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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국에 가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by 일본의 케이 2018.04.13

동생에게 부탁할 게 있어 전화를 했다.

마침 저녁시간이여서 조카와 제부가 

식사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불쑥 

[ 처형, 형님에게 잘 해주십시요~] 라는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 제부가 지금 나한테 깨서방한테 잘해주라고

 하는 소리야? ]

[ 응,,옆에서 괜한 소릴 하네..]

[ 잘 하고 있다고 전해 줘~]

동생과 통화를 끝내고 깨달음에게 제부가

통화중에 그런말을 했다고 하니까

역시 자기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동생뿐이라며 흐뭇해했다. 

우리 제부는 깨달음을 좋아한다.

아니 깨달음도 제부를 아주 좋아한다.

나이차이가 별로 없는 형부들보다는 

이가 가장 어린 제부와 잘 통하는 듯했다.

한국어를 못하는 깨달음과 일어를 못하는 제부가

뭐가 잘 통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하지 않아도 우린 알 수 있다고 

둘이 똑같은 소릴 했었다.

 지난 2월에 한국에 갔을 때 번역어플을 

이용해 하고 싶은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아주 흡족해 했다.


[ 형님, 요즘 일은 잘 되세요? ]

[ 네,,많이 바쁩니다 ]

[ 한국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

[ 아니에요, 재밌어요 ]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내용들이

약간 유치했지만 둘이는 시간만 나면

붙어서 핸드폰을 마이크처럼 사용하면서

묻고 대답하고를 반복했다.

 작년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러 갔을 때도 아침부터 

마이크 가라오케를 틀어놓고 거실에서  

[ 사치코]를 둘이 열창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엄마, 나, 동생은 뭐라고 할 말을 

잃고 그저 웃음을 꾹 참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깨달음은 동생집에 가면

마치 자기집처럼 아주 편안해 한다.

물론 엄마집에 가서도 장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때문에 완전 자기 맘대로이지만

 동생집에 가면 또 다른 편안함을 느껴서인지

밥도 잘 먹고, 아주 리렉스한 자세를 취한다.


[ 어머니 집도 맛있지만 난 제부집에서 먹는 것도

너무 좋아,,다 맛있어~]

아침부터 동생이 구워 낸 제주도산 고등어를 

맛있게 발라먹으며 깨달음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맛있는 거 먹을 때나 기분이 좋을 때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는 

깨달음만의 독특한 버릇이다.

[ 제부한테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아침일찍부터

형부를 위해 밥을 차려준 처제한테도

고맙다고 그래, 알았지? ] 

괜히 얄미워서 한마디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개를 까딱거리며 먹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또 깨달음은

제부 옆에 붙어서 쓸데없는 것들을

물어보고 대답하고, 뭐가 재밌는지

낄낄거리고 웃었다.


동생네 가족들과 외식을 할 때도

깨달음은 전혀 사양하거나 그러지 않고

자기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서스럼없이 얘기하곤 한다.

그러면 제부가 모두 들어주고 챙겨준다.



아빠 기일날, 저녁을 먹고 술을 한잔씩 할 때

마침 미투 운동으로 새롭게 밝혀진 도지사

 안씨의 얘기가 뉴스에서 나오면서

우리들의 대화가 미투운동, 성추행에 관한

 얘기가 오가게 되었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그런 걸 너무 쉽게 넘어가고

쉬쉬하는 풍조가 있다, 정치계 남자들이 요즘 

무서워서 잠을 못 잘 것이다.

세상 모든 남자들은 역시 본능이 먼저

앞서는 것 같다,,라는 그런 얘기들이

오갔고 깨달음에게도 내가 통역을 해줬더니

자기하고 제부는 빼고 얘기를 하라고

모든 남자가 그런게 아니라면서

자기 둘은 그런 일과 전혀 무관하다고

강하게 부정을 하며 제부까지 자기가 

변론을 하고 나서자 제부도 맞짱구를 

치면서 둘이 건배를 했다.

[ 제부가 왜 좋아? ]

[ 형님들은 서열상으로도 내가 동생이잖아,

근데 제부는 내가 형이고, 제부가 내 입장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아주니까 고마운 거야 ]

[ 웬 입장? ]

[ 남자들은 그런 게 있어~]

[ .......................... ]



만나면 반가워서, 헤어질 땐 서운해서

포옹하는 둘을 보고 있으면 참,,보기 좋으면서도

 나와 우리 여동생은 할말이 많지만 

그냥 웃고 넘어간다..보다 못해 내가 

[ 둘이 좀 띨뻥한 게 있어서 잘 맞나 봐~]라고

했더니 띨뻥한 게 아니라 순진한 것이고

정씨네 딸들(나와 우리동생)이 너무

기가 세서 그런거라며 둘이 아주

합창하듯 얘기하며 좋아서 난리였다.

흔히들, 친구들도 서로 닮은 꼴들이 만난다고 

하듯 보면 볼수록 둘은 닮은 점이 많다.

정 많고, 마음 약하고, 눈물 많고, 

배려심 깊은 것도 많이 닮았다. 

본인들은 부정하지만 약간 띨뻥한 것도,,

어찌보면 둘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도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다보니

 통한다고 느끼져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한국에 가게 되면 또 저렇게 절친을 

만난 것처럼 얼싸안고 서로를 좋아할 것이다.

 내가 괜한 싫은 소리들을 몇마디 하긴 했지만 

이런 관계를 만들어 준 제부에게도

 제부를 좋아하는 깨달음에게도

감사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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