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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노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

by 일본의 케이 2017.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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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에서 올 해 마지막 미팅과 송년회가 있어

깨달음이 출장을 떠났다.

언제나처럼 신칸센을 탔고 점심을 먹고 있으며 

미팅을 시작했고 지금은 술을 마시고 있다는 

보고?를 사진과 함께 내게 보내온다.

그리고 다음날 일찍 깨달음은 시댁에 들렀다.


집에 도착해 닫아 둔 불단에 촛불을 켜고

조상님께 기도를 드리고

 혼자서 집안 정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면회시간 맞춰 요양병원에 가서는 부모님들을 

뵙고 오후에 다시 도쿄로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소포 두개나 도착을 했고

열어봤더니 시댁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주방 살림뿐만 아니라 식료품까지 

생각치도 못한 물건들이 하나가득이였다. 


타올, 세재, 반찬통, 밥그릇, 쟁반, 식용유,

양말, 주전자, 젓가락, 장갑, 호일, 랩, 된장,

참기름, 비누, 지퍼팩, 쓰레기 봉투, 생선접시, 

목도리, 손수건, 물병, 간장, 티슈,,,,,

안방을 청소한다고 하더니 주방쪽까지

정리를 했던 모양이다. 


[ 이걸 가져와도 되는거야? ]

[ 응, 아직도 많이 남았어. 정리하다보니까 

새 것들이 많더라구, 일단 사용했던 것들은

다 버리고 봉투에 들어있는 새 것들만 가져왔어.

세상에 1970년대 받은 수건이랑 답례품 같은 게

그대로 있더라니깐,,우리 엄마 대단하지?

그대로 비닐도 안 벗기고 장농속에 들어 있었어]

[ 근데, 어머님한테 얘기는 했어?]

[ 응, 앞으로 쓸 일이 없으니 모두 가져가라고 

했어, 이불이며 가전제품들도 많은데

한 번쯤 사용한 것 같은 것들은 처분으로

분리하고 미개봉한 것들만 챙겨 왔어..

아, 저 그릇들은 좀 비싼 거니까 팔아도 될 걸? ]

내가 눈을 흘기자 피식 웃었다.

[ 어머님, 아버님의 손 때가 묻은 것 같아서

왠지 마음이 좀 그렇다..]

[ 돌아가시기 전에 가져오는 게 우리들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아서 가져온 거야.]

[ 그건 그런데,,시댁 냄새가 나서 그냥

쓰려니까 짠한 마음이 들어.....]

어쩔 수 없지.그냥 그대로 두면 모두 쓰레기로

처분해야 되니까 좋은 마음으로 

우리가 유용하게 쓰면 되잖아..]



[ 이 목도리는 우리가 사드린 거 아니야? 

[ 응, 나도 필요할 것 같아서 가져다 드렸는데 

 요양원에서 목도리 필요없다고

 가져가라고 해서 그것도 넣었지,,

같은 물건이여도 돌아가시고 나서 사용하면

마음이 무겁겠지만 아직은 살아계시니까

편하게 사용하면 될 것 같애.]

[ 그래,,알았어..]

특히, 수건에서 시댁 안방 냄새가 베어 있었다.

시부모님의 삶과 연륜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모든 물건들이기에 뭐라고 형용하기 

힘든 착찹한 기분이 들었다.

간장, 식용유, 된장,,각종 조미료를 구입하실 때는

당신들이 이렇게 요양원에 들어가 

살게 될거라는 생각을 못하셨을 것이다.


[ 아, 아버지가 감이 맛있다고 고맙다고 하셨어

한국 감이 훨씬 단 맛이 난다고 곶감도

계속해서 드셨어..]

지난달, 한국에서 사온 대봉과 곶감을 몇 개

 출장 가방에 넣어줬는데 그 감을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다.

[ 좀 더 가져갈 걸 그랬다. 아, 보내드릴까..]

[ 아니야, 이달 중순에 요양원 옮기잖아,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우니까

 이것저것 사드리고 보내드리면 돼, 지금은 

병원시설이여서 규제가 엄격해 맘대로 못 드셔,,]

[ 그래서 아버님 살이 또 빠지셨나보네..]

[ 응,,자유가 그립다고 하셨어..집에서는 

불편한 다리였지만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드셨는데

여기서는 반입도 엄격해서 그게 스트레스 인가봐..

그래서 내가 사 드린 과자도 감춰두고 드셨어..]

[ 옮기실 때 우리 가 봐야하지 않아?]

[ 당신도 그렇고 나도 시간이 안 맞아,,]

[ 그러네...]


[ 동생이 와서 한다고 했으니까 괜찮아 ]  

[ 그래, 더 편한대로 옮기시면 그 때는

좀 많이 우리가 신경 씁시다 ] 

[ 근데 그날, 미팅 끝나고 송년회에서도

노인문제, 효도, 노후생활에 관한 얘기를 했어,

나보고 효자라면서,,,,그 날 모인 사람들은

거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더라구..치매나 병환으로,,

우리 부모님 상태를 말해줬더니 누가 그러는 거야,

치매에 걸리면 그것도 짠하지만, 정신은 멀쩡한데

몸만 쇠약해지고 자유롭게 거동을 못한 것도

어찌보면 괴롭고 힘들거라고,,,,

자신의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서러운 늙은이가 되어가는 거라고,

,대소변도 그렇고,,

늙어서도 건강하고 활발하게 젊었을 때 

못한 일들을 하면서 즐기며 살면 장수하는 

기쁨이겠지만 그냥 나이 먹고, 안 죽어서 장수를

 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본인들에게도 

고통일 수 있다고 그러는데 일리가 있더라구,,

난 한번도 그런 생각을 안 해봤거든..

거기 모인 사람들이 60을 넘긴 사람이 많아서인지

 노후대책이나 건강유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얘기들이 많았어..

너무 장수하는 것도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말도 나오고,,냉정하게 말하면 죽는 것만 

기다리는 거라고 깨달음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누구의 말이 옮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지만

자신들 역시도 그러고 싶지 않아도 몸이 말을 

안 들어 어쩔 수 없이 주위나 시설에 신세를 

져야하는 부모님들 입장도 참 암담할 것이다.

어떤형태든 살아계시는 동안, 삶을 즐길고

살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내시는게 최고이겠지만

 그러지 못해서도 괴롭고 힘들 것이다.

언젠가 우리 엄마가 그러셨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라고,,

자신이 늙어보니 몸도 제 뜻대로 안 움직여지

누군가가 도와줘야지 살아가게 되는 

세상이다보니 점점 멍청이,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게 참 허무하고 서럽다고,,,

무조건 장수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늙으면 아이로 돌아간다고 하듯이

그냥, 먹고, 놀고, 자는 게 그분들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아이에게

아무런 것을 바라지 않듯이 부모님들,

노인분들에게도 그런 마음으로 대하면 

장수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세상은 의외로 

냉정하고 차가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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