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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우리 부부의 연말 준비

by 일본의 케이 2020. 11. 2.

온라인 예배를 마치고 우리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 다음은 뭘 할까...어제도 그냥 집에서 

티브이를 보고 빈둥거렸는데 오늘도

그렇게 보내야하는 건지 서로 말은 뱉지

않은 채 눈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

[ 오늘은 나가자 ]

깨달음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어디? ]

[ 집 근처,,]

[ ................................ ]  

깨달음은 점퍼를 입고 머리를 세팅한 다음

턱으로 내게 옷 입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 어디 가려고? ]

[ 몸이 근질근질해서 안 되겠어. 날씨도 좋고,

당신은 안 심심해? ]

[ 심심해..근데 갈 때가 마땅히 없잖아 ]


코로나로 외출을 마음 편하게 못하게 되면서

 영화관을 대신해 지금은 유넥스트에서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고

먹고 싶은 음식은 어플로 주문만 하면 바로 

가지고 오는 세상인데도 깨달음은,,아닌 

나 역시도 몸이 꿈틀거리고 있던 중이였다.

그래서 우리가 간 곳은 또 오다이바(お台場)

집에서 근접한 점, 바다가 눈 앞이라는 점,,

쇼핑천국,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과 호텔까지,,바람 쐬러 나오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인데 너무 자주 와서

감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 깨달음,,우리 맨날 여기만 오냐,,]

[ 가깝고 얼마나 좋아,,사람들도 붐비지 않고 ]

[ 자주 오니까 재미 없어..]

[ 재미로 오는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잘 알고 있지만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나는 멍하는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데 깨달음이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가더니

유람선 티켓을 잠깐 보여주고는

지금 타야된다며 내 등을 떠밀었다.  


폼 잡고 생맥주를 마시며 약 한시간 거리의 

크루징을 즐기는 깨달음..

 내가 아무말 없이 쳐다보니까 한국말로

[ 재밌지?]라고 묻는다.

 특별히 즐겁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바람 쐬러

 나오니까 기분전환도 되고 좋다고 답했다.

아사쿠사(浅草)에서 쇼핑할 것을 생각해두라며

내 맥주까지 들이키는 깨달음 얼굴이

점점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아사쿠아는 생각보다 많은 인파들이 있어

우린 잠시 놀랬다가 사람들이 없는 

골목길을 찾아 걷다 전통 수공예 손지갑을 

하나 사려고 들어갔는데 만오천엔이라는

 금액에 잠깐 망설여져 그냥 나오려다가

 휴대용 손거울이랑 

잡다구리한 것들을 사들고 나왔다. 


[ 왜 그렇게 많이 사? ]

[ 연말에 블로그 이웃님들에게 연하장 

보낼 때 같이 보내드릴까해서..]

[ 아,,그렇구나,,그럼,,좀 더 사 ]

[ 아니야,,이 정도면 됐어 ]

가게를 나와 우린 주변을 천천히 

돌아다보며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했다. 


[ 역시, 나오니까 좋지? ]

[ 응,,좋아,,]

소바집에서 우리 니혼슈(日本酒)를 주문했다.

[ 우리는 많이 참는 거야,,다른 사람들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그냥 예전처럼 지내는 

사람도 은근 많아,,] 

[ 알아,,그래도 우린 지금처럼 조심하며 살았으면

좋겠어..백신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

[ 그래야지, 그럼, 건강을 위해 건배~]

핸드폰 만보기엔 6,512보가 찍혀 있었다.


[아, 우리 회사 올 해는 송년회 안 하기로 했어 ]

[ 아,,그래.]

[ 그 대신 선물을 보내기로 하고, 직원들에게는

격려상도 줘야하고 해서 간단히

식사하는 걸로 했어. 당신도 참석 할 거지? ]

[ 알았어, 스케쥴 맞춰 볼게 ]

 우린 연말에 챙겨야 할 사람들을 나열하며

선물은 뭐가 좋은지 그런 애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가족, 거래처, 친구, 선후배, 블로그 이웃님들 등

감사의 마음을 준비해야할 곳이 많다.

상대가 받아서 좋은 선물과 내가 

내 만족으로 선택하는 선물들이 있어서 난 항상

고민인데 깨달음은 양과자나 화과자로 통일을

 해서인지 고민스럽지 않다고 했다.

[ 요시다 사장은 한국 정관장만 주면 좋아해서

그 사람 외는 같은 걸로 보내고 있어,

여성분에게는 초콜릿을 보내면 좋아해,

근데 한국에 보낼 것은 일본스러운 게 

가장 좋지 않아?]

 그랬다. 정말 일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들을

좋아해서 되도록이면 한국에서 구매하기 힘든 

목록으로 보내려고 하는데 중복되기도 하고,

한국에서도 왠만한 건 구매가 가능해지다보니

뭐가 좋을지 망설일 때가 많다.


열심히 내가 일본스러운 게 뭔지 설명을 하고

 있는데 텐동(天丼)을 너무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은 새우 한마리를 한 입에 

다 넣어버릴 기세로 입을 벌려 먹기 시작했다.

난 솔직히 배가 불러 식사는 안 하고 싶었는데

깨달음은 월요일은 단식하는 날이니까 

전날 많이 먹어둬야 한다며 내가 주문한

소바도 남김없이 깨끗히 먹어 치웠다.

전철 안에서 꾸벅꾸벅 졸던 깨달음이

 일어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김장을 언제 

할 꺼냐고 뜬금없이 물었다. 자기 친구들과 

거래처 몇 분에게 보내드리고

싶으니까 김장을 하자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할 생각이였다고 하니까

김장을 하고 나면 올 해 우리부부의

 연말 준비는 완벽하게 끝나는 거라며 

자기가 도와 줄테니 좀 많이 담아서 코로나로 

다들 집에만 있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내잔다.

감사의 선물을 사고,,김장을 담고 나면

우린 평화로운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몇 포기나 담아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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