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청한 가을하늘이였다.
최고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갔고 우린 자전거를
타고 집 주변을 달렸다.
새로 생긴 레스토랑도 있고 문 닫은 소바집도
있고 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조금씩
변해가고 늙어가고 있었다.
한시간쯤 달리다 공원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했다.
간간히 이름모를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꼬마들이 깔깔대고
웃는 소리에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기다리다 깨달음에게 내가 물었다.
[ 이번에 한국 가서 뭘 먹을 건지 당신이
미리 생각 해 둬, 그러면 내가 장소랑
예약여부도 알아볼게, 뭐 먹고 싶어? ]
[ 음,,,,청국장,,,]
[....................................... ]
[ 당신 좋아하는 강남에 갈비집 안 가? ]
[ 이번에는 서민적인 거 먹을래,
거긴 좀 비싸고 맨날 먹었잖아...
수제비랑 만두가 맛있는 곳에 가고 싶어 ]
[ 왜 칼국수가 아니라 수제비야? ]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터키 친구들이
가서 먹었던 들깨수제비 있잖아,,]
[ 알았어, 한 번 찾아볼게 ]
그 외에 이자카야를 가고 싶어했다.
일본식이 아닌, 한국 오리저널 안주가 나오는 곳에
가서 술을 마시고 싶단다.
[ 한국 오리저널 안주? ]
[ 일본식 덴뿌라가 아니라 한국 전이 나오고
부침개가 나오는 한국 요리를 말하는 거야 ]
[ 이자카야 자체가 일본식을 따라한 것이니까
한국 안주는 많이 없을 거야,,차라리
막걸리 전문점이 어때? 거기는 안주가 다양한 게 많을 거야 ]
[ 진짜? 정말 막걸리집에 안주가 다양해? ]
작년에 전주 막걸리 거리에 갔을 때를
상기시키며 그 때 나왔던 안주들을 말했더니
막걸리집으로 알아봐 달라고 한다.
우린 집으로 돌아와 월동준비를 위해
카페트를 겨울용으로 바꾸고 코타츠를 설치했다.
일본에서는 찬 바람이 불고 가을이 깊어지면
각 집마다 코타츠(こたつ)를 꺼낸다.
코타츠는 나무 테이블 안에 전열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그 위에 이불을 덮는 난방기구이다.
식탁용과 테이블용로 나눠어져 사이즈와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코타츠는 일본의 겨울 난방기구 필수품으로
우리처럼 온돌이 아닌 다다미로 깔려진
일본의 가옥형태는 바닥이 상당히 차갑다.
하지만 요즘 맨션(아파트)는 거의 온돌(床暖房)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많고 거실과 주방에
80% 깔려 있어 편리하지만
가스요금이 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코타츠는
평사시 테이블이나 탁자로 사용하다가
겨울에 담요를 덮으면 난방기구로 변신하고
조립이 간단하며 사용이 편리해서
월동준비의 아이템으로 최고이다.
전기세는 한달에 천엔정도(약 6시간 사용시)가
부과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고
온도조절이 가능해서 바깥 기온에 맞출 수 있다.
그리고 테이블 안쪽에 달린 발열기는 특수코팅이
되어서 화상을 입을 염려가 없다.
코타츠에 발을 넣으면 온 몸이 따뜻하고 포근해서
좀처럼 밖으로 나오기 싫어지고 자꾸만 눕고
싶어지는데 그래서 일본에서는 게으름뱅이를
만드는 코타츠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코타츠에 맞는 전용 코너쇼파를 함께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깨달음도 코타츠용 코너 쇼파를 샀으면 했다.
해마다 카페트를 교환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잠깐 낮잠을 자고 싶을 때도 편히 누울 수
있어서 갖고 싶어했다.
코타츠에 불을 켜고 앉아 있던 깨달음이
문뜩 다음달 내 친구 딸의 결혼 선물로
이게 어떠냐고 물었다.
한국에서도 판매할거라고 했더니 한국보다
여기가 다양한 디자인이랑 담요색깔도
예쁠테니까 괜찮은 걸로 하나 사 가잖다.
[ 세관에 걸릴 거야 ]
[ 신고하면 되지? ]
[ 사이즈는? ]
[ 2인용으로 작은 거 있잖아..]
정말 사서 가지고 갈 기세여서 그냥 택배로
보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코타츠에 앉아 귤을 까먹고 있는 깨달음에게
쥐포를 구워서 내놨다.
[ 맛있어? ]
[ 여기 안에서 이렇게 쥐포를 뜯어 먹으니까
정말 천국이 따로 없네..너무 좋아..
온돌방처럼 뜨끈뜨끈한 맛은 없지만 하체가
따뜻하니까 몸이 노곤노곤해져.. ]
자기 취향에 맞는 사이즈로 잘라놓은 쥐포를
아주 맛있게 야금야금 뜯어 먹으며 점심 때
얘기한 막걸리 전문점을 찾아달라고 했다.
검색을 해서 몇 군데 알려줬더니 안주로 뭐가
있는지 일일히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홍어무침, 꼬막, 생선구이, 도토리묵, 빈대떡,
두부김치,닭발,,사이트에 나와 있는 메뉴를
읽어 가다가 북어포 양념구이가 뭔지 물었고
그 뒤로도 대합탕이 뭔지,골뱅이무침은 뭔지
계속해서 묻다가 갑자기 큰 목소리를 냈다.
[ 여기 봐 봐, 이 가게는 마지막 서비스로
수제비를 준다는데 우리 여기로 가자!! ]
구글 번역으로 한국 사이트를 보면 반이상은
엉뚱한 번역이 많던데 깨달음은 용케도
잘 이해하고 잘 해석했다.
[ 나 여기 갈꺼야~~꼭!!~]
[ .............................. ]
난 그 가게가 전주라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는 월동준비를 마쳤고 언제나처럼
깨달음은 한국음식 탐색을 하며
이 겨울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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