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있었던 땅콩회항의 조현아,
여동생 조현민, 어머니 이명씨의 갑질을
이곳에서는 약간의 뉘양스에 차이가 있지만
파와하라 (パワハラ)라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파와하라는 같은 직장내에서 자신의 상사나
지위상의 우위성을 배경으로 적정한 업무의
범위를 넘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직장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 단어는 2001년에 생긴 신조어로
파워 (Power) 와 괴롭힘( Harassment)을
조합해서 만든 단어이다.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원청과 하청의 관계,
재벌 오너와 직원하대, 진상 고객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권력과 지위에 의한 갑질을
뜻하는 데는 같은 맥락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후생노동성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하나의 단어로 정착이 되어 있다.
최근 파와하라가 일본 사회 내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스포츠계( 권투, 체조, 여자 역도)에서 연일
일어나는 갑질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협회 직원들까지 권력자의 힘에 의해 체계가
흔들리고 있으며 관계자들이 사죄를 하고,
사퇴와 퇴진을 하지만 좀처럼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책임공방과 내부분쟁이
일어나면서 뒷끝이 개운치 않은 상태이다.
지난해 일본 전국의 노동국에 접수된 직장내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의 상담건수는
총 7만 2067건에 이르며 전년보다 1.6%늘어난
것으로 6년 연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 가운데 88건은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져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도쿄의 소니은행은 매년 무기명 조사를 통해
파와하라에 대한 실태파악을 하고 있으며
희망자에 대해서는 면담도 하고 있다.
이처럼 파와하라는 직장내 근로환경 악화와
퇴직자 증가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많아 경영상의
리스크가 크기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지난 19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 가을 전문가 회의를
통해 기업에 파와하라 대책을 의무화할지 등을
검토하는 등 정부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을
할 예정이다. 대기업는 물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을 보유한 노무사 등을 파견해
파와하라에 대한 상당창구 개설과
사내 규정 정비 등을 유도하고 있다.
기업내 파와하라는 크게 6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1. 던지고 때리는 폭행상해( 신체적 공격),
2. 협박, 명예훼손, 모욕, 폭언 (정신적 공격)
3. 동료와의 격리, 소외,무시 ( 인간관계 분리)
4. 업무상 관련없는 일의 강요나
과중한 업무를 떠넘기기 (과대 요구)
5. 능력과 실력에 맞지 않는 잡일을 시키거나
아예 아무 일도 주지 않기 (과소 요구)
6. 사적일 일에 개입하는 (사생활 침해)로
나눠지고 있다.
이런 파와하라를 당하고 나면 퇴직후 보복을
하기도 하고 근무 중에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자살)을 하기도 한다.
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역시 자존감을
상실케 하는 말과 행동들이였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바보, 멍청이, 사표 써라,
죽는 게 낫다, 도움 안 되는 인간, 대머리 자식,
살 가치가 없다, 등 그 외에도 이름을 부르지 않고
별명이나 차별적인 닉넥임을 만들어 부르고
말에 대꾸하지 않거나 전면적인 무시로
인격모독을 일삼기도 한다.
이런 못된 관행이 상사에서 부하직원으로,
정사원이 파견사원에게
파견사원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대물림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고객이
상점 점원들을 상대로 불친절이나 업무상 실수를
약점으로 잡아 무릎을 꿇고 사과하기를 요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로 악담을 퍼 붓고
상품교환과 배상을 당연시하는 무례함을 범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욕설과 비방으로 도배를 하는 게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일본은
권위적이기 보다는 이지메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다.
오늘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거의
식사를 하지 못했다.
살도 많이 빠졌고 기운도 없었다.
자존심, 자존감 상실은 오래 된 일이 되어버렸고
이 상황에 적응을 한 건지 마비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나 역시 우리 지도교수와의 지옥같은 3년을
보내봤기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서
어설픈 위로를 해줄 수 없었다.
일본의 갑질은 권력과 힘으로 상대를 억압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화 시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와하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자세들로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도 혼자 끌어안고 힘들어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커피숍으로 옮겨서 후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선배,,내가 가장 힘든 건 언어적 폭력은
그냥 그 사람 성격이라고 하겠지만
거의 잠을 못자고 일을 해야할 만큼 일이 과중해..
못하면 다음날 프레젠을 할 수 없으니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행여 무슨 일
생기면 모든 금전적인 책임과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맨날 협박이야,그리고 내가 너보다
훨씬 월등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자기 입으로..자기가 잘못하면 책상을
두드리면서 고함을 지르고 그래... ]
[ 다른 직원들은 뭐래? ]
[ 정신 이상자라고 그래..그래도 상사니까
어느 누구도 반박하거나 그러질 못하지..
쪼잔한 건 동료들도 다 알아..
일본이 훨씬 더 페쇄적이잖아..]
갑질은 우월감에서 나오는 정신적 결핍의 하나이다.
우월감은 다시 말해 열등감에서 시작된 감정이다.
우월감은 다른 말로 열등감을 감추는 도구가
되어서 우월감으로 표출하고 싶어하며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돈이 많아서 채워지는 것도 권력에 의해
메워질 수 없는 열등감,,자신보다
못하는 사람과 비교에서 얻은 우월감은
상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자꾸만 조바심이 나고
흔들리게 때문에 갑질이 계속된다.
자신이 위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오만과
아집이 타인을 함부러 대하고 상대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준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 다는 걸
그들은 모른다. 가정, 학교, 직장, 사회 등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갑질..
타인을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타인의 불만을 무감각하게 넘기며
타인의 아픔을 아픔으로 인식하지 않는 갑질..
철학자 애머슨은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고 했다.
일본의 갑질이 한국과는 성향적으로 조금
다를지라도 그들의 무모한 권력행사에
상처입고, 고통받으며 흘리는 눈물의 처절함은
만국공통의 아픔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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