생각이다.

깨달음 가슴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정체불명의 설움이 가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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