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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일본에서 말하는 부부의 인연

by 일본의 케이 2018. 9. 23.

지난주부터 우린 그리 바쁘지 않았다.

시간도 여유로워서 차를 가지고 잠시 드라이브를

 할까 생각했는데 나만 운전 해야한다는 게

미안해서인지 (깨달음 운전면허 없음)

드라이브 하자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다.

 특별히 할 일이 없던 우리는 깨달음의 제안으로

 버스투어를 가기로 하고 목적지나 목적도 없이 

단순히 잠시 도쿄를 떠난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하루전에 빈좌석이 남아있는 투어를 찾아 

예약했고 그렇게 출발을 했다.

신주쿠에서 7시 30분 출발한 버스는 우리를 

시즈오까쪽으로 향했고 깨달음은 언제나처럼

혼사서 많이 신나했다.

[ 역시...패키지가 편해..다 맡기니까..

자유여행은 이동하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다 챙겨야하고 그래서 귀찮아 ]

[ 당신은 마음에 맞는지 몰라도 난 싫어. 패키지는

내 시간이 없잖아, 단체로 움직이고

다 같이 보고, 먹는 게 내 체질은 아니야 ]

[ 그래도 편하잖아.]

[ 편하지만 자유가 없어..그래서 싫어 ]

[ 난,점점 패키지가 편해졌어. 늙었나 봐 ]

[ 늙었으니까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자유여행을 해야지. 이렇게 페키지로 따라다니면

피곤해도 쉬지도 못하고 보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마음껏 못 하잖아 ]

[ 젊은 당신이 이해해 줘. 난 이제 늙어서

스스로 스케쥴짜고 준비하고, 신경 쓰는게

아주 귀찮아졌어 ]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마다 항상 이 의견으로

부딪히는 부분인데 답을 못찾고 한번은 패키지,

 한번은 자유여행을 택하고 있는데 아무튼 갈 때마다

항상 투덜거리는 주제거리이다.

버스 안에서 옥신각신 하는 동안 

메론농장에 도착했고 각자 1인당 하나씩 따는

메론을 깨달음은 내 몫까지 자기가

 따겠다며 여기저기 분주히 비닐하우스 안을

돌아다녔다.


깨달음은 은근 자기가 모든 걸 하려는 경향이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만 해서인지 항상 자기가 

리더하고 지휘하려는 버릇이 일상에서도 나온다.

또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아줌마들처럼

쓸데없는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버스에 동승한 아줌마들에게 자기가 좀 전에 

봐 둔 크고 탐스런 메론이 달린 곳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따는 방법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것을 친절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음은 

모르는지 알면서도 하는 것인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어도 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다. 

그래서도 깨달음은 패키지 여행이

체질에 맞는 모양이였다.

아무에게도 말을 잘 하고, 잘 맞춰주고,

오지랖이 넓어서 나와는 상반대의 성격이다.

난 아주 어릴적부터 말수가 없었고 점점 어른이 

되면서는 낯을 많이 가리기 시작했고

 아니 솔직히 말하면 사람을 가리는 

못된 버릇이 심해졌다.

내 기준에서 상대를 재고 예측하면서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를 먼저 분석하곤 한다.

그래도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만큼

 적당히 내 모습을 감추고 사람들에 맞춰가며

 웃고 떠들기도 한다.

깨달음은 어릴적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아주 좋아했고 지금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매번 우리집에서 한식파티를 열어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막걸리에 한국요리를 

먹이고 싶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 여기에는 당신 이름 써 놓을게 ]

[ 응 ]

[ 내 것보다 당신 게 훨씬 묵직해 ]

[ 응 ]

[ 메론 따기가 꽤 재밌는데, 다음에 또 오자 ]

[ 응 ]

[ 당신은 재미없어? ]

[ 아니. 재밌어 ]

내 대답이 너무 건조해서인지 깨달음이 메론 하나를 

내밀며 본인 것은 본인이 들으란다. 

버스에 다시 올라 탄 깨달음은 이내 잠이 들었고

다음으로 도착한 신사에서는 건건한 마음으로

 먼저 손을 씻고 본당으로 들어가는 깨달음을

난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일요일에는 교회 나가고 또 이렇게 신사에 오면

신사에서 기도하고 이상하지 않냐고 그랬더니

자신은 아직 100%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니까 

괜찮다고 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온 깨달음이 이번에는 

오미쿠지( 길흉을 점치는 제비뽑기)를 

뽑으면서 내게 손짓을 했다.

[ 왜? ]

[사진 안 찍어?,,]

[ 찍어야 돼? ]

[ 내 속옷차림도 찍으면서 이건 왜 안 찍어? ]

[ ........................... ]

[ 블로그 이웃님께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잖아,

교회 간 것도, 신사 온 것도.. ]

[ 알았어. 찍어 줄게 ]

대길이 나왔다며 좋아하는 깨달음 얼굴이 너무도 

순진하고 순수했다. 세상을 모르는 바보처럼..

[ 깨달음 재밌어? ]

[ 응, 진짜 재밌어 ]

[ 그래..당신이 너무 좋아하고 맑아서

내가 할 말이 없다..당신의 순수함에 졌다 ]

[ 졌어? 뭘? 그리고 나 안 순진한데? ]


버스에 올라 우린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잠을 잤고 도쿄에 도착해서는 바로

커피숍에서 차를 한잔씩 했다.

[ 깨달음 당신은 패키지 여행이 맞는 것 같애.

당신 성격상,,사교성도 많고, 오지랖이 많아서..]

[ 사람한테 관심 같은 건 나쁜 게 아니야 ]

[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당신 에너지가 대단해서,

나하고는 참 많이 달라,,근데 우린 왜

부부가 됐을까?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데..]

뜬금없는 내 질문에 약간 당황하는 눈빛을 

보이면서도 좋아하니까 부부가 된거라고

 짧게 답을 했다가 다시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 일본에서는 빨간 실(赤い糸)이 서로 묶여 있어서

 운명의 인연을 만나 부부가 된다고 그래.

연인사이에서도 운명적인 만남들은 빨간 실이

서로의 새끼 손가락에 묶여있는데

만나게 되었다고 믿고 있어.,,

그래서 운명적인 만남, 인연이 만들어지고

부부가 되고 연인이 되는 거야,,]

[ 그럼 난 한국에서부터 빨간 실이 있었을까? ] 

[ 아마,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끊어졌을지 

모르는데 당신이 유학을 왔으니까 나를

 만난 것이고 그렇게 빨간 실이 우리를 부부로

 만들어 준거야 ]

[ 내가 일본에 안 왔으면 빨간 실은 없었겠네 ]

[ 그랬을지 모르지, 근데 당신이 일본에 왔잖아, 

그것도 운명이지, 그러니까 만났고.. ]

내가 반신반의한 표정을 보이자 빨간 실이

 안 끊어지고 부부가 됐으니까 얼마나 귀하고

특별한 인연이냐며 건배하자고 잔을 들어 올렸다.


우리는 옷 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말을 한다.

일면식 없이 잠깐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도

그 순간이 오기까지는 많고 많은 인연이

겹치고 시간의 겹침이 필요하다.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를 [찰나]라고 하고

숨 한 번 쉬는 사이를 [순식간]이라고 하다.

불교에서 부부의 인연은 8천겹의 선연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겹이라는 것은 100년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사방 15키로가 되는

 큰 바위에 옷깃을 살짝 스치는데 그 바위가 

다 닿을 정도의 세월이라고 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말하는 그 인연은 

오백겹의 인연이 있어야 하고 부부는 

이런 겹이 8천겹이여만이 맺어진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을 인연이라 한다.

스쳐도 인연인데 하물며 그 사람을 만나

짝을 이루고 부부로 산다는 게 보통 과학적으로도

설명하기 힘들만큼의 불가사의한 만남이다.

그것이 빨간 실에 의한 운명적인 인연인지

증명할 길은 없지만 정반대의 성격과 성향의 

소유자가 이렇게 만나서 사는 걸 보면 부부란

 특별한 연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만남은 어떠한 인연이였다고 해도 관계를 

유지하는 건 노력이 필요한 게

 부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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