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이 조그만 아이를 안지 못했다.
한번 안아보라고 몇번이고 권했지만
끝까지 안지 않았다. 안고나면 이 녀석을
그곳에 두고 올 수 없을 것 같아서..
애완견을 한마리 키우고 싶어 지금도
애견센터에 들러 우리가 찾는
견종이 있는지, 기웃거리기만 반복하고 있다.
바보처럼,,,처음엔 가격이 너무 세서
망설였는데 지금은 이 귀한 생명체를
끝까지 키울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서고
지금에 맨션에서 키우기에는
우리가 찾는 시바견에게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그저 바라만 보고
다시 무거운 발걸음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진돗개는 어차피 한국에서 데려오는데
절차도 복잡하고, 그냥 일본에 있는 동안에
시바견을 키우면 되지 않냐고 깨달음은
한마디 데려오자고 하는데 자꾸만
자신이 서질 않는다.
보면 볼수록 눈을 뗄수 없는 녀석들..
내가 움직일 때마다 요리저리 바쁘게
쫒아오는 녀석을 애써 외면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이면 항상
나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이 열이면 열,
내게 말했던 키워서 안되는 이유들이 떠올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진정시키곤 한다.
그 이유들이 꽤 구체적이고 냉정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납득을 했던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는
우리 부부가 여행을 자주 다니는 점과
내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였다.
그 외에도 강아지가 주는 기쁨만큼 정성과 사랑
관심이 필요하다며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내 성격과 내 생활패턴을 꿰뚫고 있어서 하는
충고이기에 받아들이고는 있는데
그냥 사면 안되냐고 깨달음은
오늘도 내게 재촉을 했다.
[ 당신도 그랬잖아, 개는 마당 있는 집에서
키워야 한다고, 나는 마당이 있는 곳에서
키우고 싶어.그럴려면 우린 마당 딸린 주택으로
이사를 하거나 해야돼.그래야 개에게도 좋고,
당신이 키우겠다고 했던 진돗개도
아파트에서는 키우는게 힘들다고 그랬어..
우리가 아닌 개가 힘들어한대 ]
[ 그래? 그래도 당신이 키우고 싶다며? ]
[ 응,,키우고 싶은데,,,여러 조언들이
다 맞는 말이여서 또 이렇게 그냥
돌아왔잖아,,나 좋자고, 나만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데려오고 싶은데
그 녀석의 부모가 되야 하잖아,,]
깨달음은 그렇게 심각할 필요가 없지 않냐고
했지만
난 왠일인지 끝까지 책임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머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언제 한국으로 되돌아갈지 알 수 없는 것과
내 몸에 문제가 생기면 강아지 돌보기가 힘들어
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본의아니게
소홀하게 되고,,,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광주에 잠시 들렀을 때, 오일장에
나온 강아지가 너무 예뻐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계속해서 만지작 만지작 했었다.
[ 하나 샀소, 만삼천원만 주고, 시골에서
갖고 오니라고 더와 죽것어, 얼른 팔아불고
갈랑께, 한마리 샀쇼! ]
내가 산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할머니가 내게 사라며 작고 꼬물거리는 녀석을
한마디 덥석 잡아서 검은 봉투에
밀어 넣는데 눈물이 왈콱 쏟아졌뻔 했다.
물건도 아니고,,왠 검은 봉투냐는 생각이
들면서 넌,,왜 또 만삼천원이니...
넌,,왜 변견으로 태어났니..
넌,,좀 자라면 어떻게 되는 거니..
넌,,왜 이렇게 귀엽게 생겨서 날 힘들게 하니.
오만가지 생각들이 나서 자리를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말뚱말뚱 쳐다보는
녀석들 눈망울을 보다가 같이 온
큰언니에게 부탁을 했다.
[ 언니야,내가 살게.언니가 제주도에서 좀 키워라 ]
[ 야,,하지마,,나 우리 고양이 죽은 뒤로
이제 애완동물 안 키우기로 했어..]
[ 이대로 두면 애네들 커서 죽을 것 같애.
식용으로,,]
[ 어쩔 수 없잖아,,그리고 구하려먼
다 구해야지, 한마리만 살 수도 없는 것이고,
그냥,,일어나,,그만 쳐다보고,,]
강아지 곁을 떠나지 못하는 나를 지나가던
아줌마들도 귀엽기는 하는데 똥개를
데려다가 어떻게 키울려고 하냐고
한마디씩 했었다.
언니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할머니가
또 강아지를 들어 검은 비닐에 넣으려고 하셔서
어렵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머니,,죄송해요,,제가,,,외국에 살아서,,
못 데려갈 것 깉아요,,]
[ 오메,,미국도 데려간디..어째 못 데려가? ]
[ 아니...힘들 것 같아서..]
말꼬리를 흐리고 있는데 언니도 안타까워
하면서 작년에 떠나보낸 고양이에 대한
아픔이 커서인지 애완동물 키우는게
보통일이 아니다고
내게 못을 박듯이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날, 깨달음에게 카톡으로 보내면서
애탔던 내 마음을 주절주절 적었더니
잡견이지 않냐고 단번에 내 말을 잘라버렸다.
사람도 팔자가 있고 운명이 있듯이
개들에게도 그런 게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던 날이였다.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개보다 못한 시간을
맛본 사람도 있고, 개로 태어났지만
사람보다 더한 대우를 받고 사는 경우가 있는 게
요즘 세상이다.
오늘 내가 애견센터에서 빈손으로 왔던 것도
어쩌면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이 서질 않았다는
명분보다 한마리에 50만엔(한화 약 5백만원)하는
금액을 지불하는데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돈이면 만삼천원 했던 그 생명들을
얼마나 많이 구할 수 있는지 너무도 잘 알기에
괜한 죄책감이 내 발길을 돌리게 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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