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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깨서방, 여러분을 만나러 갑니다

by 일본의 케이 2017.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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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넘쳐났다.

깨달음은 캐롤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다

연하장 코너에서 주변을 휙 돌아보고는 

 엉덩이를 약간씩 흔들었다.


[ 이게 좋지 않아? 일본 냄새 풀풀 나는데?]

연하장을 몇 장 꺼내 내게 내밀었다.

[ 응, 당신은 당신대로 골라, 난 저쪽에서 

나대로 골라볼게 ]

[ 이리 와, 같이 골라야 되는 거야, 이거 귀엽지?]

[ 다양하게 골라 놓으면 조금 있다 볼게 ]

[ 알았어 ]

깨달음이 심혈을 기울려 연하장을 골랐고

난 아무말없이 쇼핑바구니에 넣었다.

[ 우표는 사 뒀어? ]

[ 응 ]


매장을 나와 깨달음이 추천하는 

홋카이도 스프카레집에서 따끈한

저녁을 먹은 우린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 신년인사는 적었어? ]

[ 응, 난 적었어, 당신만 적으면 돼]

[ 뭐라고 적어? ]

[ 당신이 하고 싶은 말 적으면 돼..]

[ 한글을 모르잖아,,]

[ 내가 써주면 그걸 그대로 베끼면 되잖아,]

[ 뭐가 좋을까,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가 가장 좋은데 너무 길지? ]

[ 당신답고 좋은데? 내가 적어 줄게 ]

[ 아니야,100장이 넘은 연하장에 적기에는 길어 ]

내가 적어둔 연하장을 앞뒤로 살피더니 

뭐라 적었는지 물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적었지..]

[ 음,,그럼, 내가 쓸 수 있는 글씨로

내 이름을 적으면 어떨까? 굳이 내가 

못쓰는 한글을 그리면 안 될 것 같으니까..

내 이름, (깨달음)을 적으면 내 마음도

같이 보냅니다라는 뜻이 되지 않을까? ]

[ 짧은 걸 택하겠다는 소리네? ]

[ 아니야,, 내 사인이잖아, 원래 이름이..

유일하게 쓸줄 아는 한글이 내 이름뿐이고,,..]

[ 그래, 알았어. 내 이름 옆에 적어 ]

[ 근데,틀리면 안 되니까 다시 한번 

내 이름 적어줘 봐, 흘림체로 말고 정체로,,]

[ ........................... ]



노트에 (깨달음)을 써줬더니 한 번 연습해보고는

기억이 난다며 잘 적어 나간다.

[ 당신 이름 위에 적으면 되겠지? ]

[ 당신이 적고 싶은 곳에 적어~, 잘 쓰네~]

[ 이제 안 보고도 쓸 수 있어~]

[ 한글 공부하면 잘 할텐데..]

[ 한국 가서 할 거니까 걱정 마~]

[ ......................... ]

정말 노트를 보지 않고도 쓱쓱 잘 쓰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 해외에도 많이 계시네...그분들께는

일본어로 적을까? ]

[ 당신 마음이 가는대로 해~]


[ 근데,,,우표도 아직 안 붙혔네..]

[ 응, 당신이 붙힐 몫은 놔 뒀어 ]

[ 내 손기락이 두꺼워서 우표가 물 범벅이야]

[ .......................... ]

[ 알았어.. 내가 할게,,]

[ 아니야, 내가 해야지 의미가 있지..

내가 한 장씩 정성을 다해 붙여서 

내 마음도 함께 한국까지 가는 거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서면으로나마 만난다는 

기분으로 내 사인를 썼으니까 받으시는 분들이

기분이 좋아지셨으면 좋겠어.. ]

그렇게 1시간을 넘게, 묵묵히 사인?을 하고

 우표를 붙히는 깨달음에게 물었다.


[ 당신, 한글을 쓸 줄 알면 뭘 적고 싶었어? ]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입을 연다.

[ 안녕하세요, 깨달음입니다. 일본에는

 一期一会(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일)라는 말이 

있는데 저희는 여러분 한 분, 한 분, 

아주 귀한 인연이라 생각하기에 

소중히 오랜시간 간직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을 만나러 갈 수 없어 작은 제 마음을

준비했으니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 인터뷰 같은데? 길긴 길다..]

[ 아, 빠트렸다. 지금이라도 여러분을 만나러

팬미팅을 하고 싶지만 케이가 못 만나게 하니까

이 연하장과 선물이 저를 대신해서

 여러분과 만난다고 생각해 주세요 ]

[ .............................. ]



디자인이 다른 5종류의 연하장과 

3종류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여러분께 갈 겁니다. 제게 주소를 적어주셨던 

모든분들에게 보내드렸습니다.

성함을 안 적어주신 분이 다섯분 계셨는데

그분들은 다시 댓글을 달아주시면 합니다.

그리고 주소 적어주셨던 분중에(30명)에게 

미키마우스의 신년 3D카드와 젓가락 세트를 

선물로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이 선물을 모든 분께 드리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다른분들은 내년에 기회를 

다시 드리기로 깨달음과 약속했습니다.

연하장과 선물은 크리스마스 전후에

 도착할 거라 합니다.

올 해도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17년, 여러분과 함께 했던

올 한해도 많이 행복했고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새롭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이

 많았고 여전히 늘 같은 자리에서 지켜봐 

주시는 분들은 변함없이 저희에게

 힘과 용기를 실어 주셨음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실은 저에게 주소를 알리지 않으신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께 어떻게 갚아드려야할지 좀 더 

깨달음과 연구를 거듭해 보기로 했습니다.

너무도 행복하고, 너무도 따뜻했던 한해를

만들어주신 여러분들께 고개숙여

감사 인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글,

편한 글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지금 깨달음이 쓴 연하장이 여러분을 만나러 갑니다.

따뜻한 응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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