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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술취한 남편의 한국어 대방출

by 일본의 케이 2017.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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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깨달음은 거의 매일 술이다.

감기가 나아가면서부터 술을 또 마시고

귀가가 늦여진다.

거래처에 접대를 받기도 하고, 접대를

 하기도 해서 자신이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11시를 넘겼고

전화를 했더니 목이 쉬어있었다.

약간 혀가 돌아가고 있었고

기분이 상당히 업 된 상태였다.

[ 거기서 집에 오면 12시 넘는 거 알고 있지? ]

[ 알아요~~]

[ 11시 30분 넘으면 벌금 있는 거..] 

[ 알았어요~ 빨리 오세요~ ]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국말로 대답하는 건

  술이 꽤 취했다는 증거다

 깨달음이 말하는 빨리 오세요는 

빨리 가겠다는 뜻이다.

우리 부부에겐 신혼초에 둘이서 합의하에

벌금제도를 정했다.

나도 그렇고 이유를 불문하고

귀가 시간이 11시 30분을 넘어가면

30분에 만엔씩 추가가 되는 벌금형인데

결혼 7년동안 서로 불만 없이 잘 내고 있다.


그렇게 집에 들어온 시간은 12시 7분,,

현관문을 열리고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휭청거리는 다리를 하고 

오더니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 벌금? ]

[ 네, 요기요~~(여기요) 돈 있어요~ 두 개 ]

[ 알았어, 책상에 올려놓고 얼른 자 ]

[ 오빠이무니다(입니다). 조눈(저는)

깨달음 오빠이무니다 

멋있지? 많이 많이 멋있지? ]

[ 얼른 놓고 빨리 자~] 

[ 뭐 먹어요? 쥐포 먹어요? 안 먹어요~] 

돈 없어요~, 돈 있어요~요기(여기)~]

[ .............................. ]

알고 있는 한국어가 대방출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자기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흔들거리며 세면대에 가는 깨달음.

내 크리싱으로 한 번, 자기 크림으로 한 번,

씻고 또 씻고,,

[ 깨달음씨, 그만 씻어도 될 것 같은데~]

[ 이빠다꼬요 (이빨 닦어요) 

자기도 이빠다꼬 ? ]

[ 난 닦았어, 당신만 닦어~ ]

[ 가치 이빠다꼬, 재민네요(재밌네요) 

재미소요(재밌어요), 재밌지? 

행보하자(행복하자) 아퍼말고(아프지 말고)]

[ ................................... ]

그렇게 의미를 알 수 없는 얘기를 계속했다.

내가 조용히 뒤에서 사진을 찍자

[ 칸짜기야 (깜짝이야~

하지 마했지? (하지 말라 했지)]

[ 찍지 말라는 소리야? ]

[ 아니, 괜찮아~히히히 ]



[ 오늘은 뭐 먹어요? ]

뭘 먹었냐는 질문이다.

[ 대충 먹었어 ]

[ 안 돼요~, 이거 모거요(먹어요) ]

내게 거품을 내밀면서 까분다.

[ 그만 해~]

[ 조금만 모거요~하지 마했지?)

안돼요 했지? 히히히 ]

지베(집에) 가자~, 현수기~ ]

[ .............................. ]

2살 꼬마가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무조건 따라하듯이 깨달음은 지금 완전히 

꼬마가 빙의 된 상태처럼 보였다.

[ 진짜 안 잘 거야? 나 먼저 들어간다 ]

[ 자기야~ 이리오세요,

이리 와, 이리 와~

하나, 두개, 세, 쁘라스 하나, 히히히 ]

이루(일), 이, 산(삼),,,

배 고파,,김밥, 냉면, 맛있지?~

신라멘 진짜 맛있어,,매어요(매워요)~

샌 추카 하니다(생일 축하합니다)

~샌 추카 하니다~

깨달음 샌 추카 하니다~

하모니(할머니),하부지(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 오머니~우리 애기~~ㅎㅎㅎ]

[ .............................. ]

손에 있는 거품을 모아서 촛불 끄는

흉내를 내면서 혼자 좋아했고

그렇게 아무말 대잔치를 한 다음 

자기 방에 들어가서는 옷을 벗었다.

[ 왜 옷을 다시 벗어? ]

[ 히히히,,, 덧다(덥다)~~]

 [ 감기 걸리니까 잠옷 입고 자~ ]

[ 네,,오머니.. 히히히 ]

속옷만 입은 모습을 찍으려고 했더니

못 찍게 옷장 속으로 들어가려다 나자빠졌다.

[ 아이고,아파요,,미오(미워), 미오(미워) 

이 쉐끼~~오메, 오메,,하지 마세요~]

[ ............................. ]


웃기기도 하고 끝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와 난 내방으로 들어갔다.

약 10분쯤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내 방에 문을 열고는 

속옷만 입은 채, 이번에는 엉덩이를 흔들 거렸다.

[ 자기야~,무르(물) 주세요,

 기였지(귀엽지) 깨달음씨 기였지? ]

[ 근데 당신 술 취하니까 한국말 잘 하네~

 조금만 더 공부하면 아주 잘 할 것 같은데? 

제대로 한 번 하지 그래? ]

[ 시로요(싫어요)~]

[ 알았어, 그럼 얼른 자 ]

[ 많이 많이 기였지(귀엽지)? ]

[ 응,,]

[ 좋아요~나는 일본사라(사람)이무니다

사랑해요~ ]

[ 알고 있어,,정말 이제 자~ ]

손을 잡고 깨달음 방에 데리고 가서

눕힌 다음 목까지 이불을 덮어줬다.

[ 오머니,,,보고 싶어요~]

[ 뭔 소리? ]

왜 갑자기 우리 엄마를 찾냐고 물었다.

[ 당신이 이렇게 이불을 덮어주니까 갑자기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내가 한국에서

깜빡 거실에서 잠이 들면 항상 어머님이 

이불을 덮어주셨잖아,,

그냥 그 생각이 났어..인제 잘래..

현수기(현숙이) ~자루(잘) 자~~ ] 

[ ............................ ]

술이 취하면 특히 남자들은 모두 아이처럼?

보호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불을 끄고 나오며 약간 반성을 했다.

가끔은 술 취한 깨달음을 위해 포근하고 

따뜻하게 엄마?처럼 감싸줘야겠다고,,.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일보다,

사업상, 일 때문에 마셔야하는 일이 많아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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