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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by 일본의 케이 2018. 6. 18.

우리 수조에는 매달 한 번씩 새끼를 낳는

미키마우스 플래티가 있다.

구피보다는 번식력이 약하고, 치어의 생존률이

 50%여서 괜찮다 생각했는데 우리집 아이들은

번식력과 생명력이 뛰어난지 자꾸만

치어들이 늘어갔다.

아쿠아센터에 이 치어를 줘야할 것 같아

깨달음과 아침부터 수조 청소와 치어 

분리작업을 했다.

어미 5마리를 제외한 모든 녀석들을 들고

아쿠에센터에 건네주고 장기 여행시 

필요한 먹이와 이물질 제거 용기를 샀다

깨달음은 수조에 생긴 달팽이 제거용

흡착기를 구입했다. 

필터교환도 함께 하려다가 그건 다음으로 미루고

가게를 나오며  입 달린 모든 생물에게는 

돈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던 토모미 

아줌마가 말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점심으론 우동과 소바를 맛있게 먹은 후,

백화점에 들러 간단히 필요한 쇼핑을 했다.


집에 돌아온 우린 짐을 챙기기 전에 제주도 

관광지도를 펼쳐놓고 우리가 묵을 숙소와

관광지를 탐색했다.

[ 난 이번이 두번째니까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 알았어..]

[ 당신이 미리 가서 다 알아 놔,

맛집도,,갈치조림, 고등어구이, 옥돔구이.

흑돼지, 그리고 맛있는 짜장면도..]

[ ........................... ]

엊그제 다이어트 하라며 쓴 소리, 미운소리를

듣고 하겠다고 약속했던 깨달음은

 보이지 않았지만 난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다이어트 얘길 안 하기로

마음 먹었기에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가방 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 깨달음도

자기 방에서 옷을 챙기고 있었다. 

[ 당신은 미리 짐 챙길 필요 없지 않아? 

내가 먼저 가 있으니까...]

[ 아니야,,미리 챙겨 둘거야, 당신이 있을 때

코디랑 봐 주면 내가 편하잖아,,

반팔 가져가야겠지? ]

[ 긴소매랑 점퍼도 넣어야할거야,,]

[ 알았어 ]


그리고 깨달음이 내 방으로 오더니 침대에 눕는다.

[ 왜? 내 방에서 잘거야? ]

[ 응,,당신 오랫동안 떠나 있으니까

오늘은 같이 자려고,,,]

[ 난 괜찮아,,평소때처럼 해.]

[ 아니야,, 여기서 자고 싶어,,]

등을 돌리고 내가 말을 걸어도 잠자는 척했다.

왠지 뒷모습이 짠해오는 건

정말 내가 내일이면 한달간의 휴양을 떠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불을 덮어 줬더니 

덥다고 다리 속에 죄다 집어 넣는다,

깨달음의 잠버릇을 본 지가 참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낯설진 않았다.


한달간의 휴식을 갖기로 했다.

지내다 보면 며칠만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 올 수도

 있겠지만 우선 한달간의 시간을 비웠다.

갱년기가 시작되고 몸상태가 바꿔져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내게

위로의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18년을 맞이한 해외에서의 삶이 가져다주는

 스트레스와 아픔, 고독, 이질감과 상실감들에서도

 조금 벗어나야할 것 같았다.

콩나물을 무치며 대성통곡을 했던 그날,

내 마음과 육체에 스며든 모든 그리움과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충족시키며

나에게 휴식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깨달음과 많은 대화를 하고 결정한 것이다.

http://keijapan.tistory.com/1100

(해외생활이 길어지면서 힘들어지는 것)

[ 아무것도 생각하지도 말고, 

뭔가 얻으려고도 하지마, 

그냥,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쉬어,

당신은 그러기 위해서 가는 거니까.

그래야만이 참 휴식이고 휴양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언니가 귀찮다고 할 만큼

먹고 싶은 거 만들어 달라고 하고,

즐기고 재밌는 시간만 가졌으면 해 ]

[ 알았어..]

[ 책도 읽지마, 노트북도 가져가지 마,,

거기서는 아무것도 안 하다고 나랑 약속 해 ]

[ 알았어...]

[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모두 정지 시키고

그냥 아무 계획 없이 제주도를 즐기면서

지내야 해, 애써 머릿속을 비우려고도

하지말고, 멍하게 지내길 바래.. 

해외생활을 너무 오래해서 몸과 마음이

지쳤으니까 푹 쉬고 오면 돼]

[ 알았어..그래도 노트북은 가져갈 건데.. ]

[ 난 안 가져갔으면 좋겠어.....

뭘 비우고, 뭘 채우려 가는 게 

 아니니까 단순하게 그냥 몸보신 하는 

시간으로만 생각해. 몸이 이제까지 원했던

음식들만 생각하고 먹는데 충실해!!

내가 바로 뒤 따라 갈게...]

[ 알았어...]

[ 나한테 미안하다는 말도 이젠 하지마,

그럼 화낼거야, 무슨 뜻인지 지? ]

[ 알았어..]



남편을 두고 나 혼자서 길다면 긴 한달간의 시간에

얻는 게 무엇일지 나도 잘 모르겠다.

깨달음 말처럼 그냥 몸보신하러 간다고

재충전을 위한 건강 되찾기가 목적이라 생각하려

 하는데 잘 될지 걱정이 되지만 되도록이면

생각이란 걸 하지 않고 지내려고 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시키러 내 나라로 휴양을 

가는 거라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공항 커피숍을 나와 헤어지는데 깨달음이

 어색한 얼굴로 바이바이를 해준다.

[ 왠지 오늘 당신 표정이 이상해..]

[ 아니야, 난 잘 챙겨 먹고 있을 거니까

당신이나 한국에서 건강해져서 와~

 나는 걱정말고 ~~]

내가 출국장을 떠날 때까지 깨달음은 그곳에 

서서 계속 내게 손을 흔들었다.

 애써 고개를 돌리며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없어 잠시 혼란스러웠다.

깨달음, 고마워..그리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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