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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해외 거주자에게 탄핵이 주는 의미

by 일본의 케이 2017. 3. 11.


2000년 7월 6일,

나리타공항에서 신주쿠역에 내렸을 때는

오후 4시가 막 지나가 있었다.

한 여름의 날씨 때문인지 짐가방이 무거워인지

내 몸에선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개찰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도수가 높은 

뿔테 안경을 쓴 한 청년이 내게 말을 걸었다.

[ 00기숙사 오신 00님이시죠? ]

[ 네..]

[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일본 덥죠 ]

[ 네...너무 덥네요..]

[ 기숙사는 여기서 또 갈아타야하거든요

가방 주세요. 제가 들을게요 ]

기숙사에 도착한 뒤, 설명을 듣고 새 이불을 

받아들은 난 일단 샤워를 하고 

그대로 세상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렇게 일본 유학생활이 시작 되었고

일본어 학원을 거쳐 대학원에 들어가던

3년째 되던 해, 난 일본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렇게 친절할까,

어쩌면 사람들이 이렇게 배려심이 많을까..

어쩌면 이렇게 거리가 깨끗하고 조용할까..

어쩌면 이렇게 맛있는 거 천지일까,,,

역시 선진국은 다르다고

약간 차가운 듯, 냉정한 이들의 성격마저도

나하고 너무 잘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귀화를 하고 싶어졌다.

일본이 너무 좋아서 일본인이 되고 싶었다.

서류상의 국적이 뭐가 중요하겠냐고

 내가 일본인이 되어도 태생은 한국인으로

변함이 없다고 내 자신을 합리화 시켰다.

 그런 좋은 마음으로 5년째 되던 해부터 

이들의 말 한마디에 들어있는 

속내와 미소 속에 숨겨진 진심이 

무엇인지 모두 읽게 되었다.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에게는 두 배, 세 배로

나도 비아냥으로 돌려줬던 시기이기도 했다.

또 그렇게 3년이 지나 8년째가 되던 해..

일본어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만큼 

거부감이 생긴 적도 있었다.

또 그렇게 10년을 채우고, 생각지도 않았던

결혼을 일본인과 하게 되면서 이렇게 

16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해외 생활을 하고 있다. 


부산 위안부 소녀상에 일장기를 꼿고 

일본이 너무 좋아 일본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는

10대 소년의 기사를 보니 객기 어렸고 

어리석었던 지난 내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일본생활 5년, 10년, 15년이

지나다보면 느끼는 것, 보이는 것이 전혀 

다르기에 내가 한국인임에, 내가 한국인이여서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나이탓도 있겠지만 날이 가면 갈 수록 내 나라가

 그립고 내 나라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있다.

해외 거주자들에게 조국이란 늘 그립고 애달프며

내 영혼과 육신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그저 태극기를 보고 애국가만 들어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게 해외에서의 삶이다.

헬조선, 갑질, 금수저, 흙수저가 나오며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수백명의 목숨을 눈에서

잃어가는 어이없는 일이 연일 터졌지만

그래도 내 나라, 내 조국이기에

잘 되기를, 평안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오늘은 박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되는 날이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벅차오르는

뜨거운 덩어리가 꿈틀거렸다.

이곳 일본에서는 앞으로의 한일관계와 위안부 문제가

번복이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내용들만

열심히 내보내고 있다.


오늘은,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새롭게 태어난 날이다. 

수개월간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사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똥 치우는데 4년이 걸렸다는 댓글에 

격하게 공감하는 내가 있었다.

국민들의 눈물과 열망으로 이뤄낸 기적이

아닌가 싶다. 이제 희망과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역사적 시점에 놓인만큼 이 분노의 눈으로

 뇌물과 정실인사로 거듭된 묵은 정치를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더 이상 국민을 우습게 알고 

국민의 목숨을 귀히 여기지 않는 대통령은 

언제든지 끌어 내리겠다는 신념을 갖고

매의 눈으로 주시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들이 나라를 구하셨습니다.

정의를 살려내셨습니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무서워하는 자가

진정한 대통령의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주셨습니다.

해외 거주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피와 눈물, 염원이 있었기에

해외 거주자들은 다시 한번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각자의 장소에서

열심히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진심으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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