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쯔키지( 築地)수산시장에서
열리는 봄축제 마지막날이었다.
내가 일본으로 돌아온 날부터 이미
황금연휴가 시작되어 있었지만
우린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편히
쉬는? 시간들을 보내다가 축제 마지막날은
아침 일찍 나갔다. 이 날은 외국인, 내국인들이
넘쳐날 게 분명해서 오픈시간보다
10분 빨리 도착할 수 있게 전철을 탔다.
주변 도로엔 외국인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었고, 전 세계의
관광객이 쯔키지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우린 구입할 것들을 미리 체크해 둔 덕분에
헛걸음하지 않고, 사람들이 줄 서기 전에
모든 걸 구입할 수 있었다.
살만한 것들을 모두 사고 한 바퀴 돌아왔더니
그 사이, 다코센베(たこせんべい) 집 앞엔
길다린 줄이 생겼고 동영상과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데
발걸음이 더뎌지고 있었다.
가리비, 새우, 킹크랩, 굴, 즉석어묵, 그리고
쯔키지에서 꼭 사 먹어야 한다는
계란말이까지 꼬치로 끼워서 먹고 다니는
외국인 얼굴에 즐거움이 한가득 보였다.
우린 모든 쇼핑을 마치고 쇼핑액 3천 엔에
한 번씩 추첨을 할 수 있다길래 3층에 올라가
카드 뽑기를 했는데 500엔 상품권이
두장이나 당첨되자 깨달음이 역시
복 손은 다르다며
자기가 안 뽑길 잘했단다.
푸드코너에서 깨달음에게 상품권을 건넸더니
맥주와 간단한 안주로 목을 축이고
우린 신주쿠(新宿)로 자리를 이동했다
깨달음이 가부키쵸(歌舞伎町)에 새로 생긴
48층 타워빌딩이 오픈했는데 아직
견학을 하지 못했다며 가고 싶어 했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한 층, 한 층 분석?을
마친 후 우린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술이 들어가자 자기 없이 한국에서 지냈던
한 달 동안의 생활이 궁금했는지
내가 보냈던 사진들을 다시 꺼내 보면서
내 옆으로 자리를 이동해 바짝 붙어 앉더니
궁금했던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레지던스호텔은 어떤 장단점이 있었는지?
반찬이 많이 나오는 맛집은 찾았는지?
사진 속 삼계탕엔 전복이 없는데
전복값이 비쌌는지?
솥밥이 나온 이 순두부찌개는 체인점인지?
제주도에서 흑돼지 맛집에 메뉴가 뭐였는지?
고사리를 뜯은 곳은 도대체 어디인지?
생고사리를 넣은 갈치조림은 무슨 맛인지?
광주에서는 오리고기를 왜 안 먹었는지?
왜 쭈꾸미가 아니라 낙지를 먹었는지?
이 고깃집 사진은 양념게장이 나왔는데
예전에 자기가 갔던 집이 맞는지?
아구찜은 신사동이 정말 맛있는지?
올해 김장은 언제 하는지?
처형네 별장에서 하는지?
이 피자는 제주도에서 유명한 화덕피자인지?
시장에서도 한라봉은 해외배송이 안 됐는지?
끝도 없이 , 두서없이, 떠오르는 대로
질문을 하는 깨달음에게 나는 차분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간략하게
대답을 했다.
질문의 대부분은 먹는 것에 관한 내용이지만
사진과 더불어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지
뭐든지 물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종로의 된장찌개 가게에
80% 이상 일본인 손님들이더라고 했더니
일본인들이 많이 오면 맛이 일본인 입맛으로
변하는 거 아니냐면서 걱정된단다.
나는 화제를 바꿔 깨달음에게 물었다.
공항에서 왜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다렸냐고.
한 달 동안 자기 혼자 사는 데 한계가 느껴져
내가 빨리 왔으면 했다고 그래서
나를 보자마자 기쁜 마음에
만세를 부른 거란다.
[ 그때.. 사람들이 다 쳐다봤었어...]
[ 그래도 난, 내 기분을 솔직히 표현한 거야,
누가 보면 어때? ]
다음에는 자기도 한 달 살기를 꼭 해보고 싶다는
깨달음에게 11월, 조카의 수능이 끝나면
네 명의 딸들과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갈 것 같다고 했더니 사위들은 왜 빼고
가는 거냐며 자기만 데리고 가면
안 되냐고 애교를 떨었다.
혼자 한 달간 뭐가 가장 힘들었냐고
또 물었더니 15일쯤 지나고 나니까
하루하루가 너무 정막하고 심심해서
사는 게.. 재미가 없고 열심히 일을
해서 뭐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미안함과 고마움에 와인잔을 채워주며
다음에 같이 가자고 했더니 좋다면서
또 질문을 시작했다.
[ 재래시장 파는 옛날 과자에 땅콩 강정은
없었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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