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언니~왜 제주도에 간 거에요? 갑자기? ]
[ 언제 갔어요?]
[ 혼자? 깨달음씨는요? ]
[ 나는 제주도 안 가봤는데. 가고 싶어요 ]
그녀는 내게 언니라는 호칭을 쓰는 유일한
일본인이다. 할머니가 재일동포라고는 하지만
한국에 대해 모르는 게 많고 한국어도 전혀
몰랐는데 내게 한국어 수업을 들은 후로는
언니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한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것은
한류드라마가 계기가 되었고, 언젠가
친정엄마에게 들은 할머니 얘기가 항상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마흔을
넘기며 한국에 관한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고 했었다.
늦둥이 아들은 낳아 혼자 키우는 그녀는
치바라는 곳에서 산다.
도쿄에 한 번씩 나오려면 아이 데리고 나 오는게
힘들다고 수업에 참가할 때마다
귀여운 투정을 하곤 했었다.
내가 왜 제주도에 오게 됐는지 여전히 천진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질문을 해 왔고
난 간단히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해줬다.
[ 케이언니, 오늘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전화했어요,,]
[ 뭔데요? ]
[ 지난번 언니집에 갔을 때 언니가 행주처럼 쓰던
종이같은 거 있잖아요, 그거 나한테
써 보라고 한통 줬잖아요, ]
[ 아,,빨아쓰는 행주요? ]
[ 네.그게 필요해요, 아들이랑 외출해서 수건처럼
간편하게 사용해도 좋고, 다용도로 쓸 수 있어
진짜 편했어요, 일본에도 비슷한 게 있는데
얇고 튼튼하지 않아서 한 번 쓰면 바로
버려야 하고 힘이 없어요, 그리고 저희
친정엄마가 물걸레 대용으로 써보니까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 네,,알았어요 ]
[ 저희 유치원에서 엄마와 함께 참가하는
요리시간이 있는데 그 때 그 행주 가져갔더니
다들 어디서 났냐며 좋다고 주라고 해서
한장씩 줬더니,,이제 다 떨어졌어요,,
나는 아이용품 전용으로 쓰다가
좀 허름해지면 가스렌지도 닦고 화장실도
닦으면서 한 장으로 마지막 버릴때까지
진짜 귀하게 쓰고있어요 ]
[ 네,,저도 집에서 그렇게 쓰고 있어요 ]
[ 그럼, 꼭 부탁드리고,,또 하나 있는데,,]
[ 뭔데요? ]
이번에는 크린백 휴대용 작은 사이즈를 원했다.
이것도 내가 언젠가 가방에서 꺼내
아이가 먹다 남긴 과자를 넣어가라고 줬는데
작은 사이즈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아주 좋아했었다.
그걸 다 쓰고 그 사이즈를 사려고 여기저기 열심히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다고 한다.
[ 100엔샵에 있을 수도 있는데..없었어요? ]
[ 그렇지 않아도 가봤는데 그 사이즈가
없고, 있는 건 비닐이 너무 얇고
조금밖에 안 들어 있었어요 ]
[ 알았어요,,사 가지고 갈게요 ]
[ 근데 이 크린백도 저희 아들 유치원 엄마들이
너무 좋아서 사고 싶다고 난리였어요..
젖은 기저귀 넣기에도 좋고 뭐니뭐니해도
두께가 적당해서 좋아하더라요,
너무 얇지도 않고, 너무 두껍지 않아서
뭘 담아도 걱정없다고요,,
그래서 좀 많이 필요한데..]
[ 괜찮아요, 얼마든지 사가지고 갈게요.]
[ 그럼,,엄마들한테 두개씩 주고 싶으니까
10개쯤 구해주실 수 있어요? ]
[ 네, 알았어요.]
그러고 보니 깨달음도 사이즈가 마음에 든다며
회사 출근가방과 외출 가방에 꼭 넣어 두고
다니고 있다. 식당에서 음식이 남으면 그 요리가
뭐든지 비닐백에 넣어 집에 가져오곤 했는데
아이 엄마들에게 아주 유용히 사용되는
아이템인 것 같았다.
( http://keijapan.tistory.com/929 )
남편의 가방 속에서 나온 의외의 물건
[ 케이언니,,언제 일본에 돌아오나요? ]
[ 다음주에 가요~]
[ 짐도 많은텐데 부탁드려 죄송해요,,]
[ 아니에요, 가벼우니까 괜찮아요,,]
[ 혹 짐이 될 거 같으면 우편으로 보내셔도 돼요
제가 우송료 드릴게요~]
[ 그런말 마시고, 다음주에 들어가면
연락할게요 ~]
[ 고마워요, 역시, 언니라고 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친언니처럼
느껴져요,,, 제가 언니가 없어서인지,,
좀 더 빨리 언니랑, 아니 한국에 관해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좀
후회돼요,,다음에는 저랑 꼭 서울에 같이
가서 많은 것 좀 가르쳐주세요 ]
[ 네..그래요~]
[ 케이언니 정말 고마워요 ]
그 사람을 부르는 호칭에서 오는 묘한 감정이
섞인다는 걸 그녀가 느낀 듯 했다.
전화를 끊기 전 그녀는 내가 일본에 돌아오면
한국어 공부를 지금보다 2배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난 마트에 가서 크린백 세트와
빨아쓰는 행주를 넉넉히 사들고 오다
깨달음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래저래해서 마트에 오게 됐는데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었더니 크린백은 자신의 몫까지
좀 많이 사두라고 했다.
지금껏 한국의 김이나 과자, 김치가 먹고 싶다고
부탁한 일본인 지인들은 아주 많았는데
이렇게 생활용품을 부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그녀 뿐만 아니라 그녀 주위의 아이 엄마들에게
인기가 있다니 행주도 그렇지만 크린백도
사이즈나 두께, 실용성, 그리고 가성비까지
좋은 제품은 세계 어디에서나 사랑받은
애용품이 되는 것 같다.
'일본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염을 이겨내기 위해 일본인들이 먹는 음식 (2) | 2018.07.19 |
---|---|
일본여자들이 남자에게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 (4) | 2018.07.13 |
죽기전에 일본인들이 꼭 하는 일 (2) | 2018.06.10 |
블로그 광고 수익금을 남편에게 줬더니 (6) | 2018.05.24 |
혼족이 일본에도 자꾸만 늘어가는 이유 (4) | 2018.04.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