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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시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날에는,,

by 일본의 케이 2018.07.29

아침 일찍 호텔을 나와 시댁으로 갔다.

집을 비운지 6개월이 지나가니 더 이상

누군가 다시 살기에는 힘든 상태지만

잠깐 들려야했다.

전날, 아버님이 집에 있는 분재들은 다 

말라 죽었을 거라는 걱정과 올 해도 단감이

 열릴텐데 어느정도 여물었는지 궁금해 하신 게

 머릿속에 남아서였다. 


주방을 지나 마당으로 나간 우린 낌짝 놀랬다.

무성히 자란 잡풀들이 가득했고 

거미줄은 사방팔방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창고에서 꺼낸 커트기로 대충 길을 터놓고

말라 죽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는 깨달음.

아버님이 작년에 퇴원하고 나와 마당에 앉아

포도를 따 드시면서 나한테도 한알 주셨는데

그 포도가 씨알굵게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감나무에도 아기 주먹만한 사이즈의 단감이

튼튼히 잘 자라고 있었다.

[ 가자, 이러다가 끝이 없겠어 ]

[ 물 다 줬어? ]

[ 응, 물 주다보니까 풀 뽑아야 될 것 같고,,

그러다보면 청소도 해야 되니까..

가야될 것 같애...뭐 해? ]

[ 사진 찍어서 아버님께 보여드릴려고]

[ 많이 열렸어? ]

[ 응, 감이랑 포도, 깅깡도 먹음직스럽게

열렸어..좀 따서 아버님 갖다 드릴까? ]

[ 냅 둬,,그럼 오시고 싶으니까,,]

[ 아깝잖아,,,]

[ 아버지가 좋아하는 새들이 와서 먹을 거니까

그냥 먹이로 둬,, ]

[ 알았어..]


집을 나와 마트로 가려는데 깨달음이 전력질주로

뛰면서 온 몸을 모기에 물려 가려워서 죽을 것 

같아서 빨리 파스 사야 된다고 혼자 뛰었다.

[ 다리는 20방 물린 것 같애...]

[ 일단 좀 바르고 당신은 쉬고 있어

내가 먼저 올라가서 고르고 있을게 ]

전날, 어머님이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셔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어머님 취향을 

몰라서 잘 고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 당신이 골라 봐,,난 어머님이 무슨 색을

좋아하시는지, 어떤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하실지 모르겠어...]

[ 나도 몰라,,우리 엄마 옷을 신경 써서

안 봐서 취향을 모르겠어..]

[그래도 나보다 당신이 더 나을 거야,,

그니까 같이 고르자..]

그렇게 깨달음이 심여를 기울려 고른 셔츠와

과일을 사서 요양원을 찾았을 때 두 분이

함께 계셨다.


[ 아침 식사 많이 드셨어요? ]

[ 응, 어제 니네들이 사 온 장어덮밥을 데워서

먹었는데 역시나 맛있더라..]

[ 네,,다음에도 꼭 그 가게에서 사 올게요,

그 외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

[ 없다..없어..어제 사 온 것도 많은데

오늘 또 이렇게 사 오니..면목이 없구나,]

[ 제발, 그런 소리 마시고,,어머님 옷 

사왔으니 한 번 보세요..

마음에 안 드시셔도 잠시만 입고 계시면

제가 도쿄 가서 다시 사 보내드릴게요 ]

[ 아니다,,충분해..,나 빨간색 좋아한단다 ]

어머님이 셔츠를 걸쳐보고 거울쪽으로 걸어가셨다.

[ 아주 젊게 보여서 좋구나,,잘 샀어, 비쌌지? ]

[ 아니에요, 지금 세일이여서 엄청 쌌어요, 

그리고 그 셔츠 깨달음이 골랐어요 ]

[ 그래..고맙고,,미안하구나..]


어머님은 아주 만족스런 얼굴을 하셨고

아버님도 얼굴이 환하게 보여 좋다고 해주셨다 

[ 아, 아버님은 말씀하신 이거 사왔어요,,]

아버님은 요즘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가라오케 

대회에 참가하는 걸 좋아하시는데 노래 제목을 

적을 작은 메모장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 참 맘에 든다. 사이즈가 ]

[ 한장 한장 뜯어서 쓰고 버리시면 돼요 ]

[ 그래..고맙구나. 케이짱..]

[ 아버님이랑 언제 노래방 한번 가야겠어요

저도 일본 노래 잘 하거든요 ]

[ 그래? 케이짱 노래 한 번 들어보고 싶구나..

그런 날이 이번생에는 없을 것 같다..]

[ 아니에요, 다음에 와서는 차로 여기저기 

모시기로 깨달음하고 얘기했어요, 그니까 

그 때 제 차로 초밥도 드시러 가시고

노래도 하러 가고 그래요, 아버님 ]

[ 그래,,] 

[ 어머님도 노래 좋아하세요? ]

[ 아니..나는 가라오케를 가 본 적이 없어..]

[ 그럼 다음에 제가 모시고 갈게요 ]

[ 그래..]

두분 모두 알겠다고 대답은 하셨는데

힘이 하나도 없으셨다.



내 얘기가 다 끝나자 깨달음은 두 분 가운데 앉아

오전중에 다녀온 집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며

처분을 해야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 그래..처분 해..살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우리는 괜찮으니까 처분해라..]

[ 처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들도 

챙겨야 하고 남겨 둘것

 다시 보고 해야될 거야,불단도 그렇고,,,]

[ 귀한 물건 같은 것은 없고,, 

앞마당에 나무들, 화초들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괜찮으니 모두 버리고 

정리를 부탁한다..]

[ 알았어..동생이랑 상의해서 산다는 사람

나오면 바로 처분하는 쪽으로 할게]


노크소리와 함께 간호사가 점심 식사 시간임을

알려주며 어머님용 휠체어를 방에 넣어 주었다.

이동을 할 때는 어머님도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신다고 했다.

[ 어머님...이 수레를 밀고 다니셨잖아요 ]

[ 처음에 그랬는데..요즘은 걷는 것도

힘들어서 그냥 휠체어 타는 게 편하더구나 ] 

[ 그러셨구나,,,,]


깨달음이 잠시 복도 중간까지 밀어 드렸는데

두분이서 그냥 자신들이 갈 수 있다고 하시며

우리에게 얼른 도쿄로 돌아가라고 손짓을 하셨다.

[ 네..갈게요,,]

[ 어서 가거라,,오전시간 다 쓰게 해서

미안하구나, 우리는 이제 괜찮으니 얼른 가,]

[ 네...]


[ 두 분이 끝까지 사이좋게 지내셨으면 하는데 ]

[ 걱정마,,어차피 어머니 치매가 심해지면

따로 따로 행동하고 주무시고 그래야 되니까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하실 거야,,] 

 [ 두 분, 부부싸움 같은 거 많이 하셨어? ]

[ 아니..싸우시는 거 한번도 못 봤어..]

[ 잉꼬부부 같았어? ]

[ 잉꼬부부는 아니여도 아버지가 애정표현을

많이 하시는 편이고, 어머니는 무뚝뚝하셨지,

그래도 거의 트러블 같은 건 없었어,

여름 지나고 선선해 지면 두분 다시

한 방에서 지내실거라 그랬어..]

[ 그랬구나...]

[ 방 두개 쓰면 방값이 두배로 든다는 걸

알고 계시니까 바로 옮기실거야,,] 

[ 그랬으면 좋겠어.그냥 편하게 남은 시간을 

두분이서 의지하며 오손도손 지내셨으면 

좋으련만,,어머님이 정말 치매가 아닌

 노인성 인지장애면 두분 모두 

끝까지 행복하실텐데....]

시댁을 다녀오고 나면 두분 모습이 오랜시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특히, 이번에는 두분의 묘한 거리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 가슴 한켠 묵직한 돌덩이가 

올려진 듯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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