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와서인지 우린 입맛이 없다.
난 나대로 그렇고 깨달음은 바빠서 술자리가
늘었고 그로인해 외식이 많았다.
오늘 저녁메뉴는 모처럼 깨달음이 좋아하는
오코노미야끼를 했더니 잘 먹고나서
갑자기 한국은 봄철에 무슨 음식으로
입맛을 돗구냐고 물었다.
[ 봄 음식? 잘 모르겠어..,,,]
[ 어머니한테 전화 해볼까? ]
[ 뭐 드시냐고 물어보고 싶어서?]
[ 응,,,]
[ 지난번 갔을 때, 어머님이 해주신 나물이랑
갈비, 낚지도 많이 먹고 올 걸,,]
[ 그 때,,충분히 많이 먹었거든,]
[ 아니야, 당신이 눈치 줘서 조금밖에 못 먹었어,
한국도 일본처럼 봄철에 나오는 봄 채소
같은 걸 많이 먹겠지? ]
[ 그러겠지...]
[ 나 나물 좋아하는데..]
[ 알아,,내가 해줄게 ]
[ 콩나물말고 봄철에 먹는 걸로 먹고 싶어]
[ 그럼 코리아타운에 가면 돼..]
궁금한 게 많아진 깨달음이 기어코
엄마께 전화를 드리자고 했다.
(지난 2월 엄마가 차려준 아침 식사)
[ 엄마, 식사하셨어요? 깨서방이 갑자기
봄 나물 먹고 싶다고해서 전화 한 거야... ]
[ 오메,,멀리 일본에서 뭔 봄나물 먹고싶어서
전화한다냐,,웃겨 죽것네~]
[ 내가 달래랑 도라지 깐 놈 좀 보내주끄나? ]
[ 아니..그냥 하는 소리야,,]
[ 일본에서는 그런 나물들 못 구하냐? ]
[ 아니야,,코리아타운 가면 다 있어~]
[ 그믄 사러 가야것네.....]
[ 응,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어요..]
[ 아니, 내가 보내 줄란다~]
[ 아니야,,이 사람 한국 가고 싶어서 그래 ]
[ 그믄, 얼른 한 번 왔다 가그라~]
[ 못 가,,바빠서...]
내가 통화를 하고 있는데 깨달음은 어머님께
나물이랑 여러가지 음식 싸가지고 놀러 오시라고
말하라며 옆에서 계속해서 졸랐다.
[ 엄마, 깨서방이 놀러 오시라네~]
[ 내가 이것저것 해서 싸갖고 가믄 좋은디,
깨서방이랑 니가 너무 신경을 쓴께,
그것이 미안해서 못 가것드라 ]
[ 신경쓴게 뭐가 있다고 그래, 그냥 한 번 오세요 ]
또 옆에서 깨달음이 수화기를 향해
[ 놀러 오세요, 반찬 많이 많이~]라고 외쳤다.
아무리 깨서방이 외치고, 먹고 싶다고 투정을해도
엄마가 혼자 오시기 힘들고 동생이나 언니들과
스케쥴을 짜야하기에 엄마도 쉽게 일본에
오신다는 말씀을 못하셨다.
그래서 오늘은 고깃집을 찾았다.
항상 가는 단골집이 아닌
엊그제 오픈한 가게로 가 보았다.
[ 천엽이랑 김치 맛이 좀 다르긴 하네..]
[ 가게가 다르니까 당연하지, 어때? 좋아? ]
[ 응,,]
[ 맛있어? ] 내가 물었다.
[ 응,,여기가 한국이라 생각하고 먹고 있어,
우리가 맨날 가는 강남의 그 갈비탕집 있잖아,
그냥 거기다 생각하고 먹고 있어.
근데..뭔가 2%부족한 느낌이야,,..
봄철 음식이 없어서인지.......]
[ 한국 갈까? ]
[ 안돼..시간 없어..]
[ 뭐가 제일 먹고 싶어? ]
[ 그냥,,봄기운이 느껴지는 것들,,,
여름이면 삼계탕 먹듯이,,봄이면 먹는 음식,]
봄철에 쭈꾸미를 먹는다는 소릴 하면 그 뒷감당을
못 할 것 같아서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여기, 재일동포가 하는 곳이라고 하던데
양념이 역시 한국식이여서 먹으면 먹을수록
정말 한국 같애..]
[ 다행이네..많이 먹어..]
고기를 올려 부지런히 구워 먹던 깨달음이
갈비탕과 냉면을 추가 주문했다.
[ 배 안 불러? ]
[ 아니, 배는 부른데 마음이 고파,,이런 메뉴는
봄이 아니여도 사시사철 먹을 수 있으니까..]
[ ............................. ]
깨달음이 계절에 민감한 감성적인 남자가
아닌데 봄을 타는 건지 자꾸 샌치한 얘길 했다.
[ 이 갈비탕,,,그냥,,맛이,,그래..]
[ 냉면 먹어, 봐 ]
[ 음,,,,냉면은,,,, 맛이 있네~..]
후루룩 쩝쩝, 냉면 한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야
깨달음의 허한 마음을 채우는 듯 했다.
[ 만족 했어? ]
[ 응,그래도 역시 2% 부족해,,그건 아마 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음식을 먹고 그런 오붓한
분위기가 없어서인지 좀 삭막해..]
[ 몇 번 말했지만, 지금 한국도 꽤 오래전부터
가족끼리 모여서 오손도손 밥먹고
그러질 않아. 특히 계절음식을 함께 나누며
얘기꽃을 피우는 가족들은 많이 없어졌어.
사는 게 바쁘니까 마음은 그러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가족들이 훨씬 많아..]
[ 그래도 우리가 한국에 가면 늘 처갓집 식구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하고 그러잖아,,
서울에서도 오고,,제주도에서 오고,, ]
[ 그건 온전히 정말 당신만을 위해서야,..]
[ 모든 한국에 가족들이 매번 똑같이 누군가를
위해 모이고 같이 식사하고 그러질 못해.
사는 게 바쁘잖아..일본은 더 그러잖아,,]
[ 일본은 아주 예전부터 그런 문화가 없어졌지.
한국은 그게 가장 좋은 점이고 큰 무기였데..
가족간의 사랑..형제간의 우애... ]
[ 지금 2018년이야,,예전의 한국을 기대하기엔
시간이 많이 흘렀어..일본보다 남긴 했지만..]
[ 그렇긴 해도....]
[ 이렇게 한국에 가지 못해도 언제든지 한국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
[ 그러긴 해도 제철음식이 없어서 허전해.. ]
왜 일본인인 당신이 허전하냐고, 외롭고
그리운 건 나라고 외치고 싶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이렇게 우린 제철음식을 바로 바로 먹진 못하지만
음식점에서 한국을 느끼고 달랜다.
한국의 봄나물 냉이, 달래, 두릅, 돌나물,
방풍나물, 씀바귀들을 쉽게 구할 수만 있다면
우리 부부가 느끼는 헛헛한 마음을
조금은 메울 수 있을텐데 그래도 난 그냥
만족하며 살려고 한다.
이번주엔 시간내서 코리아타운에 가자고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깨달음이 정작 그리워하는 것은 정작 제철
음식이 아닌, 사람과 사람사이에
오가는 정과 가족들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17년전의 한국만을 기억하는 나,
88올림픽을 시작으로 인정이 넘치고
끈끈했던 가족애를 기억하는 깨달음.
명절때나 이렇게 절기가 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여 함께 같은 음식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는 그런 옛스러운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서
쉽사리 한국적 이미지를 저버리지 못한다.
계절이 바뀌고 절기가 찾아올 때마다
우린 그리울 것이다. 그러면 또 이렇게
한국식당에 가서 마음 속 그리움 한 점,
쓸어내리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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