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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2018년, 한일커플이 나눈 대화

by 일본의 케이 2018.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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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한잔 해~건배 ]

[ 별로 안 마시고 싶은데.왜 그래? 할 말 있어? ]

[  아니,,구정도 지나고..새로운 2018년을

시작하는 의미에서 하자는 거야 ]

[  나한테 뭐 부탁할게 있어? ]

[ 아니,,없어,,,]

[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

[ 음,,,없어...]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주말에 자주 찾은 

오다이바가 오늘은 구정연휴를 맞아 

중국과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많이 붐볐다.

수제 소세지를 한 입 잘라 내게 내미는

 깨달음에게 물었다.

[ 당신은 2018년도 뭐 하고 싶야? ]

[ 열심히 일하지,,,]

[ 특별히 하고 싶은 거 없어? ]

[ 음,,,매일 매일 새로운 날에 충실히 성실히 

사는 거지, 어느 날은 비가 오기도 하고,

또 어느날은 화창하고 그러겠지만 

어떤 날이든 새롭게 찾아오는 그 날을

있는 그대로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는 거야 ]

[ 당신이 올해 몇 살이지? ]

[ 왜 여기서 나이를 물어봐? ]

[ 아니,,세상을 통달한 사람 같이 말하니까..]

나이 얘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보니 

깨달음이 이젠 자기 나이가 싫은 모양이였다.



[ 당신은 올해 목표가 뭐야 ? ]

[ 응, 나는,,건강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자격증 따고,,그럴 생각이야,,]

[ 공부 안 질려? ]

[ 질릴 때도 있어, 그래도 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해,

어떤 공부든, 하고 나면 결과가 보여지잖아,

내가 열심히 했는지, 안 했는지..]

[ 좋아서 하는 건 좋지만, 불안감에 조바심에

하는 건 몸에도 별로 안 좋을 거야 ]

[ 알았어,,무슨 말 하려는지..]


우린 약속이나 한듯, 와인을 비우고 피식 웃었다.

[ 우리 다음달 3월이면 부부가 된지 8년째가 

되는데 어때? 행복했어? ]

[ 뭐가? ]

[ 결혼생활이...]

[ 아주 만족해..당신은? ]

[ 많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작년에도

당신이 날 많이 이해해 줬잖아..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했고,,,]

[하지 말라고 해도 당신은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냥 하라고 했던 거야,,,]

[ ........................... ]

[ 당신한테 좀 더 잘하고,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사랑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여러가지 아쉬움이 남아,,]

[ [좀 더]라는 것은 욕심이야,,

[ 여기까지 왔네,,] [ 이만큼이나 했네 ]라고

최선을 다한 자신에게 칭찬을 해 봐,

이것밖에 못했네라는 부족함을 먼저

 떠올리면 끝이 없잖아..아, 나한테 솔직하지

 않은 게 있었어? 뭘 속였는데?]

[ 속인 건 없어..근데 당신이 미울 때

안 미운척 했다는 거지..]

[ 아직도 그렇게 내가 미울 때가 있어? ]

[ 응,고쳤으면 하는 습관들이 그대로일 때,,

당신은 없어? ]

[ 그냥,케이는 이런 사람이구나하고 

넘어가는 거지, 그걸 일일이 신경쓰면 

같이 못 살지..]

[ 그래도 정말 미울 때 없었어? ]

[ 없다는 건 아니고..그냥 그러러니하는 거야,,]

[ 언제가 미웠어?  말해 봐.. ]

[ 음,,,,한국어 발음 안 좋다고 타박할 때,,

또,,배 나왔다고 뭐라고 할 때...]

[ 그랬구나,,,이젠 안 할게]



 [ 당신은 좀 더 무덤덤해져야 돼...

신경을 바짝 세우고 사니까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기는 거야,

올해는 봐도 못 본척, 들어도 못 들은척하고

살아, 그래야 당신이 편하지...]

[ 알았어..근데, 문뜩문뜩 지금에 난

잘 살고 있는 건가, 이대로도 괜찮은 건가,,

 의문이 생겨,당신은 그런 생각 안 해봤어? ]

[ 그런 생각을 왜 해? 날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내게 닥친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고민거리도, 걱정거리도 생기질 않아,

그리고 결혼생활은 [ 인내]야.

철학자 누군가가 그랬잖아, 결혼 전에는 두눈을

부릅뜨고, 결혼을 하면 한쪽 눈을 감으라고,

그만큼 너그러워지고, 이해하고 수용하며

 살아야한다는 거지..그렇게 되면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도 자연스레 내려놓을 수 있지...]

[ 당신,,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은근 많았네.

또 다른 바램 같은 거 있어? ]

[ 양가 부모님들이 무사히 올해도 넘겼으면 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일관계가 

좋아졌으면 하는 거지...]

[ 어떻게 하면 좋아진다고 생각해? ]

[ 정치인들은 좀처럼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우리같은 민간인들이 한일관계의 중요성이라든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한발짝 물러서서

상대를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 입장만 생각하고, 내가 해 준 것만 

내가 당한 것만 생각하면 답이 없잖아..

한국, 일본 둘 다,,진취적인 발상으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


[ 뭘 양보해? ]

[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국을 

이해하려고 해야돼. 많은 대화를 나눠야하는데

각자의 얘기만 하니까 조금도 변함이 없잖아.

진심으로 뭘 원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들을 자세가 안 되어 있잖아, 양국이..]

 [ 대화가 될 것 같애? ]

[ 대화라는 것은 상대의 말을 들으려는 자세가

안 되어 있으면 절대로 성립이 안 돼. 

서로 마음을 안 열고 있다는 거지..

그래서 안타까워...그니까 우리라도

양국의 문화를 배우고 즐기고 알리려고

노력 해야 돼..]

[ 그래야겠지...]


우리 같은 한일커플이 뭔가를 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어질 세상이 아니지만, 그래도 깨달음

 바램처럼 조금씩, 천천히 다른 분야에서 

양국을 알리고 알아가려고 해야될 것 같다.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깨달음이 3월에 있을

한일 문화행사를 검색해달라고 한다. 

[ 무료 태권도 체험교실, 문화서당,

칠예공예전이 있어..근데,,과연, 우리 같은 

민간인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 우린, 싸우지 말고 재밌게 사는 게 최고인 거야, 

미워도 눈을 찔끔 감고, 서로의 좋은 점만 보면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여행 다니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주는 게 한일커플이  일이야, 

헤어지는 커플이 많이 없어야해~,히히히~ ]

[ .......................... ]

레스토랑을 나오기 전까지 심각한

 얼굴로 한일관계를 걱정했던 깨달음의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까불기 시작했다.

2018년도엔 한일커플들, 그리고 양국에 

거주하시는 모든 분들이 조금이나마 

기쁘고 좋은 추억들 가득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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