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같은 시간대, 같은 날이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내 이름이 불리워질 때까지 초조했다.
늘 환자가 많아 예약시간보다 30분정도
미루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은 20분 빨리 병원에 도착을 했다.
그냥 마음을 가다듬고 싶어서였다.
오늘이 재발의 여부및 완치가 확인되는 날이기 때문이였다.
긴장을 하지 않기 위해 쉼호흡도 해보고
행여,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여유롭게 생각하자고, 그 때도 버티었으니까
잘 버틸거라고 내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또 위로를 하며 마음 다지기를 반복,,,
그래도 번호표가 울릴 때마다 눈을 떴다, 감았다,,,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는데 마음의 안정이 되질 않아
그냥 눈을 뜬채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 모습들을
멍하니 지켜보며 저 사람은 어디가 아파서 온 것일까,,,,,,
혼자 상상도 해보고, 옆눈질로 내 옆 환자의
치료약 처방전을 몰래 힐끔거리기도 했다.
이름이 불리어지고, 원장실에 들어섰다.
[오늘 날이 참 덥죠?]
[네,,]
[ 황금연휴 때는 어디 갔다 오셨어요?
[ 네,, 시댁에,,,]
[ 시댁에서 맛있는 거 많이 드셨어요?]
[ 아,,,,네,,,]
[자,,, 맛있는 거 안 드셨으면 오늘 드셔도 될 것 같은데요,
축하합니다, 완치되셨네요.]
[ 예? 진짜에요? 감사드립니다 ]
[ 이걸로 완치되었는데 만의 하나 재발이 된다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저랑 학회에 보고하러 갑시다 ]
그렇게 말씀하시는 원장님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걱정마시고 이젠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씩 건강체크만 하면 된다고
오늘 꼭 맛있는 것 먹으라며 예약표를 건네 주셨다.
[ 정말 감사드려요. 모두 원장님 덕분입니다.]
[ 무슨 병이든 마음 먹기에 달렸습니다.
케이씨 의지가 강해서 완치된 것이니
앞으로도 건강관리 잘하세요,
아, 그리고 잊지 않으셨죠? 몸이 원하는 것, 몸이 즐거워하는 것
찾아서 드시도록 하세요~ 그게 최곱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동생에게 카톡을 했다.
내가 치료중일 때, 입맛없어 아무것도 못 먹는 날 위해
이것저것 챙겨서 계속 소포를 보내주었던 우리 동생...
그래서 제일 먼저 동생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물이 찔끔 나왔다. 기뻐서,,,,
깨달음에게도 문자를 보내자 뭐 먹고 싶냐고 물었다.
한국 가서 오리지널 청국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그랬더니
지금은 한국 갈 시간이 없으니 짜장면으로 대신하란다.
[ ...................... ]
동생이 뭐 먹고 싶냐고 물었을 때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청국장] 생각뿐이였다.
왜 그 많고 많은 음식 중에서 [청국장]이 떠올랐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본능적이였던 것 같았다.
지난 겨울, 동생과 함께 가서 먹은
청국장찌개가 미치게 먹고 싶어졌다.
밑반찬으로 나온 나물들, 장아찌, 생선조림,,,
모든 반찬 하나하나가 내가 그리던 맛이였고
내 몸이 원하는 맛이였다.
큼직한 무와 함께 조린 고등어 조림,,,
간이 적당히 베인 무를 한 입 베어 먹으면서
한달내내 이렇게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바보같은 꿈을 꾸기도 했었다.
양은냄비에 막 지은 흰 쌀밥,,,
고슬고슬 입에 착착 달라붙은 그 밥을
한 숟가락 가득 입에 넣으면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났었다.
심플하지만, 고향을 아니 한국을 함축해 놓은 듯한 맛,,,
먹으면 먹을 수록 허허로웠던 내 가슴을 채워주는 맛,,,,
청국장과 함께 적당히 밥을 비벼먹고 나면
두툼하게 눌린 누른밥 냄비를 아줌마가 주방으로 가지고 가서
구수한 누룽지로 만들어 오신다.
그게 또 얼마나 맛있던지....
짭잘하게 무쳐진 오이 장아찌를 누룽지에
올려 먹으면 아삭아삭해서 참 꿀맛이였다.
나처럼 해외거주가 오랜 된 사람들에게
진정한 보약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었다.
해외생활의 허기를 달래 주는 내 나라 음식들,,,,
뭐니뭐니해도 내 몸이 기억하는 맛과
내 몸이 원하는 음식들을 먹어주는 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는
원천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적부터 먹어왔던 음식들,,,반찬들,,,
해외생활이 길어질수록 내 몸도 그것들을
더 간절히 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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