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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그녀가 덜 아팠으면 한다

by 일본의 케이 2019. 9. 16.

그녀의 집 근처로 내가 움직였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집을 나서면서도 그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미술치료를 하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하며

몇 달 간 연락이 없다가 불쑥 아무일

 없던 것처럼 연락을 해오는 그녀.

자신은 집을 좋아할 뿐 히키코모리가 아니라는

말을 매번 만날 때마다 각인시키고 싶어했다.

커피숍 앞 신호등에서 마주친 그녀는

 염려했던 것 보다 밝아 보였다.


 언제나 자신이 느닷없이 전화를 해도

항상 밝게 받아주고 만나고 싶다고 해도

 꼭 자기 만남에 응해주는 내가 좋다며 

오늘도 고맙다는 인사로 고개를 조아린다.

[ 좋은 일 있었어요? 얼굴이 좋아보이는데요? ]

대답은 없고 피식피식 웃는다.

30대 후반인 그녀는 대학을 졸업과 동시, 

작은 제조회사에 취직을 하고 

5년쯤 다니다 그만 두었다.

회사를 그만둘 무렵,우울증 증세가 심해

치료를 받기도 하고, 이직을 했지만

적응을 못하고 3개만에 그만 두기를

반복하고 작년부터는 플로리스트 자격을

 따려고 학원을 다니고 있다.

[ 이제 병원에는 안 다니는 거에요] 

[ 아주 심할 때만 가끔 가요 ]

[ 그림은 그리고 있어요? ]

[ 정 상이 내 준 과제는 어제서야 끝냈어요,

끝내야 이렇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

[ 잘 했어요 ]


그녀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주기적으로 아주 심하게 

우울해지고 격하게 자기 자신이

 미워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다는 거였다.

 5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에게 말로 받은 

상처가 컸던 게 그녀가 지금까지도 아파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 멍청한 것도 유전인가 봐 ]

[ 바보를 낫게 하는 약은 이 세상에 없어 ]

[ 쉬는 날엔 잠만 자는 거지? ]

[ 예쁜 구석이라고 찾아볼 수가 없어 ]

[ 먹는 것만큼 생각도 좀 하고 살아라]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서 받았던 비난,

행동이 좀 느린 것에 대해 여직원들끼리

수근거리고 유독 자신에게만 말을

함부로 했단다.


그럴때마다 그냥 참고 넘어가고,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고 자신을 자책하며 

5년이라는 시간을 참아오는 동안 점점 

자존감을 잃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많이 두려워한다. 

[ 근데 오늘 왜 날 꼭 만나고 싶었던

무슨 이유가 있었어요? ]

[ 그냥,,이유는 없는데 속내를 얘기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요, 집에만

계속 있었더니 답답하기도 하고,,, ]

[ 그럼 나온 김에 같이 식사할까요? ]

[ 그래요 ]

중화요리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에 관해서 얘길 하며 

정규직이나 안정된 직장은 아니지만

만족한다고 했다. 그리고 날 만나면

이 세상에 자기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했다.


[ 내가 정 상를 만나는 것은 뭔가 충전을

하고 싶을 때 인 것 같아요, 삶의 충전,,,

지치고, 쓰러질 것 같아 도저히 힘이 나지

않을 때 정 상이 생각나요, 그래서 엄마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정 상 앞에서는 다 하게 되고,,

솔직히 우리 엄마도 말을 예쁘게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도 말을 안 하고 싶어요 ]

그녀가 아파하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엄마는 

못나서 그런다고 남들 다 멀쩡히 잘하는

사회생활을 못하는 낙오자 취급을 한단다.

 


이 블로그에 그녀가 어리적부터 들어왔던 

아픈 말들을 상세히 나열할 수 없지만 

난 그녀를 보고 있으면 온 몸에서 피가 나는

 것처럼 아프게 보인다.

말이 주는 아픔이 어떤 건지 나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녀의 아픔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오늘 그녀에게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한국책을 소개하며

몇가지 사례들을 읽어주었다.

그렇게 우린 또 커피숍으로 자리을 옮겨 

2시간 넘게 농담을 하기도 하고 한국 화장품

 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헤어졌다.

[ 00상, 언제든지 전화 해요 ]

[ 다음에는 한국어 공부 좀 해볼게요]

[ 무리할 필요는 없어요 ]

[ 아니에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건데

아시다시피 제가 느리잖아요..헤헤헤 ]

전철역으로 들어가는 나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드는 그녀가 난 참 사랑스러웠다.


마음의 병은 사람으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떤 인간관계를 통해서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고 산다.

갈등이 생겼을 때 불만을 터트리고 행동하면

 만족할 수 있지만 그렇게할 수 없어서 

상심만 더 커지고 마음의 병이 깊어간다.

자신에게 상처준 타인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면 그 병은 심각하게 자기 자신을 파괴한다.

그래서 말 실수가 불러오는 파장은

 운명을 결정 짓기도 한다.

이왕이면 긍정의 말로 상대를 대하면

서로가 희망차고 좋을 것을 무의식중에

생각없이 아픈 말들을 쏟아내기도 하고

일부러 아픈 말만 골라서 상처를 주기도 한다.

테레사 수녀님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생각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말이 되니까.

말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행동이 되니까,

행동을 조심하세요,언젠가 습관이 되니까,

습관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성격이 되니까,

성격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운명이 되니까.


인간이 짐승보다 나은 이유는 말이 있어서이고

그래서 바르게 말해야만 한다. 짐승과 다르기에

입에서 나오는데로 말하지 말고

체로 거르듯, 곱게 말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남에게 뱉어내는 독화살은 자신에게 다시

부메랑처럼 돌아온 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자신이 한 말의 90%가 바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말은 뇌세포를 변화시킨다는

뜻이며 그래서 말 버릇을 고치면 운명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한마디 한마디 정성을 쏟아서 말을 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 그 사람이 외치는

 마음이 소리가 들려오는데 우리는

상대의 말을 들을 여유조차마져

갖고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 모진 소릴 더 듣는

세상이 되어버려서 그녀의 상처가 쉬 낫지는

 않겠지만 언제나 맑고 순수한 그녀가

조금만 덜 아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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