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깨달음은
나고야와 홋카이도 출장이 연달아 있었다.
나는 나대로 바빠서 둘이 진지한 얘길
나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 뭐 먹고 싶어? ]
[ 게...홋카이도에서 못 먹고 왔거든 ]
[ 알았어. 예약해 둘게, 늦지 말고 와 ]
가게 앞에서 카톡을 했더니 오는 중이라고 했다.
예약석이 무대 바로 앞인 덕분에
고또(일본의 가야금) 연주를 눈 앞에서
보고 들을 수 있어 좋았다.
[ 라이브가 있으니까 더 좋은데]
[ 응,오늘 당신 생일축하하러 온 줄 아시나 봐]
스탭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케잌에 촛불을 켰다.
[ 생일 축하해~많이 늦였지만,~~]
어색한 미소를 한채로 얼른 촛불을 끄고
메시지를 읽는다.
[ 오~~애정이 듬뿍 담겼네..고마워~~]
이때 우리 테이블 담당 스탭이 기념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고 우리 서로 싫다고 고개를
저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우릴 번갈아 쳐다봤다.
[ 부부가 아닌 이상한 관계로 보는 눈빛이였어 ]
[ 응,,,분명 그런 눈빛이였어.. 아무튼, 올 한해도
건강하고 당신도 이제 몇 살인줄 알지? ]
[ 난 아직도 내 나이가 50살 같애, 아니, 50이라
생각하고 살아서인지 우리 동창 중에서도
제일 젊게 보잖아, 당신도 인정하지? ]
[ 젊게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현실은 50이
아닌 거 알지? ]
[ 알아,,그래도 젊게 살거야 ]
주문한 음식들이 코스별로 나오기 시작했다.
[ 음,,맛있다...]
[ 홋카이도까지 갔는데 왜 못 먹었어? ]
[ 시간이 전혀 없었어..., 다음에 가면
차분히 직원들이랑 먹을 생각이야 ]
[ 호텔 완공은 언제야? ]
[ 1년 반정도 걸릴 거야, 지난주 착공식 했으니까
그 동안에 몇 번은 더 가야 돼, 그 때 당신이랑
같이 가서 먹고 오자 ]
[ 그래...근데 너무 바쁘다..당신..]
[ 내년에는 오키나와에도 공사가 시작될거야 ]
[ 일본 전국에 그렇게 호텔이 필요해? ]
[ 내 생각에도 이젠 그만 지어도 될 것 같은데
부족하나 봐, 여기 저기 출장 다니고 그러면
체력이 많이 딸리니까 올해도 당신이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 줘..]
[ 알았어...또 부탁할 거 있어? 생일이니까
다 들어 줄게 ]
[ 없어..당신은 무슨 요리든 잘 하니까 난 행복한
사람이야..요즘, 친구들이 자식들 결혼문제로
배우자 선택하는데 어떤 조언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고민이 많더라구,
그래서 내가 여자는 무조건 요리만 잘하면 된다고
했어. 남자에게 그게 가장 중요하거든]
깨달음 거래처분 아들이 이번에 결혼을 하겠다고
여친을 데려왔는데 그 여친 고향이 전라도
광주라고 해서 그냥 결혼시키라고
전라도 여성들이 성질이 좀 사나운 데가 있지만
음식 솜씨와 생활력을 보면 더 이상
말할 게 없다고 했단다.
[ 당신,착각하는 것 같은데 모든 전라도 출신이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남자들이 요리를
더 잘해서 아내와 자식을 위해 나서서 요리를
해주는세상이야, 나야,,내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하는 것이고..]
[ 알아,,그래도 아내가 요리를 잘 하면
남편의 결혼생활이 많이 행복해진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
[ 근데 성질이 좀 사납다는 건 뭐야? ]
[ 광주사람은 정이 깊다는,애정이 넘친다는 거야,
그만큼 미움과 애증도 그와 비례한다는 거지..]
[ .............................. ]
[ 내가 좀 이상해서 그렇지 다른 전라도 언니들은
나와 다르게 싹싹하고 애교 많고 그럴거야 ]
[ 알아,,하지만 나는 다 필요없고..결혼에 있어서
특히 남자는 요리 잘하는 여자를 얻는게
최고의 조건이고 행복한 길이라는 것만
거듭 강조하고 싶어,,애교 많고 조신하다고 해도
매일 끼니 때마다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없는 거야,,
물론 외식을 하거나, 배달음식으로 해결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요리를 할 줄 알아야한다는 거지..]
[ 나는 요리를 좋아하고, 당신이 한국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좋아서 하는 건데,, 혹,
요리 서툰 여자였으면 당신 어쩔 생각이였어? ]
[ 결혼을 안 했지, 절대로,,]
[ ............................... ]
마지막 디저트를 먹을 때까지 남자에게
집밥, 아내가 직접 만든 요리가 왜 중요한지
깨달음은 자기만의 고집스런 생각들을 침을
튀겨가며 열심히 내게 설명을 했다.
요리는 관심이고, 사랑이며, 편안한 안식이
되기도 하고 남자에게 정신적인 만족감을
안겨주고, 삶의 원동력이고,,,,,
얘기를 들으며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아이처럼
엄마에게 받은 사랑과 관심을 아내에게도
그와 비슷한 시츄에이션과 감정들을 받고자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동생이 보내준 생일 선물이
깨달음을 또 기쁘게 했다.
[ 언니들이랑 동생이 생일 축하한대,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사업 더욱 번창하시고,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무엇보다 우리 가족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대 ]
카톡을 보여줬더니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진다.
[ 왜 그래? ]
[ 좋아서,,,역시,,난 결혼을 잘 한 것 같애..
가족들 모두에게 사랑받잖아,,가족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이 왠지 뭉클해. 가족들에게 고마워..
나를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해주고
사랑해주고 관심 갖아줘서..너무 행복해~~,
앞으로도 당신한테 더 잘할게 ]
[ 지금도 잘 하고 있어. 아무튼,
좀 늦여졌지만 생일 다시 한 번 축하해 ]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을 하고 깨달음이
크게 하트를 그려 보낸다.
[ 울지마..]
[ 행복한 눈물이야,,,,]
그렇지 않아도 여성호르몬이 넘쳐나는데
한살 더 먹었으니 더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아
괜시리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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