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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분명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17.06.13

디자인 페스타가 열렸던 지난 5월 말,

미나미 상이 이번에 출품을 한다는 연락을 받고

깨달음과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 승복을 입고 서 있는

그녀가 이색적인 느낌이여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코스프레이냐며, 어디서 

구입을 했냐고 같이 사진찍기를 요청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미나미 상은 작년 10월, 큰 딸을 하늘로 먼저 보낸

 아픈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도쿄까지 

와서 작품활동을 한다는 게 참 놀라우면서도 

조금은 조심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http://keijapan.tistory.com/926 )

일본 재혼커플과 그 자녀들의 문제점


오후 7시, 정각이 되자 우린 근처에 있는

스페인 레스토랑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옆 테이블의 여성이 다가와서는 미나미 상에게

인사를 하자 무슨 일이냐고 왜 이곳에 있냐며 

둘이서 너무 반갑게 담소를 나눴다.

우린 무슨 영문인지 모른채 그냥 멍하게 

둘의 얘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가 자리에 돌아가자 깨달음이 물었다.

[ 누구신지? ]

[ 세상에,죽은 딸이 우릴 또 이렇게 만나게 하네요

그것도 여기 도쿄에서..참,,신기하네요.]

자초지종은 이랬다.


 아침에 출근하지 않은 딸이 걱정 돼

회사 상사분이 자취방에 가봤더니

쓰러져 있었고 그렇게 처음 발견해 주신 분이

 아까 그 분이며 오늘 도쿄에 출장 때문에 왔다가 

친구와 저녁을 먹기 위해 이 식당에

들어왔는데 마침 우리들이 미나미 상과 함께

들어오는 걸 보고 상사분도 기절할 만큼 

놀랐다는 것이였다.

[ 딸이 자기를 발견해 준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다시 전하라는 뜻에서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해 준 것 같아,,,

사람의 인연이란 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있다고

하던데 케이짱 부부에게도 고마워~

여기까지 날 데려다 줘서,이렇게 넓은 도쿄에서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딸을 발견해 준 

사람을 다시 만날 거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어, 

정말 묘한 기분이야,,]



우리 부부가 더 놀랬던 건, 실은 미나미 상을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일식집으로 데리고 갈 

생각이였는데 하필, 이 날 단체손님으로

 우리가 들어가질 못했고

어쩔 수 없이 근처 음식점들을 보다가 들어온 곳이

이 스페인 레스토랑이였는데

이렇게 만난다는 게 누군가 미리 짜 놓은

각본대로 우리들이 움직인 것 같아서

약간 소름이 끼쳤다.

[ 처음에 들어가려고 했던 가게가 만석이 

아니였으면 못 만났을텐데..

 만석인 것도, 그리고 그 많은 가게 중에서

이 레스토랑을 택한 것도 너무 신기 해..]

[ 진짜 이상하네...]

우린 서로 입을 모아 절대적인 힘,

 인간들이 알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고 있음을 믿으며 술 잔을 기울렸다.


[ 시골에서만 살다가 도쿄를 몇 년만에 나와서

 어리둥절한데 디자인 페스타를 처음 참가해

 봐서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아침부터 계속 서 있어서

다리에 쥐가 나려고 했어~

근데 이렇게 맥주를 마시니까 살 것 같다~]

연거푸 맥주를 마시는 미나미 상의 얼굴은

밝아보였다.

그렇게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면서

스치듯 미나미 상이 다시 딸 얘기를 꺼냈다.

[ 딸의 친구 회사측에서 관계자가 조문을 왔는데 

그 조문 온 분중에서 내 작품을 보고

상품화 해 보고 싶다고 하셨어,,

그래서 느닷없이 이번에도 오게 된 거야,,]

이 얘기에 깨달음이 무서울 정도로

스토리가 잘 짜여졌다며 먼저 간 딸이나 

미나미 상이 영적으로 대단한 힘이

있는 게 아니냐며 4차원적인 얘길 했다.

 그 딸로 인해 새로운 인연들을 많이 

만들수 있었고 이번 전시회 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을 알게 모르게 연결해 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깨달음이 자랑이라도 

하듯이 우리 책을 꺼내서 소개했다.

[ 깨달음 씨 아니에요? 진짜 웃기다~

이렇게 맨날 맛사지 하는 거에요? ]

[ 그냥,,일상들을 올린 거에요,

뒤에는 우리 집이랑 아버지 나와요~]

[ 야~대단하네요..책이 상당히 두껍네..

근데 한국어를 제가 몰라서 어떡하죠? 

읽고 싶어도 읽을 수가 없어서,,...]

[ 괜찮아요~, 나도 한글 못 읽어요~~]

[ ......................... ]



우린 마지막에 삶과 죽음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 삶이 심장이 박동하고 있는 현상이라면

죽음은 오랫동안 입고 있었던

육체의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는 과정이야.

불교에서는 잘 살아야 잘 죽는다는 말이 있고

좋은 삶이 좋은 죽음으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삶의 질이 중요하듯이 죽음의 질도 중요하다고 해]

[ 죽음의 질? ]

과연 질적인 죽음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우린 꽤 긴 시간 의견을 나눴다.

미나미상이 말하는 죽음의 질은 대충 이러했다.

후회하는 습관을 버리라는 거였다,

지나간 것은 흘러간 물과 같으니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했다. 

뒤돌아 보지도 말고, 미련을 갖지도 말란다.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 보는 습관은

인간에게 후회라는 못쓸 착각속에 빠트리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새롭게 찾아 올

 내일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를 갖고 살아가다 즐겁게 죽는게 

좋다는 조언을 해 주었다.

가끔은 살아 있어도 살아있는 것처럼 살지

 못하는 사람, 죽어서야 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기고 웃으며 

살아가는 게 좋은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삶과 죽음이 어찌보며 하나와 같다는 

심오한 철학적 얘기에는 몇 몇의 의문점이 

들었지만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되지 않는 세상일들이 분명 있음은 인정했다.

크리스챤인 내 사고와는 조금 다른

의견들이 있었지만  인간의 영역이

아닌 부분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었다.

서로가 믿고 있는 신에 의해 발길이 인도되는 

그 순간들이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수차례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우연인 듯 필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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