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가와진자 마쯔리가(品川神社祭り)
이번주에 있을 거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길거리 곳곳에 붙어 있던 포스터와
신문과 함께 들어오는 지역 정보지에도
4년 만에 열리는 시나가와 마쯔리를
홍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 난 깨달음과 마쯔리 투어를 할 만큼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관심이 사라졌었다.
볼 만큼 봤고 즐길 만큼 즐겼다면 건방진
표현이지만 중년이라는 나이가
되고 보니 사람들이 밀집하고 몰려있는 곳에
섞이는 게 불편했다.
축제에 만끽하기 위해 밀려드는
인파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게
젊었을 때는 텐션이 올라가고 분위기에
휩쓸려 좋았는데 이젠 늙었는지
사람들과 부딪히고 부비는 게 싫어서
자연스레 피하게 되었고 특히나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하나미(花見 벚꽃구경)
하나비(花火 불꽃놀이) 3대 마쯔리(祭り축제)는
발길을 끊은지 꽤나 오래 됐다
코로나로 3년동안 자숙할 수밖에 없었던
각종 축제들이 지난달에는 애도 3대 축제라
불리는 간다마쯔리(神田祭り)를 시작으로
하나씩 다시 부활하듯 열리자 지역민뿐만 아닌
외국인 관광객들이 함께하며 사람들이
두배로 모여들고 즐기고 있다.
마쯔리(祭り)라는 뜻은 모신다라는
동사 祭る(마쯔루)에 명사형으로
신을 모신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예배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깨달음이 오랜만에
한 번 보러 가자길래 산책을 겸해
피리와 북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일본인들에게 마쯔리는 우리의 지진제나
기원제 같은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한다.
신께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었던 마쯔리가
축제와 이벤트, 페스티벌 형식이 되어가면서
모두가 즐기는 전통문화로 자리잡았다.
마쯔리의 가장 큰 볼거리는 오미코시(お神輿)라
불리는 신위를 모신 가마를 어깨에 지고
아침부터 해질무렵까지 신사 주변과 동네를
누비는 모습이다.
가마형태를 한 오미코시(お神輿)는
관동지방에 많으며 육중하고 화려한 수레를
끄는 형태는 관서지방에 많다.
시나가와 진자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기 위해
무거운 오미코시를 서로의 어깨에 짊어지고
한 계단, 한 계단 내려와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다시 계단을 올라 오미코시를 안착시킨다.
이때 서로가 구호를 외치며 무거운 가마가
떨어지지 않고 균형을 맞춰가며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한 목소리로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의 하나는
즐비하게 늘어선 야타이(屋台 포장마차)에서 먹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기분을 한층 더 고조시켜 준다.
아이들은 불량식품과 과자들을 입에 물고
뽑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어른들은
유카타(浴衣)를 입고 게타(下駄 )를 신고
한 손엔 맥주를 들고 마시며 여름축제를
온몸으로 즐긴다.
그리고 축제에 찬조금을 낸 상점들은 이렇게
상호나 이름이 걸리는데 대부분의
상가사람들은 자진해서 잔조금을 내며
지역유지들은 더 많은 액수를
내는 게 관례이다.
어린이들도 빠질세라 열심히 오미코시를 들고
다니는데 3세부터 7살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어린이 행렬 역시 자녀와 손자의
무병장수와 건강한 성장을 바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깨달음도 어릴 적부터 마쯔리에 참가했고
고학년 때부터는 단지리(だんじり)에 올라
북을 쳤다고 한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어른들 흉내 내면서 아이들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단다.
곳곳마다 설치된 휴식처는 축제 관계자들이
목을 축이고 쉴 수 있게
차가운 녹차나 음료, 맥주들을
준비해 에너지를 충전시켜 준다.
일본은 사계절 내내 각 지역구 별,
다른 형태의 축제가 펼쳐지는데
남녀노소 모두가 참가가능하며
볼거리, 먹거리를 동시에 만족시켜 주기에
매년마다 열리는 행사이지만, 마치 처음처럼
흥겨움이 새롭게 장착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도 내가 방방곡곡, 구석구석까지
축제를 찾아다녔던 것 같다.
다음 주는 아카사카(赤坂)에서 산노 마쯔리
7월에는 우에노(上野) 여름 마쯔리와
아와오도리(阿波踊り)가 있고 7월 중순에는
여름대축제인 스미다강(隅田川花火)
불꽃놀이가 기다리고 있다.
8월 상순엔 아사가야(阿佐ヶ谷) 칠석축제,
하순에는 하라주쿠(原宿)와
오모테산도(表参道)에서 메이지 신궁 봉납,
요사코이(よさこい)가 있다.
한국에서 친구나 가족들이 놀러 온다면
꼭 한번쯤은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은
일본 문화중의 하나인 마쯔리.
오랜만에 가까이서 지켜 본 깨달음도
옛 추억이 떠올랐는지 올 해는 예전처럼
여기저기 구경하러 다녀보자길래
그러자고 했다.
지금 일본은 다채로운 축제 속에
흥겨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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