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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모든 게 다 잘 되길 바라며

by 일본의 케이 2020. 11. 15.

올해도 어김없이 쿠마테(熊手)를 사기 위해

  토리노이치(酉の市)에 다녀왔다.

쿠마테(熊手)는 쿠마노테라고도 불리우며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갈쿠리에서

유해되었고 갈쿠리로 복을 긁어 

모으는 장식품을 뜻한다. 갈쿠리에 행운, 

장수, 금전운, 사업번창, 명예, 교통안전, 

가내평안 등을 기원하는 벼, 매화, 거북이, 엽전, 

금덩이, 잉어, 쌀가마, 송학 등을 멋지게 

붙여모아 만들어 놓는다. 


특히, 사업하시거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작은 

쿠마노테라도 사서 사업장에 놓아두고 사업이 

번창하고 장사가 잘 되기를 빈다.

 요즘은 가내평안을 위해 집에 사다 놓는 분들이

 많아 매년 축제처럼 사람들이 붐볐는데

 올 해는 전혀 다른 모습이였다.

 입구에서부터 소독과 채열을 하고 있었고

참배를 드리는 사람들에게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시켰으며 사람들 만큼이나 북적댔던

포장마차가 단 한대도 보이질 않았다.

참배객을 위해 비닐로 칸막이를 친 모습에

코로나가 바꿔놓은 세상임을 실감하게 했다.


예전같으면 차근차근 고르면서 벼를 더 넣어달라,

매화를 색깔별로 달라는 둥 깨달음 마음에 쏙 들게

주문을 했을텐데 올해는 별 요청을 하지 않았다.

신사를 빠져나와 그대로 택시를 타고 깨달음 

사무실에 들러 쿠마노테를 내려놓고 우린 

예약해 둔 호텔로 발길을 옮겼다.

오늘은 내 양력 생일이였다.

이제까지 늘 음력생일을 축하했는데

올해부터는 매년 똑같은 날이 편하지 않겠냐고

해년마다 생일날이 바뀌는 게 알송달송해서

간단하게 양력으로 하기로 했다.  


[ 샌 추카하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

[ 당신의 그 어설픈 발음의 

샌 추카하니다가 이제 듣기 좋네.... ]

[ 발음은 중요치 않아, 축하하는 마음이지]

[ 맞아 ]

건배를 하며 깨달음은 올 해도 쿠마노테를

 좋은 걸로 사줘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아까, 우리가 고른 게 가장 빛이 나고 멋졌어.

그리고 작년에는 주변에서 같이 박수 (사업번창을

 외치며 3,3,7박수를 쳐 줌) 안 쳐 줬는데

오늘은 옆에 가게 아저씨들이랑, 손님들도 

함께 구호 외치면서 박수 쳐 줬어 ]

[ 그래? 진짜로? ]

[ 응 ]

깨달음은 쿠마노테를 들고 있어서 

주변 상황을 몰랐던 모양이였다.  


[ 그럼, 내년에는 일이 많겠지? ]

[ 응,, 신사를 나오는데 느낌이 좋았어 ]

쿠마노테를 살 때, 깨달음이 다른 건 필요없으니까

사업번창을 좀 많이 넣어달라고 했었다. 

회사가 위기상황까진 아니지만 갑자기 모든 일들이

중단되니 솔직히 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 그래서 참배할 때,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기도를 올렸어? ]

[ 응,,몇 년만 더 열심히 일하게 해달라고 했어,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 아닌, 지금 하는 

일을 끝까지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


잘 될 거라고 언제 당신이 회사를 접을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만큼은 즐기면서 하길

바란다고 말해줬다.

메인요리가 나오고 우린 잠시 음식을 즐겼다.

[ 근데,,여기,,음식이 괜찮네 ]

[ 응,내가 거래처 사람들하고 저녁에 술을 

못 마시니까 낮에 여기서 만나 몇 번 

먹었는데 괜찮더라구 ]

그리고 우린 여행 얘길 했다. 12월에 가려고 했던

크루즈가 출발 3일전에 미리하는 PCR검사여서 

출발하기까지 3일동안 걸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아져 크루즈측에서 

다시 검토중이라고 했단다.

 [ 출발 당일날, 승선하기 바로 전에 검사를 해야

 정확한데 그게 쉽지 않은 가 봐 ]

[ 그러네...]


[ 근데 한국은 언제까지 2주간 격리를

 하는 거야? ]

[ 나도 모르지..,,아마도 계속 할 걸...]

일본은 입국할 때 PCR검사가 음성이면

격리하지 않는다면서 2주간 격리가 아니면

한국에 가는게 제일 좋은데 그러질 못하니

괜시리 화가 난단다.

[ 내가 2주간 회사를 못 비우잖아]

[ 알아,,언젠가 풀리겠지....]

[ 언제? ]

[ 그건 나도 몰라...]

이런 얘길 하고 있는데 지배인이 케익을 

가져와서는 급하게 준비하느라 작은 

사이즈라면서 조심히 

우리 테이블에 올려주셨다.

실은, 이 레스토랑을 예약할 때, 축하케익이

함께 나오는 디너코스를 예약했는데 사이트에 

문제가 있었는지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그냥 식사코스로 바꿨었다.


[ 당신이 생일이라고 말 했어? ]

[ 응, 아까 예약자명단에 우리가 없어서 찾고

 있는데 무슨 기념일이였냐고 물어서

 와이프 생일이라고 했지.

그랬더니 이렇게 준비해줄지 몰랐네 ]

생각지도 못한 케익은 물론, 마음 써주신

지배인님에게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굳이 찍고 싶지 않았는데 찍으라는 주변의

적극적인 권유?에 둘다 어색한 표정을 하고 

찍은 사진을 카드에 담아 주셨다.

[ 깨달음,,고마워 ]

[ 뭐가? ]

[ 그냥,,다 고마워..]

[ 나도 고마워..]

아까 신사에서도 좋은 기운이 우릴 감쌌는데

여기서도 좋은 일이 있었다면서

내년에도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단다.

[ 사업이 번창하고 집안이 평안하면

더 이상 뭘 바라겠어..]

[ 맞아,,] 

다 잘 될 거라고, 잘 되길 바라자며

우린 마지막 잔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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