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사 온 홍차와 한국 둥글레차를
챙겨 마에다 상이 기다리는 가게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여김없이 삼겹살 전문점이였고
식당에서는 내가 들어오는 걸 기다렸다는 듯이
음식들이 차례차례 테이블에 놓여졌다.
1년만인 그녀는 몸이 많이 불어 있었다.
[ 건배~ 케이 상, 얼굴이 탔네, 어디 갔다 왔어요? ]
싱가포르에 다녀오고 제주도에서 한달살이를
했던 이유를 풀어놓으며 삼겹살이 익어가는 동안
김밥과 비빔냉면을 먹으며 얘기는 나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중인 그녀는
남자친구가 한국인이였고 지금도
되도록이면 한국인 남친을 만나고 싶어한다.
[ 마에다 상, 좀 살 찐 거 아니야? ]
[ 응, 5키로나 쪘어..남친이랑 헤어졌거든,,]
내가 그녀를 작년에 봤을 때만해도 러브러브
커플이였는데 어찌된이유인지 헤어졌다고 한다.
[ 헤어지고 나서 그냥 생각없이 먹었더니
5키로나 쪄 버렸어....... ]
[ 언제 헤어졌어? ]
[ 3달 전에...]
[ 왜 헤어졌는지 물어도 돼? ]
[ 내가 너무 좋아해서,그게 부담스러웠나 봐,,
그리고 원래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아서
늘 주변에 여자가 많았어..사귈 때도,,
그것 때문에도 많이 다퉜고,,,]
그녀는 2년가까이 사귀었던 그 남자에 대한
기억들을 내게 숨김없이 쏟아냈다.
무슨 한풀이라도 하듯이..
[ 여자가 좋아하는 게 뭔지 너무 잘 아는
남자였어..일명 선수라고 할까..
그게 좋았기도 하지만, 막상 사귀니까
힘들더라구,,,그래도 달콤함 말 한마디에
다시 좋아하고 그랬는데..내가 지쳤던 것 같애..]
[ 선수라고 느꼈어? ]
[ 응,여자가 들으면 좋아하는 맨트,
그런 걸 아주 잘 했어, 적재적소에...]
[ 사랑한다는 말? ]
[ 아니, 뭐라 그럴까,,,그냥 그 남자는 여자가
기울게 만드는 멘트를 잘했던 것 같애..
지금 생각해 보면,,,]
[ 말을 이쁘게 했나 보네...]
삼겹살이 맛있게 익어가는데 그녀는 먹지 않았다.
왜 안 먹냐고 물었더니 다이어트 한다고 했다.
[ 다이어트 할 필요 없다고 그랬잖아? ]
조금전까지 냉면에 김밥을 말아서 맛나게 먹었던
그녀의 식탐이 의심스러웠다.
[ 알아,,그래도,,,이제부터 다이어트 해야지.
새로운 남친을 만나려면...
섹시하다는 말이랑 날씬하다는 말을
들으려면 다이어트 해야 돼...]
[ 그런 말이 듣고 싶어? ]
[ 응,,,들으면 기분 좋잖아 ]
[ 난,,아무런 느낌 없는데...]
[ 케이짱은 빼빼하니까 뚱뚱한 여자의 심리를 몰라,
누가 조금만 살 빠진 것 같다고 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그래서도 다이어트 하고
체중을 줄이려고 하는 거야,,]
그녀의 얘길 알 것도 같으면서 태어날 때부터
빼빼했던 나는 그 말이 과연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인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 그런 말보다 귀엽다, 이쁘다는 말이 더
듣고 싶은 게 아니야? ]
조금은 답답한 심정에서 내가 또 물었다.
[ 그것도 물론 듣고 싶지만은 나는 살 빠졌다는
말이라든가 섹시하다는 말이 훨씬 기분 좋아...]
30대 후반인 그녀와 세대차이를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난 여전히 그녀가 기쁘다고 느끼는
그 포인트가 알 수 없었다.
[ 나는 귀엽다는 말보다,,구체적으로
표현해 주는게 좋더라구,
예를 들어 머리스타일이 이래서 좋다.
짧은 스커트가 어울린다...,라든가
그렇게 꼭 꼬집어서 얘기하면 나한테 관심이
많다는 거니까 기분이 좋아져,,
전남친이 그랬어.. 그래서 난 이번에도
한국인을 남친으로 사귀고 싶고 사귈거야,,,]
[ ................................. ]
우리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곳에서 일하는 한국인 스탭에게
그녀는 서툰 한국어로 말을 걸었고
그 스탭도 아주 친절하게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렸다.
[역시 한국 남자는 상냥해... ]
[ 너무 와일드 하다면서? ]
[ 근데,,그게 최고의 매력인 것 같애..]
난 그녀에게 더 이상 묻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녀는 한국인 스탭에게 관심을 보이며 계속해서
말을 거는 동안 난 그냥 모르는 척 따근한
유자차를 마시며 여자들이 남자에게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
검색을 시작했다.
모 연애전문 사이트에서 남자에게 들어 기분 좋은 말은
무엇인지 앙케이트를 실시한 결과,
첫번째가 귀엽다, 다음으로 예쁘다,
세번째는 젋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좋았다는
답이 나왔다.
그 외에, 살 빠졌네, 눈치가 빠르네. 섹시하다,
피부가 곱네, 패션센스가 있어, 머리스타일이 좋다.
웃는 얼굴이 좋아라는 순이였고
그 외 의견으로는 지켜줄게, 무리하지마,
너랑 있으면 편안해서 좋아 등등이였다.
반면, 남자들이 여자에게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말로
첫번째가 멋지다, 두번째로는 대단하다,
세번째는 처음이다라는 순이였다.
처음이다라는 것은 첫날밤을 포함해 모든 첫경험,
즉, 처음 가 봤다. 처음 먹어 본다. 처음 본다.
처음 해본다 등등 모든 일이 첫경험이라고
여자들이 말했을 때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일본 남자들이 은근 보수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앙케이트
결과를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였다.
이 사이트 외에 다른 결혼정보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편적으로 일본인 남자는
여자에게 상냥하다, 다정하다. 멋지다, 멋쟁이다.
재밌다. 스타일이 좋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고
여자는 귀엽다, 스타일이 좋다. 상냥하다,
멋쟁이다. 예쁘다. 순으로 듣고 싶어했다.
그 외에 너랑 있으면 참 편해,,
난 항상 니 편이야,
너랑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워..
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 케이짱, 저 스탭이 나보고 멋쟁이래,,
너무 기분 좋은 거 있지..그리고 저 쌍커플이
없은 저 눈, 정말 매력이지 않아?,,]
[ 손님이니까 기분 좋아하라고 해 주는 말이야,]
찬물을 끼얹을려고 했던 건 아니였는데
나도 모르게 툭 튀어 나와버렸다.
[ 아니야,,2주전에 여기 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어.
그리고 모든 손님에게 멋쟁이라는 말은
안 하잖아,,,]
[ 그러긴 하지, 근데 마에다 상,,너무 환상 속에
사는 거 같애..]
[ 어느 정도의 환상은 희망이라 생각하고
사는 게 행복한 거야,,]
그 뒤로도 그녀는 다이어트에 꼭 성공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혼잣말처럼
카운터쪽을 향해 다짐을 했었다.
오늘, 마에다 상은 듣고 싶었던 말을 들어서인지
너무 행복해 보였다.
세상 모든 남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성에게서
따뜻한 말 한마디 들으면 하늘을 날 것 처럼
붕 뜨고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포근한 눈빛까지 더해진다면
만사를 다 얻은 것처럼 행복에 가득할 것이다.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은 빈말이라도
많이 해주는 게 서로의 정신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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