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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시아버님이 하신다는 이별연습

by 일본의 케이 2019.10.14

아침 6시, 잠결에 바스락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

신문까지 챙겨들고 모든 준비를 마친

 깨달음이 손을 흔든다.

[ 일어났어? 갔다올게 ]

[ 응, 어머님 아버님께 안부 전해 줘  ]

[ 알았어. 내일 늦게 돌아올 거야 ]

[ 음, 조심해 ]

나고야 출장을 가는 길에 시댁에 간다고 했다.

나도 같이 가면 좋았을텐데 

나는 요즘 할일이 많다.


정신없이 오전시간을 보내고 간단히 점심을

먹는데 깨달음에게서 현장사진과함께

된장나베우동을 보내왔다.

월요단식을 하고나서부터 식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워낙에 면을 좋아하는

깨달음이 나고야의 명물인 된장우동을

뿌리치지 못하고 먹게 되었다며 맛은 좋은

괜한 죄책감이 들더라고 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4시가 넘어

 버스를 탔다는 깨달음은 많이 피곤해 했다.

 한숨 자라고 했더니 도면체크를

해야한단다. 지난 주, 여직원이 신혼여행겸

 유럽여행을 가느라 한달간 휴가를 내면서 

그녀의 몫까지 깨달음이

 담당하게 되서 쉴 수가 없다고 한다. 


저녁 8시무렵, 두분의 사진이 올라왔다.

두 분 모두 좀 야윈듯했고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은 아닌것처럼 보였다.

필요한 것들을 챙겨드리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며 와인이 담긴 사진이 보이길래

전화를 했다. 아버님 어머님은 어땠는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어머님이 자기를 보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면서 외롭다고 

너무 외롭다하셨단다.

아버님은 3층, 어머님은 2층(남녀가 분류)에

계서서 혼자 거동하는 것도 불편하고

가끔 아버님 방에 올라오면 아버님의 싸늘한

 시선이 더 슬프게 한다며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으신 어머님이 서럽게 우셨단다.


그래서 요양원 직원과 같은 층으로 할 수 없는지

예전처럼 부부방을 쓸 수 없는지 상담을 했는지

빈 방이 없기도 하며 아버님이 부부방을 거부

하셔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단다.

[ 그래서 술 마시는 거야? ]

[ 아니, 우리 단골집이 단체손님 예약이라서

못 들어가고 어딜갈까 하다가 당신이랑 

아주 예전에 왔던 이탈리안에 들어왔어 ]

[ 맛있어? ]

[ 아니,,그냥 그래..]

[ 어머님은 진정 시켜 드렸어? ]

[ 응, 그리고 지난번 사드린 간단한 라디오로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해서 그냥

 티브이 사드린다고 했어 ]

[ 티브이 싫다고 하지 않으셨어? ]

[ 싫어하셔도 그냥 사드릴려고,

 그러면 좀 덜 외로우시겠지 ] 


직원과 얘길하고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봐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우선 일시방책으로

 티브이를 사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내일은 집안의 조상님들을 모시고 있는

절에 가서 스님을 만나야 한단다.

[ 그래, 알았어, 천천히 식사해 ]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 들어갈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깨달음에겐 소식이 없었다.

오늘 깨달음이 출장겸 시골에 내려간 이유는

하까지마이(廢墓), 폐묘를 하기 위해서이다.

폐묘란 조상님들을 모신 묘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찰에서 관리했던

묘터를 반납하고 묘를 철거한다는 것이다.


몇년전부터 일본에서는 폐묘를 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저출산, 핵가족, 고령화로 인한 묘지를 돌 볼

사람이 점점 없어지는 것과 또한 경제적인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남은 자식들에게

민폐를 덜 끼치기 위해서도 폐묘를 권하기도 한다.

그렇게 폐묘가 된 유골들은 3가지 형태로 

첫번째는 영대공양(永代供養)으로 공영묘지나 

개장합사, 즉 합동묘에 넣어진다. 

 두번째는 산골(散骨)로 유골을 바다나 산에

뿌리는 것이다. 세번째는 납골당에 넣거나

집에서 자택공양을 한다.


다음날 깨달음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오전을

 훌쩍 넘겨 도쿄행 신칸센 플랫폼이였다.

[ 아버님하고는 충분히 얘기 했어? ]

[ 응, 진작부터 아버지는 그렇게 하라고 했지,

엄마가 조상님 묘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일은 늦여진 거지.. 근데, 내가 어릴적부터 

명절때면 산소에 가서 물도 떠 드리고 꽃도 

올리고 청소도 했었는데 좀 서운하긴 했어 ]

[ 그럼, 두 분은 합동묘지로 모시거나

남골당으로 하는 걸로 했어? ]

[ 아니 산골(散骨)로 해달라고 하셨어,

그것도 맨날 하셨던 말씀이고,,아버지는 숲에

 뿌려달라고 하셨고 엄마는 바다가 좋대 ]

[ 그냥 납골당에 모시면 안 돼? ]

[ 나도 그럴 생각이였는데 아버지가 당신,케이짱 

귀찮게 한다고 그냥 깊은 산속에 뿌려달래]

난 그냥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버님은 지난주 심장이 너무 아팠는데 일부러 

간호사를 부르지 않았단다. 이대로 떠나면 된다는

생각에 고통을 꾹 참으셨단다.

오래 사는 건 좋은 게 아니라고 자식들에게

 좋을 게 하나 없으니 이젠 떠나도

아무런 여한이 없다고 편한 마음으로

 세상과 작별연습을 시작하셨단다.

그래서도 이번에는 어머님이 반대하셨던

폐묘를 강행하도록 깨달음에게 

강하게 말을 했단다.더 늦기 전에,

 당신들이 떠나기 전에 해 둬야지

남은 자식들이 편하다고 괜히 미루다가 

덜컥 떠나고나면 마음 약해져서 

묘지를 유지하게 된다며..


 점심시간에 맞춰 두분이 좋아하는 고기 도시락을

 사 드렸는데 두 분이서 오랜만에 마주앉아

 좋다시다가 이젠 이런 것 사오지 말라셨단다.

세상과 이별연습 중이라며...

 무조건 장수하는 게 결코 좋은 게 아니라고

아픔도 미련도 없이 떠날 생각이니 걱정말고

케이짱이랑 사이좋게 지내라는 당부를 하셨단다.

아버님은 이렇게 작별을 준비하고 계셨다

그저 오래 오래 사시라는 그 말씀이

아버님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며 당신이 

떠날 때 어머님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함께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 드리신단다.

지금도 우리 부부에게 아무런 민폐를 끼치지 

않고 계시는데 자식들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미안해 하신다. 자신들이 오래살아서

 바쁜 자식들 왔다갔다 하게 한다고,.,  

그 마음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있을까,,

아버님은 이별 준비를 하고 계시지만 난

 좀 더 세상에 머물러 계시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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