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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이 한국에서 행복한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8.11.17

내가 샤워를 하고 나오는 동안에도 깨달음은

어디를 갈 것인지, 뭘 먹을 것인지 핸드폰에

입력을 하고 있었다. 오후에 가야할 친구 딸의

 결혼식까지 여유가 있으니 잠깐이라도 

서울을 둘러보자며 호텔을 나왔다. 


아침은 북엇국을 먹을 거라고 해서

가게를 찾아가는 중에 깨달음이 갑자기 맛있게

 보인다며 들어간 곳은 뼈다귀해장국집이였다.

원래 깨달음은 먹고 싶은 게 있다가도

 눈 앞에 있는 음식의 유혹을 못 참고

바로 메뉴변경을 하는 버릇이 있기에

난 그냥 그러러니 했다.

한국 오기전, 서울에서 꼭 먹을 거라 음식목록을

 적을 때도 난 적힌대로 먹지 않을 거라고

진작에 알고 있었다. 

먹고자 했던 것보다 눈 앞에 탐스럽게 보이는

음식이나 냄새의 유혹에 빠져 항상 생각지도 

않았던 음식을 먹는게 깨달음 스타일이다.

내가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뭐 먹을 거냐고

묻더니 자기는 뼈해장국 먹을 거니까 

나 보고는 굴돌솥비빔밥을 먹는 게 어떻겠냐고

약간 부탁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깨달음은 한국에 오면 음식 메뉴를 이렇게 자기가 

먹고 싶은 것들을 골라 나에게 시키게해서

두가지 맛을 보는 걸 좋아한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난 굴돌솥비빔밥을 주문,

맛있게 비벼서 한숟가락 떠 김치 한조각 올려

입에 넣어주니까 엄지척을 보여준다.

내가 늘 이렇게 먹여주는 버릇을 해서인지

깨달음은 당연히 참새새끼처럼 입을 벌리고 

기다릴 때도 있다이런 모습을 친구들이 보고 

아들 키운다고 그랬던 것 같다.

깨달음 버릇을 이렇게 만든 것도 어찌보면

모두 내 잘못이다.

해장국에 우거지가 많이 들어서 맛있다면서

뼈에 살들을 발골하는데 숟가락과 젓가락을 얼마나

 유연하게 잘 돌려가며 살을 발라내는지 보고 있으니

  할말이 없어지고 헛웃음이 나왔다.

식당을 고를 때는 왠지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 곳으로 가면 실패하는 법이 없다며 

내 밥까지 반을 먹은 깨달음은 느긋한 걸음으로

동대문 프라자로 향했다.

  


폼 잡고 사진도 찍고 매장에 있는 캐릭터와

시키지도 않았는데 뽀뽀를 하며 

동대문을 만끽했다. 

[ 이 캐릭터 이름이 뭐지? 진짜 귀엽다 ]

[ 몰라,,,]

[ 오리가 다운 입고 있잖아 ]

[ 당신, 원래 이런 캐릭터 안 좋아했잖아 ]

[ 응,,근데 늙었는지 이제 이렇게 귀여운게

눈에 들어오는 거 있지..]

그렇게 동대문 프라자를 구석구석 보고난 후

옷을 갈아입고 결혼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혼주 자리에 서서 하객들을 맞이하던 친구가

우리를 바로 알아봐 주었고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손을 꼭 잡고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특히, 깨서방까지 이렇게 와 주셔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자 깨달음이 손사레를 치며 

[ 결혼, 축하합니다, 행복하세요 ]라고 말했다. 

신랑 신부에게 축하인사를 하고 언 30년만에 보는

친구의 자매들과 그 시절(중학교)함께했던 

추억들을 상기하며 예식을 기다렸다.



식이 거행되고 깨달음은 아버지와 함께 신부가 등장하자

눈물을 흘렸고 나도 왠지모를 눈물이 나왔다.

행복하라고, 꼭 행복하라고 힘찬 박수를 보내고 

 우린 언니집으로 가기 위해 모두에게 

좀 빠른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나왔다.

언니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상이 차려져 

있었고 깨달음은 얼른 형부 옷으로 

빌려입고 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장과 보쌈, 양념게장, 낙지, 생전복 전복찜,

생굴, 홍어까지 깨달음이 좋아하는 것들이

한 상 가득했다. 


보쌈에 김치를 둘러 먹기도 하고, 

홍어에 싸서 먹기도 하고,,깨달음은 바쁘게

젓가락을 움직이면서도 전복에는 손을 대지 않아서

왜 안 먹냐고 물었더니 하나 먹어봤는데

제주도 전복보다 맛이 덜 해서 안 먹는다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꼬막도 하나씩 야금야금 까먹으며

정종으로 기분좋게 취기가 올라왔을 때 

조카가 준비한 빼빼로선물을 받고 

깨달음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술 먹고 실수한 조카들의 

얘기가 오갔고 내년 아빠 기일에는 깨서방을 데리고

 어디를 구경시켜 주는 게 좋은지 그런 얘기들을 

하며 맛있는 저녁시간을 보내고 

우린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이제까지 왜 자기한테

 빼빼로를 안 줬냐고 깨달음이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

나는 대충대충 알았다고 건성으로 대답을 했더니

왜 안 줬는지 얘기해 보라고 끈질기게 캐물었다.


[ 그건 얘들이 하는 이벤트야,,]

[ 얘, 어른 상관없이 받으면 기분 좋은 거니까

 내년부터는 꼭 나도 빼빼로 챙겨줘,

결혼 8년동안 한 번도 안 해 준건 너무했어! ]

[ 알았는데,,양치 좀 하지, 홍어 냄새가 

너무 자극적이야,,,]

나는 못 먹는 홍어를 얼마나 잘 먹던지 깨달음 

몸 전체에서 홍어냄새가 배어나오는 것 같았다.

[ 말 돌리지 말고 꼭 빼빼로 줘야돼, 알았지? 

그리고 한국에 왔으면 홍어를 먹어야 제대로 

음식을 먹은 거야, 난,,정말 한국체질인가봐,

뭘 먹어도 이렇게 맛있지? 그래서

난 너무 너무 행복해~~

지금 당장 한국에서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 같애, 세상 어딜가도 내 입에 맞는

 음식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

 난 왜 이렿게 잘 먹는 걸까? ]

자기 자신도 한국음식을 너무 잘 먹어서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졸려서 눈이 반쯤 감긴 상태인 깨달음에게   

내일은 어딜 갈 건지, 무엇을 먹을 건지 물었다.

[ 발길 닿는대로,,그리고 식당은 느낌 가는대로.

.이젠 간판이랑 가게 외관만 봐도 맛집인지

 아닌지 바로 알수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맡겨]

[ ................................. ]

한글도 모르면서 자기한테 뭘 맡기라는 건지..

깨달음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동물적인 본능과 감각으로 한국 음식을 

즐기고 한국 노래를 듣는다.

그래서 깨달음은 행복하단다.

그러면 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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