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결혼 기념으로 떠날 목적지를 결정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여행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우리부부에게 남은 노후는 전 세계를
빠짐없이 가보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각자 어디가 가고 싶은지 그런 대화를 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내년에도 한국의 어느 곳에서
한달살이를 할 거라는 말이 나왔다.
[ 진짜 그럴거야? 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어디에서 할 거야? ]
[ 부산이 좋을 것 같애..바다가 있어서..]
[ 제주도는 이제 안 가? ]
[ 아니..제주도도 좋은데, 부산도
재밌을 것 같아서 ]
한국이 아닌 제 3국에서 사는 것은 어떨까라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싱가포르는 치안은 좋은데 물가가 비싸고,
인도는 물가는 싸지만 생활이 불편할 것 같고
홍콩은 볼거리와 먹거리는 좋은데 왠지 불안하고
이탈리아는 남자들이 너무 섹시해서 그렇고
프랑스는 영어가 안 통해서 그렇고,,
미국, 영국은 음식이 별로이고,,
괜한 이유같지 않은 이유들을 대면서 우리는
한국을 택해야한다는 쪽으로
억지로 꿰맞춰가고 있었다.
[ 무엇보다 나 혼자는 좀 겁이 나서 멀리는
못 가는 거야,,당신이랑 둘이 가면
어디서든 한달살이가 될 것 같은데..
그래서 저번에도 제주도로 한 거였어..역시
여자 혼자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아 ]
[ 그래? 당신 남자 아니였어?
이번에 당신 한국 가면 태권도 좀 배우지?
당신. 태권도만 배우면 세상 무서울 거
한도 없을 것 같은데? 안 그래? ]
자기가 말해 놓고도 재밌는지 킥킥 웃는 깨달음.
꼭 깨달음은 잘 나가다가 이렇게 나를 건든다.
[ 알았어. 태권도 배워서 당신을 돌려차기로
한 방 날려줄게! ]
[ 그래야지. 당신이지, 꼭 태권도 배워서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한달살기 해.
그러면 치안 걱정없이 나도 편할 게
놀러가고 편하잖아,, 히히]
[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부산 보다는
제주도가 나아, 큰 처형이랑 형님이 계시니까
안심이 되고 처형이 해 준 밥도 가끔 먹을 수
있어서 나는 제주도로 갔으면 좋겠어 ]
[ 알았어. 내년이니까 생각해 보고..]
[ 내년에는 제주도에 쓰레기가 많이 줄겠지? ]
[ 음,그렇게 쉽게 줄지 않을 걸..처리하기가
곤란한 것 같더라구..]
[제주도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하고
하수처리, 자연환경 보전 등을 위해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던데
알고 있었어? ]
[ 응,,기사 읽었어 ]
[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일회용 제품 환경세를
도입하고, 관광객 유입을 어느정도 조절해야지
대책이 세워질 거야]
[ 깨달음, 많이 생각했네? ]
[ 응, 쓰레기가 생각보다 너무 많았잖아,
외국인 관광객이 문제이긴 하지만 제주도를 찾은
자국민들도 함부러 안 버리도록 의식을
바꿔야 돼. 안 그러면 시간과 경비가
어마어마하게 들거야 ]
[ .............................. ]
쓰레기 얘기는 솔직히 너무 뜬금 없었다. 지난 6월
한달살이를 할 때 아침마다 죠깅을 하면서
도로변이며 길가, 상가 앞에는 어김없이
널부러진 쓰레기를 보고 깨달음이
심각한 문제라며 걱정을 했었다.
중국 관광객이 버리는 쓰레기도 문제이지만
한국 관광객이 몰래 두고 간 것도 만만치 않아서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 당신이 제주도 가면 환경보존협회 같은 곳에서
보란티어를 하는 게 어때?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같은 거 하면서 쓰레기 줍기 운동하는
보란티어들 있잖아, 한국에도 분명
있을거니까 매일은 아니여도 일주일에 한두번
나가서 쓰레기도 줍고 그러면 당신도 좋고,
제주도도 좋고, 나도 좋고. 모두가 좋지 않을까? ]
깨달음이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통에
난 또 할말이 없어졌다.
[ 운동하고 마시는 박0스가 진짜 꿀맛이였는데..
짜장면도 맛있었지.처형이랑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서 미역이랑 물고기도 보고 그랬잖아,,
다음에는 꼭 우도에도 가보고, 포도호텔이랑
신라호텔에도 또 갈거야 ]
[ 그래,,알았어..]
제주도에 있는 동안 깨달음은 건축 디자인을
본다는 이유로 제주에 있는 신라호텔,
포도호텔, 라마다프라자 호텔,
롯데호텔, 하얏트호텔 등 특급호텔을 돌아다니며
커피와 디저트를 마셨던 기억이 좋았단다.
특히 신라호텔의 커피가 가장 향긋했다며
미리 갈 곳을 머릿속에 넣어 둔 듯 했다.
그나저나 쓰레기문제가 잘 처리되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로,
맑고 깨끗한 온리 제주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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