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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한일커플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들

by 일본의 케이 2017.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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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집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내가 미리 예약을 해 두었고, 10분전에 

 들어가  테이블 번호를 알려줬다.

작년에도 그녀와 이곳에서 만났다.

새로 생긴 일본인 남자친구와 함께... 

올 해 마흔후반에 접어든 현주씨(가명)를 

알게 된 건 내가 가입된 자원봉사 협회에서였다.

주변에 또래 친구가 없다며 내게 말을 걸어왔고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한 번 결혼에 실패했다는 것과

고향이 경주라는 것,,그리고 사는 집이

도쿄가 아닌 사이타마라는 정보밖에 알지 못한다.

나도 이것저것 묻지 않았고

그녀도 많은 걸 내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2시 정각에 가게로 들어왔고

간단한 안부를 묻다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초밥 접시를 돌려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 날 보고

그녀도 인스타에 올린다며 몇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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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야? ]

[ 그냥,, 언니 궁금해서..]

[ 괜찮으니까 할 얘기 있음 해,  

나 오후에 또 약속 있어, ]

[ 그래? 언니 많이 바빠?]

[ 아니 바쁜 건 아닌데, 일이 있어서..]

[ 언니,,,아저씨는 잘 계시지? ]

[ 응, 현주씨,,남자 얘기하려고 하구나,

작년에 만났던 그 남친은? ]

[ 그게..그냥,,, 일본사람을 처음 사궈봐서 

은근히 맞춰가는 게 힘들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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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고민은 이런 내용이였다.

현주씨는 결혼을 하고 싶은데 남자가 확신을 

주지 않고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경제력 부족인 것

 같은데 뭔가 노력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서

마음을 접어가고 있는 중이며

이번 여름, 남친 부모님을 만나러 갔는데

그녀에게 너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서 

의외이고 불쾌감마져 들었다고 한다.

 

[ 아니, 자식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궁금한 것도 없는지 차와 화과자를 내놓으시고

별 말씀도 없더라구,,그러다 약속 있으니

나가봐야 한다면서 다음에 식사 한 번 하자고

그러시는데 머리가 띵 했어..

원래 일본은 부모 자식간에도 남남처럼

지낸다고 그러는데 그게 사실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라고,,]

[ 남친은 뭐래? ]

[ 원래, 자기 부모는 저런다고,표현이 서툰것도 

있고 어릴적부터 그렇게 커 와서인지 

차와 과자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남친은 감동 받았다는 거야. 그게 말이 돼? 

 아무리 그래도 일본사람들 일반가정에서

그러진 않을 거 아니야,, 아들의 여자친구인데.. 

보통 가정하고 너무 다른 거 아니야? ] 

 되도록 그녀가 많은 얘길 하도록 듣고 있었다.

내게 무슨 답을 원하듯이 여러 질문들을

왔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주 평범한 답변 뿐이였다.

[ 한국, 일본, 그런 건 일단 접어 두고,

현주씨가 생각하는 보통사람, 보통 가정과

다르다 싶으면 그냥 접으면 되잖아,,

남녀관계에서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건 끝까지 걸림돌이 돼.. ]


 

 

내 블로그에도 한일커플들이 다양한 고민들을

털어놓으신다.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은데 

몇가지 사례를 보면 이러하다.

1. 우연히 만나거나, 유흥업소에서 알게 된

사람을 애인으로 사귀어도 괜찮은지..

 결혼을 하게 되면 

일본사회의 시각은 

어떠한지가 궁금하다.

2. 시어머니를 안 모시는 방법은 없는지,

결혼하게 되면 제 3국에서 살고 싶은데

시부모님들의 설득방법이 알고 싶다.

3. 여친이 돌싱인데 일본에서는 

이혼녀, 이혼남에 

관한 이미지가 어떤지..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돌싱에 대한 시선이 그리 편하지 않는데 

일본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궁금하다.

4. 자신과 경제관점 (금전문제)

너무 다른데 어찌해야하는지,,

돈에 너무 철저하고짠돌이 습관을 바꾸고 싶다.

5. 결혼후, 문화적 갈등(한국문화 거부)이 

심해졌는데 어떻게 풀어가는지..

예를 들어, 식사 때도 일본식 예의를 갖추라고 

하거나 아이에게 한국어를 사용하는 걸 

시댁이 싫어하고 있다. 

대략 이런 내용들이 많은데 

마지막에는 헤어지는 게 좋겠냐는 질문

꼭 하시는데 

난 항상 이렇게 답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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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헤어지라고 해서 헤어지실 거냐고

그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시라고 그래야만이

그 선택에 대한 후회가 덜 하다고 말이다.

 남녀문제는 솔직히 남의 조언 같은 게 

필요치 않다어차피 결정은 자신이 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자신이 져야하기 때문이다.

세상엔 너무 독특하고 개성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누구의 말보다는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들, 

조금은 신경이 쓰이는 곳이 있다면 그냥 

그 인연의 끈을 조심히 내려

 놓는게 그 이상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당사자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니 난 강요하지 않는다. 

 [ 언니네는 잘 살잖아,,]

현주씨가 이번에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 잘 사는 게 아니라 지금도 맞춰가느라

서로가 애를 쓰고 있어, 어떤 의미에서

나는 결혼생활이 날마다 새로워..

아,,이 사람이 이런 면도 있구나,

아..이 사람은 어릴적 어떻게 성장했겠구나,

아, 이사람은 이 부분이 약하구나,,

아, 이사람은 이런 태도를 싫어하구나,

아, 이 사람은 저 버릇을 못 고치구나,,등등

하루에도 몇 번이고 새롭고, 실망스럽

고맙고, 밉고, 안쓰럽고, 꼴보기싫고,짠하고,,,

복합적인 감정들속에서 하루 하루 맞춰가며 

보내고 있어.그게 나만 그런게 아니라

상대 역시도 마찬가지야, 

좋고, 나쁘고, 싫고, 짜증나고,,다 그래..

그게 한일커플이여서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그렇게 살아..

일본인이니까, 한국인이니까 그런 구별을

 할 필요가 없어, 본인의 마음에 일본인이니까 

이러겠지라는 편견이나 이미지, 고정관념을

기준으로 상대를 재려고 하니까 피곤한 거야..]

내가 너무 리얼하게 얘길해서인지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사람들은 보통으로, 평범하게 사는게

가장 쉬운듯 하지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한일커플이여서 힘들고 고민이 많은 게 아니라

남녀관계, 인간관계가 우리를 고민에 빠트리고

힘들게 하는 것이다.

현주씨가, 아니 모든 커플들이

 아무쪼록 덜 아픈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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