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지금 집에 몇 권 남았어?]
[ 아마,,20권쯤 있을 걸...왜 ]
[ 당신 사인을 좀 넣어서 9권만 준비해 줘]
[ 왜?]
[ 주문 받았어..]
[ 한국어잖아,,]
[ 괜찮아, 재일동포하고 한국사람에게 줄거야]
[ 누군데?]
[ 하라모토 상 알지? 그 사람이 엊그제 회사를 왔는데
내 책상에 있는 당신 책을 보고는
한국어를 읽더라고,,그래서 한국말 아냐고
물었더니.. 그냥 좀 배웠다고 그러면서
당신 책을 계속 읽는 거야,,
그래서 알았지..재일동포라는 걸..]
[ 물어봤어? 재일동포냐고?]
[아니,그 전부터 업계에서는 그런 말이 있었거든..
근데 하라모토 상이 책을 사고 싶다고
5권을 구입해 달라고 했어..]
[ 나머지 4권은?]
[ 나머지는 내 주변에 다른 재일동포에게
주려고,,]
[ 그 사람들은 자신이 재일동포임을 밝혔어?]
[ 응, 이름이 한국이름이야,,]
[ 책에 사인을 뭐라고 쓰는 게 좋지?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
[ 그냥, 당신 이름만 적어도 되지 않을까?]
[ 알았어..]
[ 근데 내 주위에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재일동포가 많더라고, 우리 회사 세무담당자도
그렇고, 하라모토 상도 난 일본인인줄 알았거든..]
[ 당신, 이 책 일본어로 번역 안 할거야?]
[ 그 제의가 있었는데 내용이..일본인이 읽기에는
좀 흥미롭지 않지..당신이 한국인 와이프랑
살면서 지금껏 느끼고 체험했던 한국인,
한국사회에 대해 적는다면
조금은 읽히겠지만,,이 내용 그대로는 무리야,,]
[ 그러네,그럼 내가 겪고 만나고, 느낀 것에 대해
말할테니까 당신이 대필해 ]
[ ......................... ]
내가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자 설득하기 시작한다.
[ 내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부인이 한국인입니다만이라는 제목으로
큰 단락을 나눠, 당신 얘기와 한국 얘기를
반반씩 적으면 될 것 같애.
그리고, 세분화 시켜서 일본에 사는
재일 한국인에 대해서도 적으면 좋잖아,,
물론, 음식들도 적고, 일본인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정과 눈물,,그런 걸 소재로 넣으면 될 것 같애
아, 그리고 멋진 연예인들 소개도
하면서 왜 그들이 노래를 잘하는지
왜 영화도 그렇게 멋지게 잘 만드는지..
내가 감동 받은 것들을 모두 적는 거야~
아, 또 있다. 숨겨진 맛집만 일본인이
절대로 모르는 가게들도 소개 하고 싶어
그리고,간단한 일본음식 레시피도
몇 개 소개하면 좋을 것 같은데.. ]
[ 응, 좋아,,근데 당신이 써..난 못해..
당신 생각이 묻어나는 언어들로 표현을 해야지
내가 쓰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 난,,국어를 못해서 글을 못 써..]
[ 그럼,,없었던 일로 해..]
내가 사인을 다 끝내고 책을 건넸지만
깨달음은 의자에 머리를 박고 뭔가
고민한듯한, 삐진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 다 썼어.내일 모두 가져갈 거야?]
[ 나 지금 생각중이야,,무슨 테마를 위주로
글을 써내려가야할지..]
저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깨달음은
뭔가 결단을 내린 듯, 책을 들고 자기 방으로
가면서 내게 이렇게 물었다.
[ 내가 한 달동안 카테고리랑 세부 내용들 간추려서
제출할테니까 당신이 보고 좋으면
추진하자, 그대신 당신이 대필하는 걸로..]
[ ........................... ]
내 책이 우수도서로 선정 되었을 때 실은
깨달음이 너무 좋아했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며
남아 있는 책 몇 권을 가져다 주었다.
http://keijapan.tistory.com/990
(좋은일과 나쁜일은 늘 함께 온다]
그럴때마다 작가 아내를 둬서 좋겠다라는
인사치레를 받았고, 그렇게 아내 덕분에
부러움을 사는 게 기뻤는지, 내게
다른 에세이도 출간을 해보라고 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우수도서 선정된 것에 대해
제대로 축하를 못한 것 같다며
고생했다는 의미와 더 분발하라는 뜻으로
축하금을 넣었다면서 내 노트북에 올려놓고
출근을 했었다.
부담스럽게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기 마음을 표한 거라면서
부담스러우면 그냥 대필료를 미리 받은 거라
생각하라고 했다.
이 정도까지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부인이 한국인입니다만]이라는
일본어판을 준비해야할 것 같은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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