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머니, 이고(이것), 이고(이것) ]
[ 오메, 오메,,,많이도 사왔네~~]
가방에서 사 온 물건들을 계속 꺼내면서
깨달음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엄마에게 설명을 드렸다.
[ 응,,이놈은 커피고, 이놈은 사탕이고,,
이것은 뭐신고? 생선 같은디? ]
연어라고 손으로 물고기 흉내를 내자
엄마가 바로 알아들었다.
내가 옆에서 설명을 해주면 빨랐겠지만
깨달음의 한국어 실력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에
난 잠자코 엄마와 깨달음의 대화를 들었다.
[ 이놈은 빵인갑네..]
[ 카스테라 이무니다(입니다) ]
[ 오,,카스테라,,,많이도 챙겨왔네..
사오지 마라고 해도 징허게 말을 안들어
우리 깨서방이...버스 타고 오니라고
고생했을 것인디 얼른 밥 먹세~]
하네다공항이 아닌 나리타공항으로 가기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선 우리는 광주까지
리무진버스를 탔고 엄마집에 도착했을 때는
일본을 떠나온지 12시간이 지나서였다.
여러이유로 어쩔수 없이 택한 인천공항행이
우리를 너무 지치게 했고 엄마가 차려주신
저녁을 먹은 후 피곤을 이기지 못한
우린 쓰러지듯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엄마가 끓여주신 전복죽이
맛있다고 엄지척을 몇 번 올리며
내 죽까지 빼서 세그릇이나 먹은 깨달음.
배가 불러 움직일 수 없다며
거실쇼파에서 뒹굴뒹굴 거렸다. 그렇게 쉬다가
오전이 끝날 무렵 엄마를 모시고 우린 백화점으로
향했고 깨달음이 엄마 신발이며, 옷이며
이것저것 어드바이스를 해드렸다.
쇼핑을 마치고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이였지만
깨달음은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듯했다.
하지만, 엄마가 끼니를 꼭 챙겨 먹어야 한다며
깨달음에게 물어보라고 하신다.
[ 당신 배고파? 그냥 시장으로 가도 되겠지? ]
[ 별로 안 고픈데 뭐 먹을 거야 ? ]
[ 당신이 칼국수 먹고 싶다고 해서
맛집 찾아 놨는데 우리 모두 배가 안 고프잖아,]
[ 아니야, 나 먹을 수 있어. 그 집, 만두도 있어? ]
[ 응 ]
[ 그럼, 빨리 가자 ]
택시를 타고, 가게에 도착하자 눈을 반짝이던
깨달음이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엄마와 내게 자기가 먹고 싶은 걸
시켰으면 한다고 한마디 했다.
[ 바지락 칼국수, 동지죽, 호박죽, 만두 시켜줘..]
[ 당신이 먹고 싶은 거지? 엄마가 드시고 싶은 거
먼저 여쭤 봐야지.]
[ 맞여, 맞여,,나도 호박죽 먹을라고 그랬응께
깨서방이 원하는대로 그대로 시키믄 쓰것다~]
후루룩 쩝쩝, 얼마나 맛있게 먹든지...
내가 거의 먹지 못해서 남긴 죽과
만두는 포장을 부탁해 깨달음이 가방에 넣고
우린 시장으로 장소를 옮겨 반찬거리를 사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깨달음은 옷을 갈아입고
바로 엄마 방으로 들어갔다.
[ 여깄네, 깨서방 쿠션~ ]
엄마가 권하자 얼른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못 이기는척 쿠션을 받아 들고 편하게
자세를 취했지만 다리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내가 씨익 한 번 보고 방을 나가려는 순간
깨달음이 바닥에 바로 눕는걸 보았지만
그냥 모르는척 했다.
그렇게 저녁시간이 흘러 8시를 향했을 무렵
깨달음이 탕수육이 먹고 싶다고해서
낮에 칼국수집에서 포장해온 만두를 따끈하게
데워 줬더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맛있게 먹었다.
[ 엄마 드시라고 했어? ]
[ 응, 오머니 드세요~라고 했어~]
[ 엄마 드시기 전에 지금 먼저 먹고 있잖아 ]
[ 오머니가 먼저 먹으라고 하셨어~
그래서 먹는 거야~ ]
[ .............................. ]
탕수육 중간사이즈를 혼자서 거의 다 먹은
깨달음은 언제갔는지 모르게 엄마방에
들어가 있었고 난 거실에서 엄마와 2년후 한국에
들어와 살 것인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10시가 넘어 안방에 들어가봤더니 마치
자기방처럼 리모콘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내가 뒤로 돌아가자 사진을 찍을 거라는 걸
알았는지 다리를 얌전하게 모았다.
[ 당신이 이렇게 엄마방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엄마가 들어오기 불편해 하신다는 거 몰라? ]
[ 그래? 어머님이 아까 나보고 자라고 그러셨어 ]
[ 말도 못 알아먹으면서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는 거지? ]
[ 아니야, 양손을 모아서 자는 훙내를 내셨어..]
[ 알았어..근데 이제 우리방으로 가..엄마도
씻고 주무시게..]
[ 나,,여기서 더 테레비 보고 싶은데..]
[ 그만 보고 얼른 양치하고 자~ ]
[ 여기가 좋은데..]
그 때 엄마가 들어오셔서 안방이 제일 따뜻하고
아늑해서 깨서방이 좋아하는 거라고그냥 쉬게
냅두라고 하시자 뜬금없이깨달음이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 오머니, 현수기 한국에 오면 나를
이지메해요 ]
[ ........................... ]
[ 나한테 눕지도 말라고 했어요,
다리도 뻗지 말고, 맨날 야단쳐요,,,,]
어이가 없어 엄마에게 통역을 하지 않았더니
빨리 하라며 쿠션으로 나를 찔렀다.
[ 오메,,깨서방이 많이 서운했는갑네..
나는 괜찮은게 여기서 편하게 누워있어~
우리 깨서방은 뭐든지 잘 먹고, 맛있다고 해준께
고맙드만,,아이스크림 사놨는디 먹을랑가? ]
[ 아니요,,배불러요~내일 먹어요~]
엄마 표정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얼른 다시 눕는 깨달음 뒷통수를 보며
우리 엄마가
예뻐하는 동안,저런 어리광스러운 못된
버릇은 절대 못 고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모처럼 오는 처가집인데 깨서방하고 싶은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게 좋은 거라며 엄마는 내게
더 이상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게 했다.
한국 처갓집을 마치 자기집처럼 편하게
생각해주는 깨달음이 한편으론 고마우면서도
저렇게 얄미운 짓을 할때면 결코 순진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일본에서는 아니 시댁에서는 전혀 저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한국에만 가면 장모님이라는
든든한 뒷빽을 믿고 어리광을 피운다.
옛말에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우리 엄마가 감싸고 귀여워한다는 걸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깨달음은 앞으로도 계속
저런 건방진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일본에 돌아가면 어떻게 정신교육을 시켜야할까..
아무튼, 한국에 오면 깨달음은 천진난만한
외국인 사위역을 아주 잘한다.
순진하지 않는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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