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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국제커플에게 건강이란...

by 일본의 케이 2016.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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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초음파실로 향했다.

깨달음은 보이지 않았고,,,30,40분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환자복차림으로 나왔는데

 표정이 무표정이였다.

옷을 갈아입고 담당의 앞에 나란히 앉았다.

2미리 정도의 폴립이 3개,

8미리 정도의 폴립이 1개 발견이 되었고

이 8미리 필립은 수술을 해야한다는 결정이 났다.

안 하면 안 되냐고 깨달음이 물었고

악성은 아니지만 사이즈도 그렇고

 수술을 권한다고 하셨다.

혹, 식사나 음식물을 주의해야 할 게 있냐고 어쭈었더니

특별히 조심할 건 없다고 하셨다.

병원을 나오면서부터

깨달음은 [배고프다]는 소릴 계속했다.

하긴, 내시경검사를 위해 2틀간 거의 먹질 못해서

안타깝긴 했다.

뭐가 먹고 싶냐고 했더니 기름진 걸 먹을 거란다.

 가게에 들어가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폭풍흡입을 했다.

걱정 안 되냐고 물었더니 악성도 아니고

자기 나이엔 이런 폴립이 하나 둘씩 있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단다.


 

배불리 먹고 집에 도착 했더니

후배에게서 소포가 와 있었다.

내가 부탁한 책들과 함께 깨달음이 좋아하는

과자를 박스 가득 보내왔다.

 

오랜만에 받는 소포라고 바람처럼 옷을 갈아입고는

박스 속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

과자를 꺼낼 때마다 [ 이고순(이것은) 내 꼬(내 것)

..이고순(이것은) 내 꼬(내 것)... 이고순 케이....

가슴에 차곡차곡 자기 것을 올리는 깨달음. 

 

오전에 관리실에서 연락 온 얘기를 하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어쩜 저렇게 과자만 보면 눈과 귀가 막힐 수 있을까....

박스 밑에 있는 과자들을

모두 품에 넣은 뒤, 라면을 들고

후배에게 [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포즈를 취했다. 

 

자기 것?은 박스 안에,

내 것이라 생각되는 건 밖에 놓여 있길래

크리스피롤도 과자라고 그랬더니 그냥 나 먹으란다..

그 대신 헤어 오일 자기도 한 번 써 보면

안 되냐고 묻는다.

작은 샘플이 딸려 있던데 그냥 그거 하나 주라고...

[ ........................... ]

 

그리고선 박스 안에서 고르고 골라 온 과자를

뜯으면서 이것 먹어봤는데 맛있었다며

이름을 못외우겠다고 옛날부터 있던 과자냐 물으면서

 한 입 넣더니 바로 엄지척.. [ 최고,....]란다.

이 때까지만해도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였다.

 

난, 잠시 내 방에서 일을 보고 거실에 나와봤더니

과자들이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앉은 자리에서 저걸 다 먹고 말았을텐데

오늘은 한 봉지만 먹고 정리된 상태였다. 

 맛있어서 아껴먹는 거냐고 했더니

혼자 과자를 먹고 있다가 문뜩, 수술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 보았단다.

실은, 대장폴립에 대해 검색을 해봤더니 

 대장암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았고

동물성 식물, 육류,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 푸드 등의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고 적혔더란다.

수술이 별 게 아니지만

그냥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내가 케이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져 들더란다.

[ .......................... ]

갑자기 왠 오버스러운 생각을 하냐고 그랬더니

자기도 모르게 맛있는 과자를 먹고 있는데

슬픈 느낌이 들면서 자꾸만 생각에 생각들이

 꼬리를 물더란다.

자기에게 무슨 일 있으면 나는 물론, 한국에 있는

장모님,다른 형제 자매들에게도

폐를 끼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고..

남은 배우자에게 뭐가 제일 좋은 선물이

 되는지도 생각해 보고..

그냥 한국에서의 노후생활을 앞당기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그냥,,,몇 분 되지 않았지만 너무도 많은 생각들에 휩싸였단다.

악성이 아니고 제거수술만 하면 괜찮다고

앞으로는 100% 채식,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나물을 위주로 음식을 준비할테니 걱정말라고 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가 만약에 자기가 떠나면

당신은 재혼을 하는 게 좋을 거라면서

슬픈 눈을 하고 날 쳐다봤다.

[ ..........................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건강을 위해

얼른 자라고 했더니 축 쳐진 어깨를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는 과자 박스 보고 행복함을 주체 못하더니

왜 갑자기 슬픈모드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맛난 과자를 앞에 두고 여러 생각들이

오갔던 것 모양이다.

원래가 아주 건강했던 사람이고,

 작년 검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덜컥 겁도 나고,,..괜시리 슬퍼졌던 것 같다.

불안해 하지 않게 한마디 해주야하는데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생각 끝에 방문을 노크했다.

당신과 한국에서 멋진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당신 건강은 이제부터 내가 모두

 책임질테니까 걱정말라고 그랬더니

행여나 자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곳 생활은 모두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란다.

그래야 자기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알았으니까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그 때 다시 얘기하자고

내일부터 식단 조절 할테니 뭐 먹고 싶냐고

화제를 돌렸더니

앞으로는 된장찌게와 김찌찌게를 번갈아서 해주란다.

한식으로 몸을 개선하면 좋아질 것 같고,

인삼 엑기스도 마시고 싶단다.

알겠다고 얼른 자라고 불을 꺼주고 나왔다.

상당히 겁을 먹은 것 같다.

건강할 때는 몰랐던 것들이 막상 이상이 생기고 나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되는 모양이다.

나도 그랬다. 남은 사람에게 뭘 해야하나라는 그런

막다른 생각들을 끝임없이 했었다.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건강해야 하지만

특히 국제커플은 몇 배로 건강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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